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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풀밭에 앉히다!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06 조회수565 추천수6 반대(0) 신고

 

 



복음: 마태 14,13-21

네 복음서 모두에 나와있는 "오천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 이야기.

마르꼬가 가장 먼저 쓰였다는 추정하에
마태오와 루카는 마르꼬를 기초로 자신들의 복음서를 작성하였다는
소위 이출전설이 이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요한은 나름대로의 독립된 전승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마르꼬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반반이다.

그런데 오늘은 마르꼬와 마태오, 요한에서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고
루카에서는 어찌된 영문인지 삭제해버린
빵을 얻어먹는 사람들이 앉던 자리.
즉 "풀밭" 에 대해 생각해본다.

루카의 표현에 의하면
유독 이곳은 "황량한 지역"이었다.
그런 황량한 지역에서 풀밭이 주는 이미지는 어떠할까?
아마도 루카는 황량함의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고 싶어서
'풀밭에 앉는' 상황을 삭제하지 않았을까?

어떻든 마르꼬와 마태오는 그 지역이 단지
'외딴 곳'이었다고 소개하고 있고
요한은 호수 건너편, 산이라고 했으니
그곳도 당연히 인적이 드문 '외딴곳'일 것이 뻔하다.

그러고보면
루카만이 '황량한'지역임을 강조하고 싶어서
풍요와 안락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풀밭'을 일부러 빼버렸다는 심증이 더욱 굳어진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굶주린 오천명을 먹이신 원래의 장소는
정말로 "풀이 많은"(요한 6,10) 곳이었던 듯 싶다.


....................

오늘 '풀밭'이 왜 이렇게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가?
풀밭이든, 길바닥이든, 돌밭이든, 무슨 상관이 있다고 이러는가?


굶주린 사람들, 허기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무언가를(여기서는 빵이지만) 베푸는 자리에서도
예수님은 그들을 아무렇게나 다루지 않았다는 것을
'풀밭'이라는 단어 하나가 잘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풀밭'이라는 안락한 곳으로 안내하고,
편안한 자세로 '앉힌 후',
'오십명, 백명으로' 질서정연하게 팀을 짜서 (마르꼬, 루카)
'자리를 잡은'(요한) 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는 것이다.


 

...........

친구 수녀님에게 방학동안 몇번이나 연락을 해보았다.
무의탁 노인들을 돌보는 시설에 있는 수녀님은
전화 할 때마다
미사, 기도, 회의, 출장 등으로 연락 두절이었고
오늘에야 겨우 통화가 되었다.

하도 연락이 없고 꿈자리도 뒤숭숭하여
어째 수녀원에서 쫓겨났는지, 아프신건지 몰라 걱정했다구
반가운 마음과는 반대로 객적은 소리를 건네보았더니... ^^

할머니들의 삼시 세때의 음식 수발, 의복 수발,
매일 혈압을 체크하고, 투약과 간병,
수시로 벌어지는 긴급사태에 대비하느라
무더위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념이 없었다구 하신다.

"할머니들은 늘 배고프시고, 늘 편찮으신 분들이니
할머니들께는 그러려니 적당히 하시고,
수녀님이나 건강 꼭 챙기세요.
그래야 내가 할머니 되서까지 챙겨줄 것 아녜요."


작년 여름 만났을 때,
겹겹이 껴입은 수도복 소매 끝까지
땀띠가 다닥다닥 났던 것이 생각나서
안스러운 마음에 공연히 어깃장나는 말을 하고 끊었다.

...............

풀밭에 앉힌다는 것.

얻어먹는 사람들이니
아무거나, 아무렇게나 주는대로 받아 먹고
배만 부르면 됬지 하는 그런 마음이 아니다.

무의탁 노인들,

부모에게서도 버려진 아이들이니
아무데서나 비만 피하고 더위 추위만 피하면
그만 해도 다행이 아닌가 하는 그런 마음이 아니다.

못먹고, 못입고, 못 배우고, 못 살아 온 그런 사람들이니
먹다 버린, 입다 버린, 쓰다 남은, 그런 것들로도
감지덕지 해야할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마음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다.


나눌 때, 어떤 자세,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를
오늘 오천명의 굶주린 사람들을
'풀밭'에 <모시고> 있는 예수님의 자세에서 배운다.

그야말로 지극정성을 다해 그들을 돌보아주시지 않는가.
그러니 어찌 그 풍요로운 기적이 발생하지 않겠는가.


...............


이 무더위에 버려진 이들, 아픈 이들,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을 위해 수고하시는
복지 시설의 수도자, 봉사자 여러분들께 새삼 감사드립니다.
님들이 있어 '황량한' 이곳이 아직은 살만한 '풀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The Holy City 거룩한 성
Jessye No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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