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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6 > 소 같은 신부님 /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07 조회수892 추천수8 반대(0) 신고

                           

 

 

                        소 같은 신부님



   나는 말을 함부로 하는 버릇 때문에 곤란을 겪는 일이 가끔 있다. 조금만 생각하고 말하면 될 것을 가지고 앞뒤 가리지 않고 그냥 막 쏟아 내기 때문에 사제의 품위고 뭐고 사정없이 곤두박질 할때가 있다. 성급하고 미련한 데는 약이 없는 것이다.


   “너, 애기 낳았냐?”

   시집간 지 넉달도 안돤 부인에게 전화로 불쑥 던진 말이었다. 그러자 상대방은 이제 시집 왔는데 뭐 벌써 애기냐면서 신부님도 별말씀 다 하신다며 눈흘기는 소리를 하였다. 아무리 주례를 서줬다 해도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젊은 사람이라 해서 ‘ 너‘라니, 그리고 결혼한 지 1년이  된 것도 아니고 겨우 서너 달 되었는데 그래 신부는, 사람들을 모두 그런 식으로 애기를 낳는다고 알았다는 것인지! 말을 뱉어 내고는 다시 주워담지를 못해 애태울 때가 많다. ’그럼면 안 되지‘ 하면서도 그 버릇이 잘 고쳐지지 않으니 스스로 한심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떤 신부님은 자신의 고약스런 말버릇 때문에 자갈을 입에 물고 6개월이나 사셨어도 고치지를 못하셨다는데, 이래저래 성질 급한 인생들은 긁어 부스럼 만들고, 사서 고생하는 일을 밥먹듯하고 있으니 세상에 이런 바보도 없고 이런 천치도 없을 것이다.


   주제에 또 웃기는 것은, 남에겐 말을 함부로 하면서도 누가 나에게 서운한 말을 살짝이라도 하면 그게 그렇게 원통하고 서러워서 밥맛을 잃어 가며 화를 내고 흥분을 하니, 어느세월에 복자되고 어느세월에 성인이 될런지 어렸을 때의 그 원대한 꿈은 이제 흔적만이 애처럽게 남아 있을 뿐이다.


   시골에 있을 때의 일이다.

   그때 마침 뭔 일로 기분이 별로여서 화가 나있었는데, 성당 마당에서 놀던 아이들이 속도 모르고 달려와서는 “신부님,신부님!”하고 매달리기에 웬 수작이냐 싶어서 못 들은 척했더니, 글쎄 요것들이 돌아서면서 “소 같은 신부님!” 하면서 한마디를 흘리는 것이었다. “누가 그랬어?” 갑자기 웃음이 터진 나는 억지로 감추고 성난 얼굴을 보였더니 한 아이가 나서서, “신부님이 그랬잖아요. 말해도 대답하지 않는 사람은 ‘소 같은 사람’이라고요” 하면서 깔깔대며 도망가는 것이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이다. 그리고 자기가 뿌리고 가꾼 대로 거두는 것이다. 내가 이 모양인데 누구를 탓하겠는가!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소록도본당 주임

 

                               
                            Lincoln''s Lament - Michael Hop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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