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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생이라는 배와 맞바람. 류해욱 신부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08 조회수800 추천수1 반대(0) 신고

 인생이라는 배와 맞바람


  오늘 복음 말씀은 어제 복음에 이어지는 대목입니다.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신 후에 예수님께서는 재촉해서 제자들을 배를 태워 당시보다 먼저 건너가게 하십니다. 왜 그렇게 하셨을까요?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이 아직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다시 말해 십자가상에서 죽으심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실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라는 것을 잘 모릅니다. 같은 내용의 요한복음을 보면 제자들은 그분의 놀라운 능력을 보면서 이 세상적인 구세주로 잘못 생각하여 억지로라도 왕으로 떠받들 낌새를 보입니다. 제자들이 많은 사람들을 선동하여 그렇게 하는 날이면 큰일이지요. 맏형인 베드로가 예수님께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고백했지만 어떤 그리스도이신지는 몰랐지요. 그래서 예수님께서 얼른 먼저 제자들을 배를 태워 보내고 당신이 손수 사람들을 돌려보내신 것입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기도하러 산으로 가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큰일을 앞두고 있거나 큰일이 일어난 후에는 주로 산으로 기도하려 가십니다. 예수님 당신 자신에게도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놀라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찬미와 감사의 기도를 드렸을 때, 하느님께서 당신 안에서 그런 놀라운 기적을 베푸신 것이지요. 놀랐던 마음을 아버지와 함께 나누고 특별한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와만 함께 있는 시간을 갖고 당신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조용히 반추하면서 감사드리는 그런 시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우리도 조용히 산에 오르는 시간, 우리 삶을 돌아보며 하느님과 함께 머물며 삶에 대해 감사를 드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동안에 제자들이 타고 갔던 배가 맞바람을 만나 풍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갈릴레아 호수는 갑자기 풍랑이 일기로 악명이 높은 호수입니다. 평시에는 그림처럼 잔잔하고 아름다운 호수에 갑자기 맞바람이 불어 성난 듯 거센 풍랑을 일으킵니다. 오늘 복음의 내용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맞바람과 이 풍랑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기도 하지만 상징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인생이라는 배에 예수님이 함께 하시지 않을 때 맞바람이나 풍랑을 만나 역경과 시련에 빠지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 말씀이 참으로 우리에게 복음, 즉 기쁜 소식인 것은 우리가 역경에 처할 때가 있지만 그때에 주님이 나타나셔서 구원의 손길을 내미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제자들이 곤경에 빠져 있을 때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오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맞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칠 때, 우리 삶의 여정이 험난한 길을 따라 걷게 될 때, 주님이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그리고 손을 내미십니다. 순풍에 돛단 듯 흘러가는 것이 우리가 타고 있는 인생이라는 배가 아니지요. 오히려 맞바람을 맞을 때가 더 많은 것이 우리네 인생이지요.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그분이 분명히 말씀하셨지요. “내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 그분은 약속을 지키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유혹에 빠지려고 할 때, 우리가 슬픔에 잠겨있을 때, 우리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님을 알아보는 눈과 열린 마음입니다. 제자들도 처음에는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유령이다”라고 외쳤습니다. 아직 눈과 마음이 열리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러나 제자들은 “나다, 안심하여라.”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자 곧 주님을 알아보고 그분께 다가갔습니다. 늘 제자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베드로는 배에서 내려 물위를 걸어갔습니다. 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자 그만 무서운 생각이 들어 물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도 베드로와 같은 주님께 다가가려는 열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베드로처럼 우리 인생길에 맞바람이 불어 닥치면 그만 믿음이 약해져서 주님이 거기 계시다는 것을 잊고 두려워하고 무에 빠지게 됩니다. 베드로는 그때 주님께 구해 달라고 소리쳤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믿음이 약해져서 어려움에 처하게 될 때 도와달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달라고 외치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용기입니다.

 

  베드로는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베드로는 인간적인 약함 때문에 자주 넘어진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믿음과 용기를 지녔기 때문에 교회의 반석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믿음과 용기를 지니고 우리 인생이라는 배를 저어 앞으로 나아갑시다. 우리에게 불어오는 맞바람이 오히려 무더위를 식혀주기를 바랍니다.

 

 


출처 :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원문보기 글쓴이 : 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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