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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적 수모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09 조회수872 추천수3 반대(0) 신고
 

 <영적수모>

 

복음서를 살펴보면 예수께서 기적을 베푸실 때  무작정 들어 주신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분은 기적 요청을 받으시면 처음엔  거절 하는듯한 표현을 하십니다. 가나안 여 인의 딸 치유, 나자로의 부활, 왕실 관리의 아들 치유, 회당장의 딸 치유 등 많은 경우 기적을 바라는 사람에게 먼저 믿음을 요구하거나, 내면에 의심치 않는 믿음이 드러나도록 만드신 후에 비로소 치유의 기적을 시행하십니다. 그 방법도 사람 됨됨이에 따라 다릅니다. 믿음의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오늘 복음인 “가나안 여인의 믿음” (마태 15,21-28. 마르 7,24-30)의 경우, 예수님께서 어떻게 사람들을 믿음의 길로 이끄시는가 하는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복음서 내용을 살펴보면 예수께서 이스라엘 국경 바깥 이방지역인 띠로와 시돈을 지나셨을 때 가나안 여자가 찾아왔습니다.


   이 당시 이방인들은 이스라엘의  자녀가  될 특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연유인지 그녀는 메시아,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모든 것을 아마도 다 알고 계셨고, 그녀를 더 높은 영성에로 이끌기로 작정하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녀의 외침을 묵묵부답 모르는 체 하셨습니다. 


 그녀가 몹시도 시끄럽게 외쳤는지 제자들이 듣다못해 예수께 대신 알려줍니다.

“저 여자가 소리를 지르며 따라오고 있으니 청을 들어 주어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또 다시 알 수없는 답변을 하십니다. 단순히 침묵이 아닌 싸늘한 냉대였습니다. 

 “나는 길 잃은 양과 같은 이스라엘 백성만을 찾아 돌보라고 해서 왔다.”


   그러나 이 여인은 이 냉대에 굴하지 않고, 더 이상 내려 갈 수 없을 만큼 납작 엎드렸습니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하지만 예수님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또 다시 퇴짜를 놓습니다. 그것도 아주 듣기 거북한 말로…….

 “자녀들이 먹을 빵을 강아지에게 던져주는 것은 옳지 않다.”


   동냥은 못 줄망정 바가지는 개박 놓지 말라고 했는데, 예수님은 그녀의 자존심을 가혹할 정도로 뭉개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다루고 있는 사람의 인물됨을 알고 계 신 것입니다. 그녀가 영적 수모를 겪고 나서 단순한 기적을 어떤 표징으로 여길 수 있게 더 높은 수준으로 이끄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 사람의 영성 단계에 맞추어 믿음을 키워 주시고 계십니다. 그분이 사용하시는 가르침은 바로 침묵과 냉담, 거절과 수모입니다. 그런데도 이 여인은 “주님, 그렇기는 합니다,” 라고 대답하면서 수모를 순순히 받아들입니다. 주님의 말씀이 옳고, 전적으로 이의가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유머를 적절히 사용하실 줄 아는 분이셨습니다.


  구약에서 하느님도 유머를 자주 사용하십니다. 요나서 4,4-11의 내용을 보면 요나가 초막을 치고 그늘에 앉아 이 도시가 장차 어찌되는가 볼 심산을 갖습니다. 동쪽 산위에 올라 자리를 깔고 앉아 도시를 내려다봅니다.  그때 하느님은 아주까리 나무를 자라게 만들어 그늘을 만들어 주십니다. 편하게 쉬면서 감상하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곧바로 이튿날 새벽에 아주까리 나무를 벌레 먹어 말라 죽게 만드시는 장난을 요나에게 치십니다. 요나는 갖은 불평을 쏟아 냅니다. 요나는 하느님의 유모를 알아듣지 못한 것입니다.


  이 가나안 여인은 주님께서 자신을 응대하시는 기묘한 가르침을 간파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자기를 멸시해서가 아니라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가르침이라고 느꼈습니다. 곧 예수님의 유모에 유모로 응답하는 직관을 그녀는 깨달았습니다. 진리가 그분께 있다는 것을 더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기죽지 않고 유머로 응답합니다.


   “그렇습니다, 주님. 그러나 사실 강아지들도 그 주인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이 질문 뒤에  “예수께서 수긍하셨다.” 라는 대목이 그리스어 본문에는 있습니다. 즉 예수님께서 그녀의  유모를 인정 하신 것입니다. 그녀의 믿음을 인정하신 것입니다. 그리고는 비로소 그녀의 요청을 들어주시어 곧바로 그녀의  딸이 나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상대에게 “영적 수모”를 주시어 믿음으로 이끄시는 가르침을 주십니다. 깊이가 없이 기적만 바라는 믿음은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와 같아서 바람에 쉽게 뽑혀 나갑니다.


   하느님의 결심은 인간의 원칙과는 달리 바뀌기도 합니다.


  인간의 원칙은 이것 아니면  저것입니다. 그리고 제 뜻에 걸맞지 않으면 완전히 끊어 버립니다. 그러나 주님의  원칙은 우리와는 다른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이 바로 “사랑” 입니다. 사랑을 보시면 그분은 변하십니다.


     “사랑에 약한 자가 여자라는 속담이 있지만 주님은 더 약하십니다.”


  사랑이신 그분은 어떤 때는 행동하시길 지체하시고, 우리에게 길을 물어보시고 시험하십니다. 그분은 당신께 청하는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눈을 밝혀주십니다. 우리를 희망으로 이끌어 주시는 것입니다. 이 가르침을 사랑의 이끄심으로 알아듣고 유모 있는 여유로 새겨들어야 하겠습니다.


      주님, 당신은 사랑이십니다.

      어머니를 통하여 올리는

      저희의 간구를 들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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