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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복음묵상]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강아지’도 교회의 일원이다. / 박상대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09 조회수726 추천수4 반대(0) 신고

 2006년 8월 9일 연중 제18주간 수요일


 

 주님, 그렇기는 합니다마는 강아지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주워 먹지 않습니까?”

하고 말하였다.
그제야 예수께서는

“여인아, 참으로 네 믿음이 장하다!

네 소원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마태오 15,21-28)

 

 "Please, Lord, for even the dogs eat the scraps
that fall from the table of their masters."
Then Jesus said to her in reply,
"O woman, great is your faith!
Let it be done for you as you w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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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께서는 한 가나안 부인의 믿음을 보시고 그의 딸을 고쳐 주십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

 

 “웃는 사람에게 침을 뱉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에게 실망을 안기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선하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믿고 신뢰하는 사람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믿음을 보시고 기적을 베푸십니다. 성경은, 믿음이 없는 곳에서는 예수님께서 기적을 베풀지 않으셨다고 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늘 믿음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십니다. 믿음을 통하여 구원을 약속하십니다. 사실 사람들 사이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의 관계입니다.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도,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렇습니다.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강아지’도 교회의 일원이다.

-박상대신부-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기들만이 하느님 야훼로부터 간택된 백성이며 자기들만이 구원 받으리라는 배타적인 선민사상과 구원관에 사로 잡혀있었다. 비참했던 바빌론 유배 생활을 몸소 체험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당시 하느님께서 자기 백성들을 저버리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른바 로마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했을 때는 노예생활로부터 자기들을 해방시켜줄 메시아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기들의 이러한 정치적인 상황으로부터 해방시켜줄 메시아를 하느님께서 보내 주시리라 기다렸던 것이다. 이러한 메시아에 대한 기다림은 로마 군인들이 이스라엘의 전역에서 판을 치며 자기 백성들을 억압하여 자유를 박탈해 갔을 때 더욱 고조되어 갔다. 자유를 잃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루빨리 다윗의 자손 가운데서 메시아가 나타나 로마 제국을 무찔러 자기들을 해방시켜주고 메시아 친히 자기 나라의 왕으로 군림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백성들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메시아는 비천한 마구간 출신의 나자렛 평민으로 등장한다. 그분은 백성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지상의 왕국이 아니라 천상의 왕국을 선포하시며, 로마 군인들을 내어 몰기는커녕 가난하고 구박받고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 억압받는 이들에게 지상의 행복 보다는 천상의 행복을 약속하신다. 그분은 스스로 “나는 왕으로 군림하러 오지 않고 오히려 봉사하러 온 종이다.”라고 하신다.(마태 20,28; 마르 10,45) 모세의 율법에만 얽매여 형식만을 중요시하던 백성의 지도자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두가이파 사람들, 정치적인 메시아만을 기대하던 사람들은 이러한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임을 부인하고, 그분을 참된 메시아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그들은 예수의 행동거지 하나하나 마다 꼬투리를 잡고 올무를 걸어 씌우고 모함하여 결국에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로 고발하여 로마 군인들에게 넘겨 십자가형을 받게 하고 만다.


  이 모든 것을 미리 내다보신 예수께서 오늘은 갈릴래아 지방을 떠나 멀리 지중해 연안의 이방인들의 도시인 띠로와 시돈 지방으로 가셨다. 여기서 예수님은 고향을 떠나와 이곳에 사는 한 가나안 여인을 만나신다. 마귀가 들린 딸을 데리고 고향을 떠나 낯선 이방인의 도시 구석에 사는 가엾고 불쌍한, 남편도 없어 보이는 한 여인이다. 그러나 그녀는 남들이 갖지 못한 눈과 귀를 가졌다. 그것으로 보면 그녀는 누구보다 부자다. 예수를 알아보았고, 그분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여인이 오늘 예수께서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복음의 주인공이다. 예수께 대한 그녀의 태도는 선민(選民)도 아닌, 이스라엘 백성들로부터 비난 받던 한 이방인 여인의 전 생애를 건 마지막 희망이기에 이는 참된 믿음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녀는 마귀 들린 자신의 딸을 예수께서 분명히 구해주시리라는 확실한 믿음 속에서 큰 소리로 외친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가나안 여인의 계속적인 애달픈 간청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신다. 예수의 차가운 모습을 우선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그 분은 좀더 지체하시면서 그 여인의 마음과 믿음을 살피신다. 자꾸 소리를 지르며 따라오고 있는 여인을 돌려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제자들이 예수께 언질하자, 예수께서는 “나는 길 잃은 양과 같은 이스라엘 백성만을 찾아 돌보라고 해서 왔다.”하며 맞장구를 치신다. 예수의 이 말을 곁에서 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분명 사뭇 기뻐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도 이스라엘만이 하느님의 백성이며, 그들에게만 구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계시는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의 의도는 다른데 있다. 예수께 다가와 꿇어 엎드려 도와 달라고 간청하는 가나안 여인에게 예수께서는 다시 한번 차가운 말씀을 던지신다. “자녀들이 먹을 빵을 강아지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이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만 약속된 구원이 이방인들에게 나누어 질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말인 것이다. 예수의 부정적인 이 말씀 가운데는 이방인들에게도 구원이 나누어질 수 있다는 강력한 긍정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가능성이 바로 이어지는 여인의 장한 믿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인의 믿음에 찬 항구한 간청이다. “강아지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주워 먹지 않습니까?” 이 얼마나 강한 믿음인가. 보잘것없는 한 이방인 가나안 여인의 장한 믿음에 탄복한 예수는 그녀의 소원대로 딸을 치유해 주신다.


  이방인인 가나안 여인의 딸을 치유해 주심으로써 예수님은 이스라엘만이 선민으로서 하느님의 구원을 받으리라는 배타적인 구원관을 뒤집어 엎어버린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이건 이방인이건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참 메시아로 모시고 그 분께 믿음을 두는 자는 하느님의 백성임을 선포하신 것이다. 또한 이들에게 예수는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신 것이다. 보잘것없는 한 이방인 가나안 여인의 항구한 믿음에서 출발하여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고 세례를 베풀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힘입어 세례를 받고 미사 때마다 그분의 식탁 주위에 앉아 있는 우리들이 바로 새 이스라엘 백성이며,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이다. 이를 우리는 교회라 부른다. 오늘부터 이 교회에는 주인의 밥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강아지도 속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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