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프라하의 아기 예수님 / 류해욱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11 조회수781 추천수7 반대(0) 신고



프라하의 아기 예수님



    우선 여러분들께 기도 성원의 덕분으로 성지순례 잘 다녀왔다는 인사를 드리며  성지 순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한 대목을 나눕니다.

  체코 프라하의 아기 예수 피난처 성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메쥬고리예 도착 다음날부터 시작된 감기 몸살이 가장 심하던 날이라 몸은 힘들고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태라서 내심 어떻게 미사를 드릴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요. 그런데 유명한 ‘은총의 아기 예수상’이 모셔져 있는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흥분된 마음으로 성당에 도착하여 제의방을 찾았지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수녀님이 얼마나 친절하게 제의를 차려 주시고 입는 것까지 도와주시던지 시작부터 한번 감동을 먹었습니다. 

 

  저는 워낙 유명한 성당이라 계속 순례자이 붐비고 있어서 당연히 작은 경당에서 한국말 미사를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아름답고 화려하게 꾸며진 성당의 중당 제대에서 한국말로 미사를 드릴 수 있었답니다. 이층 파이프 오르간실로 안내된 순례단의 연주자인 모니카 씨에 의한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의 반주로 한국말 성가가 울려 퍼지면서 미사가 시작되었고요. 나름대로 준비한 강론을 하고 나니 어떻게 심하게 기침이 나오던지 간신히 미사를 마칠 수 있었어요.

  미사가 끝났을 때였어요. 감동의 클라이맥스입니다. 제가 제의실로 들어가자 그곳의 신부님이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순례자들의 음악이 아름다웠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순례자들에게 아기 예수상이 있는 상본을 하나씩 주고 싶다고 하셨지요. 당신의 책상 서랍에서 상본을 꺼내어 손에 들고 같이 성당으로 나가자고 하시더군요. 저는 간단한 인사말을 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저희 순례자들에게 다시 한번 한국 성가를 부르라고 청하셨지요. 진심으로 아름답다고 칭찬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어요. 그리고 저희에게 들려준 한 마디 말이 그날 제가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했던 강론을 무색하게 만들고 저희 순례자들의 가슴에 뺄 수 없는 화살을 박았지요.  

  “저기 보이는 아기 예수님은 다만 이미지일 뿐입니다. 진짜 예수님은 바로 여러분들의 가슴에 계십니다.”
  “진짜 예수님은 바로 여러분들의 가슴에 계십니다.”

  그 유명한 ‘은총의 아기 예수상’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으시고 진짜 예수님은 바로 여러분들의 가슴에 계시다는 그 말만 두 번 반복해서 하셨지요.
  저는 그 말을 새기며 그 ‘은총의 아기 예수상’을 오랫동안 바라보았어요. 이미지의 예수님을 찾으면서 가슴에 계시는 예수님을 외면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게 도와달라고 기도했지요.

  프라하의 ‘은총의 아기 예수상’에 대해 간단히 소개합니다.

  프라하의 ‘은총의 아기 예수상은 원래는 스페인에 모셔져 있었는데 체코의 프라하까지 오게 되었답니다. 지금은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시의 ''승리의 마리아 가르멜 수도원'' 소속의 아기 예수 피난처 성당에 모셔져 있습니다. 스페인의 한 수도원에서 발현한 아기 예수님의 모습대로 재조된 이 성상이 프라하에 모셔지게 된 경위는 대략 이렇습니다.
  
  스페인 남부 코르도바(Cordoba)와 세비야(Seville) 사이에 있는 과달키비르(Guadalqivir) 지역에는 원래 옛날 스페인 땅에서 유명했던 어느 수도원이 있었는데 회교인들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었답니다. 그 후 폐허 위에 몇 명의 수도자들만이 살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들 가운데에 아기 예수님께 대한 신심이 깊은 한 수사가 있었지요. 그가 어느 날 열심히 바닥을 쓸고 있을 때였답니다. 아주 맑고 깊은 눈을 지닌 한 아이가 갑자기 그의 앞에 나타났답니다. 그 아이는 그 순간 그에게 많은 기쁨을 선사하며 말했지요. 

  "요셉 수사님, 정말 비질을 잘하시네요. 바닥이 눈부시게 번쩍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지금 성모송을 기도하실 수 있으세요?"
  그는 약간 당황하였지만 사랑스런 눈으로 그 아이를 바라보면서 대답하였답니다.
  "그럼, 할 수 있고말고."
  "오, 그럼 바로 지금 당장 성모송을 기도해 주세요." 

  요셉 수사는 그 자리에서 두 손을 모으고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하며 성모송을 이어나갔는데 "…….태중의 아들 예수 또한 복되시도다" 에 이르렀을 때 그 아이가 갑자기 "그게 바로 나예요" 라고 외쳤답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지요. 자신 앞에 서 있는 아이는 바로 아기 예수님이셨던 것을 알았지요. 그런데 그것을 깨닫는 순간 곧 그 아이는 사라져버렸답니다. 그 후 요셉 수사는 아기 예수님께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찼고 다시 그 아기 예수님을 만나고 싶은 그리움으로 마치 죽을 것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지요. 

  수많은 고독의 날들이 지나갔지만 그 아기가 보인 작별의 미소는 그의 가슴 속에서 계속 불타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답니다.
  "내 모습대로 밀랍 인형을 만들어 주세요."
  그는 그의 모습대로 밀랍인형을 만드는 것이 그의 거룩한 의무라고 느끼며 재료를 부탁하러 곧바로 수도원장에게 달려갔답니다. 그리고 사랑에 넘치는 두 손으로 그 아기의 모습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던 것이지요. 그의 그리움은 채워졌고, 그는 너무나 행복했답니다. 아기가 사라진 뒤 그는 기억을 더듬어가며 여러 가지 모습을 만들었지요. 그런데 그의 방 안에 한 무리의 천사들에 둘러싸여 그 하늘 아기가 또다시 나타났답니다. 

  아기 예수님은 문지방에 서서 말했다.
  "나입니다. 내가 왔어요. 이제 이 작품은 완벽하게 진행될 수 있어요. 나를 쳐다봐요. 이제 당신은 내가 지닌 천상의 얼굴 표정을 그대로 밀랍에 새길 수 있어요."
  그는 그 아기의 모습대로 밀랍에 형을 떴고 가슴은 기쁨으로 차올랐지요. 작품을 완성하고 감동에 젖은 그는 무릎을 꿇었고, 두 손에 머리를 파묻고는 이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그 자리에서 평온하게 숨을 거두었답니다. 영원한 사랑이 그에게 입맞춤했고, 천사들은 그를 천국으로 데려갔지요. 

  수도원장은 성대한 행렬을 갖추어 그 밀랍 상을 성당에 모셨답니다. 그런데 요셉 수사가 죽은 다음날 밤, 그가 수도원장 앞에 나타나 말했습니다.
  "부족한 제가 만든 이 아기 예수상은 여러분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일 년 후에 도나 이사벨라 후작 부인이 와서 이 천상 아기를 모셔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를 곧 따님인 마리아 만리케쯔에게 결혼 선물로 주게 될 것이므로 여러분은 이후에도 언제나 사랑과 존경을 지니고서 이 아기 예수님을 생각해야 합니다. 마리아는 이 아기를 고향에서 멀리 떨러진 머나먼 보헤미아 지역으로 모셔가게 될 것입니다.
  그곳 프라하에서 아기 예수님은 많은 사람들의 경배를 받을 것이며 암담한 날들에는 도움을 많이 줄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이 선택한 그 땅에 은총과 평화와 자비가 내릴 것이며 이 아기는 그 나라를 사랑과 지혜로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보헤미아 민족은 그의 민족이 될 것이며 이 아기는 그 민족 한가운데서 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는 그들의 영원한 왕이라 불릴 것이며 이 왕은 은총으로 그들에게 충분한 보답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민족과 나라들로부터 ''은총이 충만한 프라하의 아기 예수님'' 이라고 불릴 것입니다. 이 아기 예수님께 청원하는 모든 이에게 지구 끝까지라도 축복과 도움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한편 도나 이사벨라의 딸인 마리아 만리케쯔(Maria Manriquez)는 보헤미아의 귀족, 브라티슬라 폰 페른스타인(Vratislar von Pernstein)과 결혼할 때 그녀의 가문에서 이미 ''오랫동안 기적을 행하는 아기'' 로서 공경되며 귀중한 가보로 전해지던 이 아기 예수상을, 오래 전에 요셉 수사가 예언한 대로,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아 시댁이 있는 보헤미아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마리아 만리케쯔는 그것을 다시 자신의 딸, 마리아 폴리세나(Maria Polixena)가 영주 아달베르트 폰 롭코비츠(Adalbert von Lobkowitz)와 결혼할 때 선물하였지요. 그런데 1623년 남편이 죽음으로써 과부가 된 후에도 폴리세나는 돈독한 신앙생활과 이웃사랑으로 생애를 보냈는데 그녀는 특히 프라하 지역에 위치해 있는 승리의 마리아 가르멜 수도원 수사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수사들은 그 수도원의 창설자요 후원자며 가장 큰 은인이었던 황제 페르디낭드 2세가 왕궁을 비엔나로 옮긴 이후 커다란 곤경에 빠져 빵 한 조각도 먹기 힘든 극심한 빈곤상태에 처해 있었지요. 이 슬픈 상황을 전해들은 롭코비츠가의 영주 부인 폴리세나는 자기 스페인 선조의 가보인 값비싼 보옥으로 된 아기 예수상을 그 수도원에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녀는 그 예수상을 주면서 말했답니다.
  "제게 가장 소중한 것을 여러분들에게 드립니다. 아기 예수님을 공경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에게 아무런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스페인에서 옮겨져 프라하에 정착하게 된 이 아기 예수상은 약 60Cm 정도의 크기에 나무로 조각되어 그 위에 밀랍이 씌워져 있습니다. 세 살 정도의 아이 모습을 하고 있으며 값비싼 대관식용 외투를 걸치고 있는 머리에는 아주 큰 보석으로 장식된 왕관이 씌여 있습니다. 왼손에는 십자가가 달린 지구의를 들고 있으며 오른손은 축복을 내리는 듯 위로 들고 있고 ''하느님의 미소''를 머금은 다정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체코 사람들에게 ''은총의 아기상''은 삶의 어떠한 상황에도 축복을 내려주시는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761년에 출판된 옛 책자에 이렇게 쓰여 있다고 합니다.
  "은총에 찬 이 성상 앞에서 믿음을 가지고 기도하는 이들은 누구나 위험에 처했을 때는 도움을, 우울할 때는 위안을, 빈곤할 때는 도움을, 불안할 때는 안정을, 절망할 때는 희망을, 병들었을 때는 건강을 얻게 된다. 은총에 가득 찬 이 성상의 자비로운 두 눈은 온통 사랑의 불꽃을 내뿜을 것이며, 입가의 미소는 감미로움에 젖게 하고 그 아름다움은 모든 감정을 압도한다. 이 놀라운 은총의 아기에 의해 치유되지 않은 것은 없다. 이 아기는 적대감을 없애며, 갇힌 자를 해방하고, 죽음의 선고를 받은 이를 구원하며, 뉘우칠 줄 모르는 죄인을 회개시키며, 자녀가 없는 이들에게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축복을 내려 준다.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 되어 준다." 

  프라하의 아기 예수님을 찬미하는 미사와 영성체를 통해 계속해서 여러 가지 치유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프라하의 아기 예수님께 드리는 어린이들을 위한 기도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여러분들도 어린이가 되어 순수한 마음으로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아기 예수님께 드리는 기도 (어린이용)



 
                   아기 왕자 예수님!

                    저는 예수님을 사랑합니다.

                    제 친구이신 아기 예수님,

                    저는 예수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싶어요.

                    저를 아기 예수님처럼 지혜롭고 슬기롭도록 도와주시고,

                    열심히 공부 잘하며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제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형제들과 서로 사랑하는 착한 어린이가 되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우리 온 가족이 아기 왕자 예수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의 축복 속에 살아가는 성가정이 되게 해주세요.

                   성모님과 성 요셉 그리고 모든 천사들과 성인 성녀들이여,

                   우리 모두 영원히 아기 왕자 예수님을

                   찬미하고 영광 드리게 도와주세요.

                   오, 프라하의 아기 예수님,

                   제 기도를 들어주시고,

                   제가 청하는 바를 허락하여 주세요(3번).

 

                        - 류해욱 신부 / 예수회 (서강대 신학대 교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