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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0 ; 마지막 회 > 예수님,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11 조회수776 추천수9 반대(0) 신고

 

 

 

                예수님,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어쩌면 그날은 내 사망일이었다. 그리고 지금쯤은 사람들이 내 삼우미사를 지내고 연도를 바치면서 “우리 신부님은 곡 그 승질(성질)대로 가셨으라우!” 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혀를 차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을 것이었다.


   차가 왕창 부서지고 자매님 한 분이 어깨에 골절상을 입었던 사고는 마치 어설프게 씌어진 시나리오처럼 그렇게 연출한 작품이요, 망신이었으며, 또한 죄악이었다.


   그날 광주에는 우리 본당의 세 자매들이 3박 4일 코스로 강도 높은 피정을 하고 있었다. 못 간다는 것을 억지로 붙잡아 ‘명상의 집’에 묶어다 놓고는 아무래도 중간에 한번쯤은 찾아 주는 것이 인사다 싶어 몇 사람과 상의해서 시간을 받았으며 관례대로 우리는 비밀을 지켜야 했기 때문에 함께 철야를 하던 자들에게는 연막전술을 썼고 낌새를 감지하려는 회장을 철저히 배제시킨 채 다섯명의 남녀가 광주를 향해 함평을 출발한 것은 정확히 새벽 두시 반이었다.


   내가 직접 핸들을 잡은 새벽의 기상조건은 양호 했다. 전날 오전에 눈이 좀 왔으나 다 녹았으며 가끔 센 바람이 지나가긴 했으나, 로사리오를 바치며 새벽을 달리는 우리의 우정은 참으로 은혜요 기쁨이었으며 그리고 일종의 품앗이였다.


   도로에 모래가 뿌려진 것을 처음 발견하게 된 것은 나주로 들어서는 고개부터였으며 이따금 차들이 길가에 쑤셔 박힌 모습들을 보고는 좀 이상하다고는 여겼으나 여전히 감을 잡지 못한 채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무모했으며 스스로 살인을 자초하고 있었다.


   남평이란 곳에서 광주로 올라가는 고갯길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찾아오고 있었다. 이미 제한 속도 70을 넘은 직선 거리에서 갑자기 바람을 탔다 싶었는데 차는 순식간에 지그재그로 사정없이 미끄러지면서 언덕 밑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핸들을 꼭 잡았으나 때는 이미 늦었으며 마지막이다 싶어 주님의 이름을 부른채 눈을 감아 버렸다.


   “하이고오! 신부님은 워쩔려고 그란다요!”

   어디선가 울음도 아니요 웃음도 아닌 소리가 아스라이 들리는 것도 같았고 우리 모두가 세차게 흔들리면서 부터는 아무것도 안 보였으며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다만 눈을 떴을 때는 연옥도 아니요 지옥도 아니란 것을 알았으며 한 명만이 약간의 부상을 입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무사했다.


   실로 하느님의 자비요 구원이었다. 우리가 차 밖으로 나왔을 때 도로는 엄청난 빙판이었으며 베스타는 막판에 뒤로 홱 돌아서 난데없는 전신주에 받혀 마치 깡통처럼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은혜요 감격이었다. 시각은 새벽 세시 십분이었다.


   예수님,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돌아선 나는 새로운 부활을 바라보면서 어두운 새벽을 헤쳐 나오고 있었다.



 - 낭만에 초쳐먹는 소리 중에서 / 강길웅 요한 신부(소록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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