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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예언자. 이제민 신부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12 조회수648 추천수2 반대(0) 신고

 

예언자 1

요한복음 6장은 예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 이상의 사람들을 먹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며 요한은 이렇게 쓴다.
“사람들은 예수께서 일으키신 표징을 보고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예언자시다’ 하고 말하였다.(14절)
오병이어의 이야기는 예수님이야말로 인류가 기다리는 예언자라는 말을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분에게서 빵을 많게 한 기적만을 보고자 한다.
그들에게 예언자는 빵의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에게 예언자는 누구일까?
빵의 기적 이전에 그분께서 보이신 그분의 언행에 잘 드러난다.
세상 사람들은 급박한 상황에서 질문한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이 질문은 인간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 질문은 자기 인생의 현재와 미래를 소유에 걸고 있는데서 나온 걱정이기도 하다.
열왕기 후서에도 같은 질문이 나온다.
“보리빵 스무 개로 어떻게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습니까?”(2 열왕 4,43) 이리하여 우리의 인간적인 걱정은 태산처럼 쌓여간다.
세상 사람들은 자기 배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빵 다섯 개로 어찌 이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가 하고
배고픈 자를 생각하면서 그들의 입장에서 질문을 던지지만
실상은 거기 모인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배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
빵 다섯 개를 오천 개로 나누었을 때 자기에게 돌아오는 량은 적을 수밖에 없다.
남을 끌어 들여 하는 그 질문은 그러므로 사실상은
자기 배를 위한 이기적이고 그러기에 위선적인 사고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이 질문은 소유에 근거한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는 빵을 나눌 수 없다.
사람들은 빵을 소유하려고 치열한 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다.
이런 질문으로는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없다.
휴머니스트의 마음 한 복판에는 이렇게 이기심과 전쟁이 자리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과는 달리 예언자는 현재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한다.
살리고 죽이는 것은 하느님의 손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살리는 것만이 감사한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를 거두시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나눌 줄 안다.
빵은 자기의 소유가 아니며 자기 배만 불리기 위한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엘리사는 걱정하는 그들에게 말한다.
“이 군중에게 먹도록 나누어 주어라.
주님께서 이들이 먹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2 열왕 4,43)
이런 말을 할 수 있었기에 엘리사는 예언자였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하는 질문을 초월하여 산다.
그런데 예수님은 엘리사보다 더 위대한 예언자,
인류가 기다리는 ‘그’ 예언자이다.
걱정하는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에서 이를 느낄 수 있다.
“그들을 앉게 하여라.”
이 말씀에는 생과 사를 쥐고 계시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철저히 깔려 있다.
예수님의 이 말씀에서 보통 사람들의 세계를 완전히 초월한 예수의 삶이 확연히 드러난다.
먹을 것으로 걱정이 가득한 사람은 자리에 앉지 못한다.

사람들을 자리에 앉힌 예수께서 이번에는 놀랍게도 빵을 들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신다.
그리고 빵을 나누어 주셨다.
“빵 다섯 개로 어찌 이 많은 사람을?” 하고 걱정하는 사람은
풀밭에 조용히 앉지도 못할뿐더러 그 빵을 들고 감사의 기도를 올릴 수도 없다.
그들의 마음에는 배부르면 감사하고
배고파 죽을 지경이면 털어놓을 불평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에게 하느님은 생사의 하느님이 되지 못한다.
우리가 기다리는 예언자는 이런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는 자이다.
그는 스스로 매사에 감사하면서 우리에게도 매사에 감사하며 살라고 선언한다.
마태오 복음에 보면 예수님은 군중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측은지심이 발동하여 기적을 일으키신 것이다. (14,13-21)
예언자는 측은한 마음을 가진 자이다.
자기의 배가 곯을까 걱정하며 이기적이 되고 소유에 집착하는 세상 사람들은
배타적이 되고 감사를 모르는 불만의 인간이 되지만
남의 배가 곯을까 걱정하는 예언자는 자비의 인간이다.
그는 남을 위하여 있는 자이다.
나는 오늘 누구의 질문으로 세상을 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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