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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57) 누가 살아있는 빵인가 / 김귀웅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13 조회수801 추천수3 반대(0) 신고

 

                                                      

 

             누가 살아있는 빵인가

 

                                                  글쓴이 : 제주도 신창성당 김귀웅 주임신부님

             

 

지난 봄, 사순절에 가정방문을 하였다.

우리 성당은 공소 두 곳을 포함하여 전부 300가구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250여 세대를 한 달 정도에 다 방문했으니, 도시 같으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250여 가구 중 거의 대부분 할머니 혼자만 사시거나 노부부가 사신다.

교적 상으로는 자식들도 많지만, 함께 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중에 헤아려보니 3분의 1이 타지에 살고 있었다.

 

사실 아무런 문화 혜택도 없고, 농사와 바다일 말고는 특별한 직장도 없는 이런 시골에 어느 젊은이가 살고 싶을 것이며, 누가 이런 시골에 살라고 말하겠는가?

할머니 이외에 다른 가족이 교적에 있으면 반드시 어디에서 무엇을 하느냐고 묻게 된다.

그럴 때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제주 시내에 살고 있거나, 광주나 서울 등 대도시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식들은 다 큰 도시나 많은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곳으로 보내고 늙은이들만 남루한 촌구석에 남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도시에 살고 있는 자식들이 어르신들에게는 자랑거리였다.

자식이 대도시에 산다는 말은 그가 대학교를 다녔다거나,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거나 하는 자랑스러운 뜻을 품고 있다.

노인들도 시골을 떠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그 밑바닥에 깔려있었다.

 

노인들이 사는 집마다 똑같은 풍경이 또 한 가지 있다.

어르신들의 장례 때 쓰일 영정사진과 함께 손자들의 사진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이다. 손자가 태어나자 마자 눈도 뜨기 전에 찍은 사진부터 시작해서 백일 사진, 돌 사진, 그리고 더 자라 부모님과 놀이공원에 놀러가서 멋진 포즈로 찍은 사진, 사각모를 쓰고 찍은 유치원 졸업사진 등 온통 어린아이들 사진으로 가득하다.

일 년을 지내면서 몇 차례 보지도 못하지만 사진으로나마 바라보는 어린 손자들이 썰렁한 시골집을 그나마 사람 사는 집답게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시골집을 지키는 노인들은 멀리 떠난 자식들, 그리운 손자손녀를 떠올리며 매일같이 묵주 알을 굴리신다.

어디에서 살고 있고, 어디를 다닌다고 자랑삼아 말씀하시는 노인들의 그 마음을 멀리 떨어진 자식들, 손자들은 과연 알고 있을까?

온갖 우여곡절을 거친 고생과 희생으로 자식들을 키워 대처로 보내고, 죽을 날까지 정성으로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시는 우리의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들.......

 

우리는 그렇게 우리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양분으로 삼아서 지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바로 우리에게 있어서 살아있는 빵이요, 우리는 그들을 먹고서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예수님이 바로 우리에게 살아있는 빵이요, 우리는 그분을 먹고 살아가듯이.......

 

                                 출처 : 가톨릭 다이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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