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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어나 먹어라. 갈 길이 멀다.” ----- 2006.8.13 연중 제19주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14 조회수549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말씀)

 

 

 

2006.8.13 연중 제19주일                                              

 

열왕상19,4-8 에페4,30-5,2 요한6,41-51

                                                

 

 

 

 

 

“일어나 먹어라. 갈 길이 멀다.”

  

방금 전, 화답송 후렴처럼,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보고 맛들이기 위해

우리 모두들 이 은혜로운 미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밖에서 보면 문제없어 보이는 대부분 사람들,

잘 들여다보면 나름대로의 어려움을 지니고 고단한 광야 인생을 살아갑니다.


작년 어느 수녀원 피정 지도 때,

식당 위에 큰 글자로 써 붙인 글을 보며

피정에 정말 잘 어울리는 내용이라 생각하며 흐뭇해 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1독서에서 천사가 엘리야를 격려하며 한 말이었습니다.


“일어나 먹어라. 갈 길이 멀다.”


광야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얼마나 큰 힘과 위로가 되는 말씀인지요.

광야 인생 여정 중, 우선 적으로 필요한 게 ‘영혼의 쉼터’ 마련입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고 고단할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오늘 1독서의 장면,

그대로 우리의 광야 인생 여정을 압축,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제벨의 독수(毒手)를 피해

광야로 도망치는 엘리야의 절박한 상황이 눈에 선합니다.


“엘리야는 하룻길을 더 걸어 광야로 나가 싸리나무 아래로 들어가 앉아서,

  죽기를 간청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삶이 절실하고 간절해야 저절로 기도가 터져 나오는 법입니다.


“주님, 이것으로 충분하니 저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

  저는 제 조상들 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고단한 인생 여정 중,

머물러 쉬며 주님을 만날 수 있는 싸리나무가 있습니까?

 

물론 싸리나무가 상징하는 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한적한 영혼의 쉼터입니다.


바로 오늘 여러분은 고단한 심신을 주님으로 충전시키고자

엘리야의 싸리나무와도 같은 요셉 수도원 성전에서

거룩한 생명의 잔치 미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감사하고 은혜로운 성체성사인지요.


“일어나 먹어라. 갈 길이 멀다.”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광야 순례 인생 여정, 아직도 멀었습니다.


엘리야가 먹고 마신 빵과 물대신,

우리는 미사 중 말씀과 성체의 빵,

그리고 성혈로 우리의 영육을 배불릴 것입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니라 하느님 말씀으로 삽니다.
육신의 양식만으론 부족합니다.
도저히 영혼의 배고픔과 갈증을 해결할 길이 없습니다.


말씀의 빵을 먹어야, 성체의 빵을 먹어야

튼튼한 믿음에 영혼이 살고 이어 육신도 삽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얼마나 적절하고 고마운지요.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주님을 믿음이 영원한 생명이요,

생명의 빵인 성체를 모심으로 영원히 사는 우리들입니다.


우리뿐 아니라 세상에 생명을 주는 주님의 살,

성체성사의 은총이 있기에 존속되는 세상임을 깨닫습니다.


우리의 광야 순례 인생 여정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거듭 말씀하십니다.


“일어나 먹어라. 갈 길이 멀다.”


지친 몸을, 좌절로 쓰러진 몸을 일으켜 세우고 먹어야 합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기 때문입니다.


살기위해 말씀과 성체를 먹고 영원한 생명으로 충전시킨 후

광야 여정에 오르는 겁니다.


“엘리야는 일어나 먹고 마셨다.

  그 음식으로 힘을 얻은 그는 밤낮으로 사십일을 걸어,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다.”

막연한 인생 여정이 아니라

하느님 계신 우리 본향을 상징하는 ‘하느님의 산 호렙’을 향한 여정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매일, 또는 주일 마다

엘리야의 싸리나무 품 같은 성전 안에서

주님의 말씀과 성체의 빵을 먹고 영원한 생명을 체험하며

원기충천 해져야 합니다.


엘리야는 밤낮 사십일을 걸어 하느님의 산 호렙에 도착했지만,

우리는 몇 년, 아니 몇 십 년 후 세상을 떠나

하느님 계신 본향에 도착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때때로 갖는 엘리야의 싸리나무 아래 체험과도 같은 피정이,

거룩한 미사시간이 그토록 중요한 것입니다.

 

주님과의 기탄없는 대화나 침묵의 기도로, 또 충분한 휴식으로

영육의 스트레스도 풀고,

말씀의 빵, 생명의 빵인 주님으로 영육을 충전시키기 위해서입니다.


하늘에서 내려 온 생명의 빵 주님을 믿어야,

주님을 모셔야 비로소 영원한 생명입니다.

 

이미 여기서 하느님의 놀라운 자비와 은총을 체험합니다.
그러나 영원한 생명은 열매로서 드러납니다.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린 이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해 주는 이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용서하신 것처럼 서로 서로 용서하는 이들,

두말할 것 없이 영원한 생명을 사는 이들입니다.


그러니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사랑 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어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다.

 

우리의 광야 순례 인생 여정 중 늘 함께 하시는 주님은 이 복된 미사 중,

생명의 말씀과 빵을 주시며 우리를 격려하시며 위로하십니다.


“일어나 먹어라. 갈 길이 멀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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