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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길. 류해욱 신부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15 조회수665 추천수2 반대(0) 신고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길



콜베 신부님!

사랑은 죽음보다 강한 것임을

당신은 죽음으로써 증명해 주셨습니다.

흰 순결의 관과

붉은 순교의 관을

성모님께 받으신 그 날부터

당신은 이미 순교의 성인이셨습니다.


양심의 소리대로 이웃을 대신하여

당신의 생명을 던지신 그 사랑의 실천은

모든 것을 공명정대하게 기록하고 계시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

십자가의 믿음이었습니다.


진정한 승리는 전쟁터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선과 악, 죄와 사랑의 마음의 싸움터에서

사랑을 위한, 사랑의 이름으로 승리하는 것임을

당신은 순교로써 일깨워 주셨습니다.


당신의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힘이

원죄 없으신 성모님께 향한 믿음이

절망에서 희망을 피워낸 놀라운 힘이

저희 마음속에서 사랑의 불씨로 남게 하소서.


마지막 순간까지 하느님의 양떼를 돌보았던

당신의 굳건한 모습에서

하늘과 땅이, 땅과 하늘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깨닫게 해 주십시오.

성모승천 대축일 전날인 오늘 콜베 신부님 축일을 맞아 자신의 생을 원죄 없으신 성모님과 복음의 봉사를 위해 봉헌하고, 이웃을 대신하여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하신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신부님의 삶을 묵상하기로 해요.

  “삶, 죽음, 영생, 모든 것이 당신의 것입니다. 오, 원죄 없으신 동정녀여, 당신의 마음   에 드는 모든 것을 저에게 하소서.”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장소는 독일인들이 ‘아우슈비츠(Auschwitz)’라고 불렀던 유태인 강제 수용소입니다. 먼저 “사랑하십시오, 이것이 전부입니다.”라고 말씀하시는 콜베 신부님의 신념에 찬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오백만 명 이상의 수형자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혹독한 고문을 받고 죽어갔던 참혹한 수용소 연병장에서 아침 점호를 받고 있는 콜베 신부님의 곁으로 천천히 걸어가 보십시오.

  7월말 신부님이 있던 감방에서 한 사람의 탈출자가 생겼습니다. 한 사람이 도망치면 그 대가로 같은 감방에 있던 죄수 10명은 굶어 죽어야 했습니다. 7월의 폭염 속에서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죄수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서 있는 콜베 신부님의 무엇인가 결심한 듯한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십시오. 콜베 신부님은 영혼의 깊은 침묵 속에서 성모님과 함께라면 못할 일이 없다는 믿음의 길을 걸을 때가 가까이 왔음을 직감하신 것입니다.

콜베 신부님은 이미 10살 때 어떤 특별한 체험으로 성모 마리아에게 완전히 마음을 사로잡혔습니다. 무척 말썽꾸러기였던 그는 어머니의 심한 꾸중을 듣고서는 슬픈 마음으로 체스토코바 성모님(검은 성모님)의 제단으로 가서 성모님께 장차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때 성모님께서 흰 색의 왕관과 붉은 색의 왕관을 들고 나타나서는 어린 소년 라이문도 콜베에게 어느 관을 갖고 싶은지 물으셨습니다. 흰 색은 순결을 붉은 색은 순교를 뜻합니다. 그는 두 개를 모두 달라고 하였고 그의 대답에 성모님은 살며시 미소 짓고는 사라지셨다고 합니다. 그 이후 성모님은 신부님의 마음의 친구이시자 여왕이셨으며 주인이 되셨습니다.

  독일의 폴란드 점령 당시 나치스는 그들에게 위험한 존재로 여겨졌던 가톨릭 사제들을 검거하기 시작했고, 콜베 신부님은 폴란드 레지스탕스의 지하신문 인쇄를 도와주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가톨릭 사제였기에 감옥에서 더욱 큰 고통을 받았지만 언제나 타인을 위해 고통을 참았으며, 피투성이가 된 채 소름 끼치는 치료소에서도 콜베 신부님은 치료소의 제일 나쁜 장소인 출입구 옆을 골라잡고서는 죽어 가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해 주셨습니다.  


“나의 모후, 나의 주님, 나의 어머니, 오 원죄 없으신 동정녀여, 당신은 약속을 지키시   는 분이십니다. 나는 지금 이 시간을 위해 태어났습니다.”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장소는 다시 아침 점호를 받던 그 수용소 연병장입니다. 이제는 저녁 점호 시간입니다. 하루 종일 폭염 속에 서 있는, 고문을 받고 탈진한 채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던 14호 감방의 죄수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는 수용소장 프리치의 잔인한 모습을 바라보십시오. 그는 10명을 굶겨 죽이겠다며 그들에게 다가서고 있습니다. 그의 기분대로 선택된 10명의 공포에 질린 눈동자와 거친 숨소리를 들어 보십시오. 또 살아남은 자들의 낮은 안도의 한숨 소리도 들어보십시오. 인간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선택 당한 10명은 굶어 죽게 되었습니다. 끔찍한 공포의 전율이 느껴진다면 그 느낌 안에도 잠시 머물러 보십시오. 그리고 그들 10명 중 어느 한 사람의 울부짖는 소리에도 귀 기울여 보십시오.

  그 때 수인번호 16670번을 가슴에 단 콜베 신부님은 그 울부짖는 사람 대신 자신이 죽겠다고 나섭니다. 담담히 말하는 콜베 신부님과 그가 왜 그러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수용소장 프리치의 상반된 표정을 바라보며 그들의 대화를 들어 보십시오.

  “너는 누구냐?”

  “가톨릭 사제입니다.”

  신부님은 수도자라고도 프란치스코회원이라고도 하지 않고 오직 사제라고만 대답하였습니다. 그 대답의 의미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사제로서 죽을 것이고, 사제이기 때문에 죽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수용소장 프리치는 바로 ‘안 된다’라고 대답하지 못한 채 침묵하고 있고, 그 긴 침묵 속에 콜베 신부님은 마치 평화 속에서 미사를 올리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계셨습니다. 그 외경스러운 모습이 상상되시는지요?

  자신의 결정을 결코 번복한 적이 없었던 수용소장이지만 이때만은 콜베 신부님의 청을 들어주기로 합니다. 그때 지평선에 걸린 태양은 성체 현시대처럼 빛났다고, 살아남은 자들은 들려주고 있습니다.


  음습하고 캄캄한 지하의 아사 감방을 향해 걸어가는, 맨발의 10명의 죄수들과 그 뒤를 양떼를 모는 목자처럼 따라가고 있는 콜베 신부님을 함께 따라가며 그의 사랑 안에 오래 머무르십시오.

  지옥의 축소판인 아사 감방은 목마르고 굶주린 사형수들의 아우성으로 떠나갈 듯하지만 신부님과 함께 한 10명의 사형수들은 아우성 대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노래 소리는 옆 감방으로 전해져 그들도 울부짖는 소리 대신 노래로 화답했고 이어서 이 감방, 저 감방이 노래와 기도로 화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절망의 한가운데서 들려오는 낮은 노래를 가슴이 충분히 젖을 때까지 함께 따라 불러 보십시오. 그 노래는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에게 약속된 승리의 노래였고 사랑의 노래였습니다. 한 신부님이 보여준,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는 신념과 행동이 생지옥 같은 감방을 성당으로 바꾸어 놓았던 것입니다.

  콜베 신부님은 감방 한가운데서 무릎을 꿇거나 서서 기도하며 죽어가는 사람들의 영혼을 하느님께 맡겨드리며 사제로서 그들의 임종을 도왔습니다.

  1941년 8월 14일, 성모 승천 대축일 전야에 비인간적이고 비그리스도적인 잔인성은 신부님의 지상에서의 생명을 페놀주사로써 앗아가 버렸습니다.

  깨끗하고 빛을 발하는 시신의 모습과 맑고 빛나는 얼굴로 순교하신 신부님의 모습에 우리의 영혼이 오래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십시오.


  사랑만이 증오를 이길 수 있음을,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갖기 위해서는 인간 신뢰가 우선이어야 함을 신부님께서는 한없는 사랑으로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것도 수도원의 평화 속에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지옥과 같은 증오를 키워내는, 인간성이 제거된 수용소의 공포 속에서 실천하셨습니다.     

  원죄 없으신 동정녀 성모님께서는 당신의 승천 대축일이 시작되는 전야에 콜베 신부님께 영광의 월계관을 씌워 주시기 위해 그를 하늘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성모님의 사랑 안에서 천국에서 더 많은 사랑을 나누고 계실 콜베 신부님의 모습을 그리며, 여러분들도 온전히 자신을 성모님께 맡겨 드릴 수 있는 은총을 전구해 주시도록 청하면서, 콜베 신부님이 즐겨 하시던 말씀으로 기도를 마치십시오.

     

  “이 지상에서 우리는 한쪽 손으로밖에 일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손으로는 우리가   타락하지 않도록 우리를 단단히 붙잡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천국에서는 그렇   지 않습니다. 미끄러질 염려도 타락할 위험도 없습니다. 천국에서 우리는 두 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콜베 신부님은 1982년 10월 10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 순교자로 선포되셨습니다.

 

 

 

출처;야후블로그<이브의 행복으로가는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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