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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믿음, 일생일대를 건 도전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15 조회수894 추천수13 반대(0) 신고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루카 1장 39-56절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으신 분!”



<믿음, 일생일대를 건 도전>


기도생활과 노동을 위주로 하는 한 수도공동체 새벽미사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저희와는 사뭇 다르더군요. 저희는 생기발랄, 그리고 약간 가벼운데 비해, 그곳 분위기는 장중, 거룩, 엄숙했습니다. 깊이 몰입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 좋았는데, 그 중에 제일 좋은 것이 주례 신부님의 강론말씀이 좋았습니다. 왜 좋았겠습니까? 벌써 느낌이 오시죠? 다른 무엇에 앞서 짧아서 좋았습니다.


저도 비교적 강론 짧게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신부님께서는 딱 두 마디만 하시더군요.


“오늘 복음 주제가 믿음인데요, 믿음이라카는기 뭘까 생각해봤는데, 우리가 하느님께 나아가는 삶의 방식, 혹은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열수 있는 열쇠가 아인가, 저는 그래 생각합니다.”


너무 짧아서 아쉬웠지만, 정말 신선했습니다. 마치 큰 스님이 제자들에게 하루 종일 붙들고 고민할 화두 하나를 던져주시는 듯 했습니다.


그날 하루 온 종일 저도 ‘믿음’이란 주제로 묵상을 했었습니다. 믿음이란 마치 도박과도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신앙이란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감지할 수 없는 신비의 베일에 싸인 하느님께 투자하는 ‘일생을 건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믿는다는 것, 특히 제대로 믿는다는 것은 어렵고 또 어렵습니다. 그러나 신앙이라는 것 어렵기 때문에 더 가치 있는 것입니다. 어렵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는 것입니다. 어렵기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한 것입니다.


이왕 믿음의 길에 접어든 이상 적당선 에서의 믿음이 아니라 성모님처럼 제대로 한번 믿어보길 소망합니다. 이왕 신앙의 길에 투신한 이상 미지근한 신앙이 아니라 성모님처럼 한평생 활활 불타오르는 강한 믿음을 주시도록 기도합니다.


살아가다보면 이런 사람을 만납니다. 조금은 개신교적 표현이지요.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니 창대하리라’ 이렇게 되어야 바람직한데,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이 말도 아니로다’입니다.


약속은 잘 하지만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계획은 이것 저 것 잔뜩 세우지만 뒷마무리가 형편없습니다. 누군가가 늘 뒤를 따라다니면서 청소를 해줘야 합니다. 의욕을 앞서지만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는 단호함이 부족합니다.


어찌 보면 보편적인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성모님은 정 반대셨습니다.


시작은 너무나 미소했습니다. 소박했습니다. 그러나 첫 약속을 끝까지 잘 지켜나가셨습니다. 구세주의 어머니가 됨으로 인해 빚어진 갖은 억울함 앞에서, 사람들의 몰이해 앞에서, 숱한 마음 상함 앞에서, 조금도 떠벌이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조용히 침묵하셨습니다.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셨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강한 믿음과 신뢰심, 그것 하나만으로 한 평생 버텨나가셨습니다.


이런 성모님의 평생에 걸친 순명과 침묵, 단순함과 소박함을 하느님께서 높이 평가하십니다. 그녀를 모든 신앙인들의 귀감으로 제시하십니다. 구세주의 어머니로 들어 높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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