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던 여름
사막의 끝에서
님을 만났다
아니
님을 만나고 난 후
나의 초원은 사막이 되었다
그 때부터
나의 삶
떠도는 방랑객 신세가 되었다
파라오의 왕궁도 고센의 옥토도
황량한 모래 벌판이 되고 말았다
그 때부터
내 영혼
메마른 가시덤불 속에 갇히고
내 가슴
태양보다 뜨거운
불덩어리를 품었다
그러나
불은 질러놓고
타오르지는 말라는 님
타오르는 불꽃
안으로만 감추어두라는 님
긴 긴 그리움의 세월 속에
붉은 열망
제 풀에 지쳐
까만 숯덩이 잿빛으로 잦아들고
타들어가면서도 타오르지 않는
신비스런 불꽃으로
환생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님은
눈길 한번 주셨다
가던 걸음 멈추고
가까이 다가오셨다
.
.
.
,
신비로운 떨기나무 안에서
모세와 그 님이
오랜 그리움 속에서 해후하던 날
그림: 떼제 공동체, 실바노 수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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