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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혼인을 지속시키는 것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18 조회수774 추천수6 반대(0) 신고



    복음: 마태 19,3-12

     

    "혼인을 지속시키는 것이 뭘까요" 하고 신부님이 물으셨다.

    "사랑"이라고 우리가 대답했다.

    그것은 " 약속"이라고 그분은 고개를 저으며 말씀하셨다.

     

    뜨거웠던 사랑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고,

    결혼을 끝까지 지속시키는 것은 당사자들끼리의 약속 뿐만이 아니라

    만천하에, 온 집안에 결혼생활을 성실하게 하겠다고 약속한 그 결심과

    상대방도 성실하게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신뢰가 혼인을 지속시킨다는 말씀이었다.

     

    사랑의 감정은 정말 얼마되지 않아 사라진다.

    그것은 생물학적으로도 증명된 감정이다.

    그 이후를 지속시키는 것은 책임감, 성실성, 신뢰심, 동지애...

    그리고 그넘의 끈적끈적한 情^^이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형성되는 夫婦愛는 이런 모든 감정을 통틀어 일컫는 것일게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그 '달콤한 사랑'과는 다르다 할 수 있다.

     

    옛사람들의 경우, 처음에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혼인을 했지만

    아들 딸 낳고 살아가면서, 희노애락을 같이 겪어가면서 부부愛가 쌓여갔다.

    아무튼 옛 사람들은 무던히도 참아가며 혼인의 지속성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던 것같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하기야 옛 사람들도 무조건 참고만 살았던 것은 아니다.

    참는 것은 언제나 여자 쪽이지, 남자 쪽이 아니다. 

    모세의 시대도 그랬고, 예수님 시대도 그랬다. 

     

    모세는 걸핏하면 여자를 쫓아내는 그 시대 사람들에게

    여자를 내보낼 경우엔 합법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법으로 규정해주었다.(신명 24,1)

    즉 여자에게 '수치스러운 일'이 있을 때, 이혼장을 써주고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혼장이 있어야 그 여자도 혹여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있는 합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 시대에는 여자 혼자서 남자 보호자 없이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니까 모세의 법은 여자를 보호해주기 위한 최소한의 인본적인 법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이 법의 정신은 사라지고, 남자들에게 악용되고 남용되었다.

    즉 여자에게 이혼장을 써주면 마음대로 여자를 버릴 수 있는 법쯤으로 생각하였는데 

    문제는 '수치스러운 일'이 무엇이냐는 것에 달려있었다.

     

    아마도 율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수치스러운 일'이 무엇인지 누구라도 알만큼 명백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다양한 삶의 형태와 문화가 바뀌면서

    그 '수치스러운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졌다.

     

    어떤 율법학자는 우리나라의 칠거지악와 비슷한 몇가지 이유를 들었다.

    가령, 목소리가 크다든지, 아이를 못 낳는다든지, 음식을 많이 태운다든지...

    (음식 잘 태우는 소질이 있는 나는 그 시대라면 영낙없이 소박데기 되었을 게 뻔하다ㅋㅋ )

     

    어떤 율법학자는 더 아름다운 여자를 발견할 경우도 소박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한마디로 "그냥 마누라가 싫어지면"이다...이것도 해석이라고... )

     

    또 어떤 율법학자는 간음처럼 심각한 사유에 한정하면서 그 외는 안된다고 해석했다.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말장난같은 해석같지만

    이런 해석을 한 율법학자들은 모두 당대의 거장들(힐렐, 샴마이, 아키바)이었다.

     

    이런 와중에서, 사람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였을 것이 뻔하다.

    어쩌면 자기 편리대로 세 갈래의 율법학자들을 찾아가

    자기 입장에 맞는 조언을 골라 들었을 것도 뻔하다.

     

    그래서 예수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오늘 복음의 사람들은 묻고 있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간음' 이외에는 어떤 경우도 이혼하지 말라신다.

    그러나 마르꼬 복음에서는 그 단서마저 붙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복음서는 아예 이혼하지 말라하고, 어떤 복음서는 예외 규정이 있다는 것인가?

    마태오복음에서 쓰여진 '간음'이라는 희랍어 단어(porneia)는,

    특히 '근친상간'(법적 근친의 경우도 포함)을 의미하는 단어다,

     

    애초부터 모세의 율법에는 그렇게 맺어진 혼인은 인정되지 않았다.(레위 18장)

    그러니까 이 경우, 결혼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여

    지금으로 말하면, '혼인 무효'인 셈이다.

     

    결혼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무효인 경우)는 의외로 많다.

    가톨릭은 '혼인 무효'의 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 혼인이 원인 무효라고 판정을 할 수는 있어도,

    '이혼'자체는 인정하지 않는다. 

    '혼인 불가해소성'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한번 혼인했으면 사람이 가를 수 없다는 원칙이 '불가해소성'이다.

    혼인을 하느님이 맺어주신 인연이요, 聖事로 보기 때문이다.

    개신교는 혼인을 俗事로 보기 때문에 이혼해도 별다른 규정이 없다.

     

    그리고 가톨릭은 혼인에 대한 예수님의 이 가르침을

    神定法이라고 믿고 있기에 인간이 마음대로 뜯어 고칠 수가 없다.

    신정법은 人定法처럼 시대의 상황에 따라, 인간의 필요에 따라 

    신축성있고 융통성있게 수정할 수 없는 법이다.

     

    어떻든, 오늘 예수님이 제시하시는 혼인계약법의 근본 정신은

    "어떻게 하면 헤어질까"를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함께 살아갈까"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세의 율법도, 예수님의 해석도,

    여자와 남자가 혼인서약을 했으면 그 혼인의 약속을 지속시키는 것이

    창조주의 원뜻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약속을 이행하고 지속하는 것.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왜 모르셨겠는가?

     

     

    이제는 이혼하는 가정이 구설수에 오르지도 않는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서양을 앞질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몇번 이혼과 결혼을 반복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이런 실정에 구시대의 교리 만으로

    현시대 상황을 따라갈 수 있는가 하는 회의도 생긴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고, 상황이 변했다고

    자꾸 그 상황을 숨가쁘게 쫓아가기 보다는

    계약의 근본 정신을 되살려, 그 약속을 수행하려는 의지를

    다시 일으켜보려 노력하는 것이 우선된 순서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본당에서는 얼마 전에

    많은 신자들이 참가한 혼인 갱신식을 치뤘다.

     

    모두들 잔주름이 생기고 백발도 간혹 눈에 띄었지만

    턱시도우에 웨딩드레스를 빌려입거나 고운 한복 차림으로

    한껏 혼인 잔치 분위기를 내는 모습이 즐거워보였다.

     

    모두들 입을 모아 

    "진짜는 배우자를 갱신해야하는 것 아니냐?" 며 농담을 했지만

    우리 혼인 생활도,

    이렇게 때때로, 또는 정기적으로,

    혼인 서약 때의 그 마음을 되살릴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같다.

     

    그리고 망각했던 여러가지 아름다운 일들과 그때의 다짐들을 떠올리며 ,

    삶의 여정을 함께 해왔던 친지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보내는

    멋진  이벤트를 기획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일회성의 이벤트가 아니라

    혼인의 서약, 약속, 신의를 지켜야겠다는 다짐과

    매일 매일의 작고 성실한 노력들이 중요할 것이다.

     

     


     


    ps. 2005.8.13 에 올려둔 글의 밑부분을 약간 수정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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