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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혜로운 사람들 ----- 2006.8.20 연중 제20주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20 조회수678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6.8.20 연중 제20주일                                            

 

잠언9,1-6 에페5,15-20 요한6,51-58

                                                      

 

 

 

지혜로운 사람들



우리는 방금 화답송 후렴을 신명나게 불렀습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보고 맛 들여라.”


말씀과 기도를 통해,

또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인 성체를 모심으로

비로소 지혜로운 사람들, 행복한 사람들이 됩니다.


지식인들은 많아도 현자(賢者)들은 드문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지식 추구의 사람들이 아니라

하느님을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다.
  너희 조상들이 먹고도 죽은 것과는 달리,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세상의 빵을 찾지만,

진정 지혜로운 자들은 생명의 빵인 주님을 찾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찾은 옛 사막 수도자들이나 우리 신앙의 선배들,

비록 배움은 짧았지만, 삶의 지혜는 바다 같았습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은,

지혜 자체이신 주님은,

어리석은 우리를 지혜롭게 하시고자 생명의 잔치, 성체성사에 초대해 주십니다.


“어리석은 이는 누구나 이리로 들어와라!
  너희는 와서 내 빵을 먹고 내가 섞은 술을 마셔라.

  어리석음을 버리고 예지(叡智)의 길을 걸어라.”


얼마나 고맙고 은혜로운 주님의 초대인지요!

그러면 과연 누가 지혜로운 사람입니까?
어떻게 하면 미련한 사람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시간을 잘 쓰십시오. 지금은 악한 때입니다.
시간을 잘 쓰는 이가 정녕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누구에게나 하느님 주신 공평한 선물 시간들입니다.
진정한 영성가들 시간에 대한 감각은 누구보다 탁월했습니다.
하느님을 만나는 성사와도 같은 거룩한 시간임을 절감했습니다.


물처럼 흘러가는 시간입니다.
잃어버린 돈이나 건강은 찾을 수 있지만,

잃어버린 시간은 도저히 찾을 길이 없습니다.


시편저자의 고백처럼 인생은 기껏해야 칠십년,

근력이 좋아서야 팔십년,

그나마 거의가 고생과 슬픔에 젖은 것, 날아가듯 덧없이 사라지는 인생입니다.


그러니 부단히 영원하신 생명의 하느님을,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시간을 잘 쓰는 자가 진정 지혜로운 자입니다.

 

남 판단하고 미워하는 것만 죄가 아니라 시간 낭비하는 것도 큰 죄입니다.
지금 역시 바오로 사도 때와 마찬가지로 악한 때입니다.
시간 낭비하라 부르는 유혹들 곳곳에 산재해 있지 않습니까?


영원하신 하느님은 시간 넘어 있는 게 아니라

시간 안에 묻혀있는 보물과 같습니다.

 

이 하느님 보물을 찾아 내 지금 여기서 영원을 사는 이들이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들입니다.


부단히 주님의 뜻을 찾으며

시간을 잘 쓰는 사람들이 진정 지혜로운 사람들입니다.
주님 앞에 설 때 우리 모두 주님께 받은 선물 시간

어떻게 활용했는지 셈 바쳐야 할 것입니다.

술에 취하지 마십시오. 거기에서 방탕이 나옵니다.
지혜로운 사람, 결코 술에 취하지 않습니다.

술뿐 아니라 세상 적인 어떤 것에도 취해 중독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 날 중독 안 되고,

제 정신으로 제 자리에서 제대로 사는 이들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알콜 중독, 도박 중독, 일 중독, 인터넷 중독, 핸드폰 중독,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입니다.

무한한 마음의 공허를 하느님 아닌 것으로 채우려하기에 결국은 중독입니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과음 현상이 너무 심각합니다.
이번 주 시사저널 중 “욕망의 해방구, 경포대의 밤”을 읽었습니다.


지구에서 쓰레기가 제일 많은 해변이 경포대 해수욕장이라 합니다.

여기서 청소업체인 태원건설 사장 남기일 씨 인터뷰 내용 중 일부 인용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


“나도 아이를 기르고 있지만 어른으로서 부끄럽습니다.

  이들이 장차 대한민국을 어떻게 끌고 갈지 걱정입니다.

  부모들은 여기 와서 자기 자식들이 어떻게 노는지 봐야 합니다.”


이어 청소를 하던 아주머니는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는 미래가 없다.”라며

기자에게 소리 질렀다 합니다.


이런 모든 현상들,

희망의 하느님을 잃어버린,

돈이 하느님이 되어버린 현실에 대한 절망의 몸부림임을 깨닫습니다.

 

이 지구상에서 부유해서 망했지 가난해서 망한 나라나 가정은 없습니다.

안에서 타락으로 썩어 망했지

밖의 영향력으로 망한 나라나 가정, 개인은 없습니다.


희망의 중심을 잃어버린 절망의 몸부림 저변에는

깊은 불안과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음을 통찰합니다.

 

이래서 많은 이들이 가만히 머물지 못하고 침묵할 줄 모르는 것입니다.

무엇인가 중독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인간들,

이래서 살아있는 하느님을 만나는 일이 시급합니다.

그러니 성령으로 충만해지십시오.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로 서로 화답하고,

마음으로 주님께 노래하며 그분을 찬양하십시오.


이런 성령으로 충만한

찬미와 감사의 사람들이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들입니다.


바로 이 은혜로운 미사를 통해 고스란히 실현되고 있지 않습니까?
무한한 마음의 공허를 채워주실 수 있는 분은 단 한분 성령뿐입니다.


성령에 취해 살아야 술 취하지 않고

온전한 영혼, 온전한 정신, 온전한 마음으로 살 수 있습니다.


참 기쁨의 샘이 성령입니다.
세상 것들에 대한 중독을 해독시키는 방법은

성령으로 충만하여 주님께 찬미와 감사노래 바치는 삶뿐입니다.

 

이 기도가 세속의 무미한 일상 시간을 거룩하게 변화시켜 줍니다.

수도원의 분위기가 거룩하고 평화로운 건

끊임없는 수도자들의 공동찬미 감사 기도에

시간과 장소가 성화됐기 때문입니다.

 

시간이라 하여 다 똑같은 시간이 아닌 겁니다.
도대체 하느님 찬미 감사기도보다

영혼 육신에 좋은 처방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 찬미해서 좋고 영육의 스트레스 풀어 좋은,

공동찬미 감사 전례기도의 맛으로 살아가는 여기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입니다.


생각해 보면,

믿음의 눈으로 보면,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득한 삶이기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감사의 긍정적인 면을 보지 못하고

불만의 부정적인 면만을 바라보며 절망하는 것도

영혼의 큰 질병이자 죄입니다.


하여 바오로 사도는 우리 모두에게 간곡히 권합니다.
모든 일에 언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만한 세상입니다.
세상 자체만을 보면 절망이지만 하느님을 보면 희망과 의욕이 샘솟습니다.


지혜로운 사람들, 하느님 눈으로 보기에 결코 좌절하지 않습니다.
진정 필요한 건 외적 진보나 확장이 아니라

내적 삶으로의 회심(回心)이요 개안(開眼)입니다.

 

공해와도 같은 지식더미가 아니라 체험적 삶의 지혜입니다.
오늘도 이 거룩한 미사 은총이

우리를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모시켜주어 가을 하늘 되어 살게 합니다.


며칠 전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쓴 글을 나누며 강론을 마칠까 합니다.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높고 푸른
정신(精神)으로 살라고
높고 푸른 하늘이다

깊고 넓은
마음으로 살라고
깊고 넓은 하늘이다

영롱한 별빛
영혼(靈魂)으로 살라고
늘 영롱하게 빛나는 별이다

하느님 태양에
희망(希望) 두고 살라고
늘 찬란히 빛나는 태양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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