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 대행진

유난히

더웠던

팔월 중순

가마솥

후끈한

김을 맨살로

맞아가며

남도 들녘

아스팔트

스물 하나

국도 따라

구슬땀

흠뻑 흘리며

걷고 걷습니다.

억만 인고

푸른 들판

검붉게

그을린

얼굴 종아리

농부 위로

함께 숨쉬며

지열에

부르터진

발바닥에

시골 샘물

시원한 인심으로

식혀가며

걷고 걷습니다.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밑자락 뙤약볕

온몸으로

받아내어

삶고 삶아

고아져

한 겹 껍데기

온전히 벗고

단풍 시원한

가을 꿈꾸며

훨훨 후어얼

날기 위해

걷고 걷습니다.

아홉 번

분갈이 한

화분엔

어느새

부드럽고 

곱디고운

그리고

은은한 향

가득 날리며

빨간 꽃

피우고

온갖 병으로

신음하는

환자들

환한 희망

주기 위해

걷고 걷습니다.

2006년 8월 21일

연중 20주간 월요일

김모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