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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재물있는 곳에 마음도 있다.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21 조회수911 추천수12 반대(0) 신고
 

 

<재물 있는 곳에 마음도 있다>


  제가 잘 알고 지내던 교우 한분이 갑자기 성당에 나오는 것을 멀리하였습니다. 매우 열심히 활동하시던 형제였습니다. 봉사에도 자주 참여했고, 평소에 검소한 분이셨습니다. 레지오 마리애 활동도 접으시겠다고 말하더군요. 웬일인가하고 알아 봤더니 글쎄 이사 오기 전에 대자로 삼았던 한 형제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 있었는데 아무 소식도 자초지종 설명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말하더군요.  충격이 매우 크셨나 봅니다. 술자리에서 말씀을 나눠 보니 냉담하지는 않겠지만, 잠시 안식년처럼 지내겠다고 하십니다. 아니 신앙에 무슨 안식년이 있느냐고 되물으니 그냥 나둬 보라고 부탁합니다.


  참 살갑게 굴었는데, 집 사람끼리도 친하게 지냈는데, 이자도 꼬박꼬박 날짜 어기지 않고 잘 보내왔는데 하며  한숨을 내쉬더군요.

  최근에 나라 경제사정이 안 좋은 것 같으니 그쪽은 어떠냐하고 물으면 아무 걱정마시라하며 자기네는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서 괜찮다고 오히려 투자 좀 하시라는 권유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자도 더 줄 것이라고 했으나 이자에는 욕심이 없고 먼저 주는 대로 달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가능한 대로 돈을 끌어 모아 돈을 주었답니다. 최종 합계가 수억이 되었지만 평소에 신용을 생각하니 믿음직해서, 또 딱히 요즘 하는 일자리도 없어 이자 돈이면 생활비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정기예금도 해약하고 보험도 해약해서 마련했다고 합니다.


  아무 낌새도 못 챘고 이자 날이 보름이 지나 가기에 전화 연락을 해보니 받지 않아 옛날 집으로 찾아가니 벌써 1 년 전에 이사 가고 없어졌답니다. 무려 1 년 전부터  사기 치려고 작정했고 가증스러운 얼굴로 접근 했다고 생각하니 치가 떨리고 더 이상 사람들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하소연 합니다. 그렇게 믿었건만 어떻게 대부를 등쳐먹을 수 있냐고 눈물을 구렁이며 말하니 무어라 위로를 하지 못했습니다. 저도 그저 술만 퍼먹고 말았습니다. 그저 이 형제가 빨리 마음을 추스르고 교회로 돌아와 주님께 모든 고통을 맡기기만을 기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남부끄럽고 성당체면도 있고 하니 소문을 내지 말아 달라고 합니다.


  얼마 후 그 형제는 집을 정리해서 다른 지방으로 이사 가고 말았습니다. 저는 누구에게도 아는 체 못하고 그 형제를 위해서 기도만 할 뿐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그 형제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매우 힘들었다고, 성체 앞에서 울기도 많이 했었다고, 그래도 주님만이 위로해 주시더라고 말합니다. 처음 몇 개월 동안은 밥도 못 먹고 잠도 이룰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집사람이 이왕지사 이리된 일, 어떤 주님의 뜻이 있기에 이렇게 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하며 좀 더 가난하게 살면 되니 잊어버리자고 위로하는 것이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성체조배 중에 특히 오늘 복음말씀이 자주 들쳐져 무슨 뜻이 있겠다싶어 묵상을 오래 했답니다. 자기도 복음서의 청년처럼 계명을 지키려 애썼으며 굳은 일도 마다 않고 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돈에 관해서는 인색하게 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기분 좋게 흔쾌히 돈을 써보지 못하고 속으로는 달달거리며 살았답니다. 교무금도 그저 체면치레 할 만큼만 냈고 모임에서도 짠돌이 소리 들어가며 살았답니다. 그래서 적잖은 돈을 모았지만 남에게 이자 돈도 받고 한 것에 후회가 되더랍니다. 주님께서 자기에게 돈을 올바로 관리할 기회를 여러 번 주셨는데 그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고, 돈을 관리할 자격이 없다고 여기시어 이런 일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이런 묵상을 하고나니 마음이 편해지며 다시 성당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자주 주님보다 재물에 우선을 두면서도 깨닫지 못하고 있나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십계명 중에 하느님에 대한 것보다,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하는 계명들을 거론 하십니다. 우리 생활 중에 이웃에게 베풀어야 하는 일들 중 많은 일들이 재물과 관련이 됩니다. 제대로 베풀려면 자신의 재물이 꼭 쓰여야 될 때도 있습니다. 그때 재물에 마음이 쓰여, 마음만 있으면 족하다고 핑계대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본심은 제 재물이 아까워서 선뜩 내놓지 못하면서도 말입니다.


  라즈니쉬는 “왕궁에 살면서도 청빈한 수행자가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두막에 살면서도 청빈한 수행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문제는 주인으로 사느냐 아니면 소유욕의 하인으로 사느냐이다.” 라고 말합니다.

  프랑스의 성 루이 9세(루도비코)는 한나라 왕이면서도 성인품에 올랐습니다. 또 사막의 은수사들의 시조인 성 안토니오와 성 프란치스코도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리고 나를 따라라.” 라는 이 구절을 듣고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부족한 우리들로서는 그대로 따르기 어렵겠지만 평소에 재물이 주님께서 나에게 맡겨 두신 것이며 필요로 하실 때 돌려받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명심해야하겠습니다. 우리가 재물에 애착이 가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보증에도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닥칠 내일 일도 사실은 주님께 달렸습니다. 내가 그렇게 믿었는데도 속였다고 말해야 아무 소용없습니다.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은 결과일 뿐입니다. 하늘에 재물을 쌓아야 우리 마음이 그곳에 있게 됩니다(루가 12,34).


  재물은 아주 힘센 유혹자입니다. 변신도 자유자재이기에 평소에 작은 돈부터 잘 쓰는 연습을 해야 됩니다. 그래야 큰돈도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욕심에 눈멀면 제 꾀에 넘어가는 법입니다. 사기당하는 경우 상당수가 욕심에서 판단이 흐려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니면 제 판단이 항상 옳다는 미련 때문에, 한번 발 딛은 데를 다시 두드려 살피지 않은 작은 실수 때문에 걸려든다고 합니다. 재물이란 유혹이  바로 이런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드나봅니다.


  주님만이 반석이고 재물은 항상 변하는데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사람이 바로 어리석은 부자 청년이고, 바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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