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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말... 그 넘어에 . . . . . [레이첼 나오미 레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22 조회수623 추천수6 반대(0) 신고

 

 

 

 

어느 날 오쉬아 신부님이 내게 말했다.

 

"젊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나는 웃으며 무슨 의미냐고 물었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오래전 병원의 원목 사제가 되었을 때 만난

첫 번째 환자에 대해 들려주었다.

 

그 당시,

무척 젊고 남을 섬기려는 열정에 가득 찼던 그는

다음날 큰 수술을 받게 된 한 여자 환자를 방문했다.

그녀는 불안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가 다가가자 그녀는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부님, 저는 아마 내일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사제가 되기 위해 많은 교육을 받았지만

이런 경우에 대한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어떤 위로의 말도 못한 채 가만히 앉아 있어야 했다.

당황스러움을 감추기 위해서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그녀는 조용히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그녀의 손을 잡은 채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자신의 기억 속에서 예수나 토머스 머튼 또는 아빌라의 대 데레사가

했던 위로의 말들을 떠올리려고 애를 썼다.

 

그방에 들어올 때 꼭 해줄 말들을 외워두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말을 하면서 작게 흐느꼈다.

그녀의 두려움이 느껴졌고 그의 마음은 그녀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찼다.

이야기를 마친 그녀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는 이때가 하느님께 도움을 청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가 할 말을 하게끔 도와 달라고 청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마침내 그녀는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고

그는 아무 위로의 말도 해주지 못했다는 무력감을 지닌 채 돌아왔다.

그리고 사제로 불림을 받은 성소에 대해 생각하자

자신이 자격이 없다는 번민에 그날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런데 몇 주 후에 그녀에게서 편지가 왔다.

그의 방문이 얼마난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고 편지에 씌여 있었다.

 

특히 그가 들려 준 위로와 지혜의 말들에 감사하며 그 말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편지에는 그가 그녀에게 들려주었다는(?) 말들이 길게 적혀 있었다.

 

오쉬아 신부님은 크게 웃기 시작했고 나도 따라 웃었다.

얼마나 웃었는지 눈물이 날 정도였다.

 

"아주 오래전의 일입니다.

 이제는 그런 젊음으로 돌아 갈 수 없지요.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는 눈물을 훔쳐내며 다시 말했다.

 

"저는 지난 몇십 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섬기기 위해 기도할 때

 하느님께서는

 '그래' 하고 응답해 주시기도 하고

 '아니야' 라고 하실 때도 있지요.

 그렇지만 자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패트릭, 자네는 물러나 있게나! 내가 손수 하겠네!' 라고 말입니다."

 

 * [할아버지의 기도] 류해욱 신부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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