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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목자(牧者)의 영성 ----- 2006.8.23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23 조회수661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6.8.23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에제34,1-11 마태20,1-16

                                                        

 

 

 

목자(牧者)의 영성



예전 아빠스님의 말씀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장상은 형제들을 섬기고 돌보는 목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평범한 말이지만 새롭게 와 닿은 ‘목자’라는 말,

얼마나 잘 잊고 지내는 지요?


‘신부’나 ‘사제’라는 말은 자주 사용하지만,

‘목자’라는 말은 거의 잊고 지내는 느낌입니다.


예전 신학교 교수님의 비판적인 따끔한 말씀도 잊지 못합니다.


“신부(神父)가 뭡니까?

  말 뜻 그대로라면 귀신 아버지가 아닙니까?

  이보다는 개신교의 목사(牧師)라는 말이 훨씬 성서적입니다.”


목자와 양떼의 관계를 망각하고 의식 없이 살아간다면,

사목(司牧)은 본의 아니게 방목(放牧)이 되어

목자 따로 양떼 따로 놀 수 있겠습니다.


목자의 영성,

비단 사제뿐만이 아니라 모든 교회 지도자 및 평신도들이 지녀야 할

보편적 영성이니,

우리의 선한 목자 예수님 친히 보여주신 삶의 영성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1독서 에제케엘 예언자를 통해

하느님은 양떼를 전혀 돌보지 않고 제 이익만 챙기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이스라엘의 목자들을 질책합니다.


마침내 속이 탄, 하느님의 선언입니다.


“나 이제 내 양 떼를 찾아서 보살펴 주겠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참 목자는 주님 한 분 뿐이십니다.


화답송 후렴대로,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습니다.
주님은 닮을수록 선한 목자의 영성을 살 수 있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하느님을 상징하는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를 통해 선한 목자 의 영성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상식으로 볼 때, 오전 9시, 낮12시, 오후 3시, 오후 5시부터 시작한 자들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한 데나리온의 임금을 지불한다는 것은

불합리하고 불공평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 일찍부터 일한 자의 불평은 당연합니다.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하는 군요.”


지극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불평입니다만,

이 겉 똑똑한 일꾼은 주인의 깊은 심중을 몰랐습니다.

 

하느님 판단의 잣대는 합리성이 아니라 자비임을 몰랐고,

사람은 업적으로 구원받는 게 아니라 은총으로 구원 받는 진리를 몰랐습니다.

 

하느님의 헤아릴 수 없는 자비와 은총을

인간 상식이나 합리의 잣대로 재려한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가지고 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하느님의 영역을 존중하여 월권(越權)하지 말고

제 분수를 지키는 게 겸손입니다.


오히려 아버지의 자비로운 마음을 배워 따르는 것이

선한 목자 영성을 지니는 지름길입니다.

상대방 하나하나에 대한 깊고 자상한 배려의 사랑입니다.


베네딕도 성인 역시 아빠스의 우선적 자질로 선한 목자의 자세를 꼽습니다.
길다 싶지만 내용이 좋아 인용합니다.


“아빠스는 영혼들을 다스리고 많은 사람들의 기질을 맞추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유순하게 대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책벌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권고해 주어야 한다.

  또 각자의 성질과 지능에 따라 모든 이에게 순응하고 알맞게 해 줌으로써

  자기에게 맡겨진 양들에게 손해가 없도록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착한 양들의 수효가 늘어나는 것을 기뻐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나가고 사라질 지상 사물에 대해 지나치게 마음을 쓰느라고,

  자기에게 맡겨진 영혼들의 구원 문제를

  소홀히 하거나 가벼이 보아 넘기지 말아야 하며,

  자기가 영혼들을 다스리도록 책임 맡았으므로

  그들에 대해 헴 바침이 있으리라는 사실을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한다(베규2,31-34).”


형제들이 아빠스에게 맞춰야 하는 게 아니라

목자인 아빠스가 모든 형제들에게 맞춰야 하며,

아빠스는 물질적인 것들로 인해 자기에게 맡겨진

영혼들의 구원을 소홀히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목자의 영성,

자비와 지혜의 영성으로

교회와 수도회의 모든 장상들과 부모들은 물론
우리 모두가 지녀야 할 영성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의 말씀과 성체를 모시며

선한 목자 주님의 겸손과 온유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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