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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믿~쉽니다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24 조회수818 추천수12 반대(0) 신고

                           믿~쉽니다


  "신부님~"

   평소 기도를 열심히 하는 형제님이 아주 심각한 얼굴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신부님 저는 믿음이 너무 약합니다."

   "아니 형제님만큼 기도를 많이 하는 분도 드문데요."

  "신부님, 저는 회칠한 무덤 같은 놈입니다. 주님이 차갑거나 뜨겁게 믿음 생활을 하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저 미적지근 하기만 합니다. 저 같은 건 신앙인이라 할 자격이 없습니다."


 "아이고 형제님, 어디를 가서 뭘 보셨기에 이리도 자기비하를 하십니까?"


 "신부님, 사실 제가 개신교 부흥회가 궁금해서 가 보았는데 그곳에서 너무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곳 신자들은 그렇게 뜨겁게 기도를 하더군요. 저는 너무 부끄러워서 나오고 말았는데 성당에 와서 아무리 뜨거운 기도를 하려고 해도 안되는군요."


 "하하~ 형제님, 그렇게 뜨거운 기도를 하는 것이 부러우신가요?"

  "그럼요, 당연하지요."

  "그렇군요, 형제님 혹시 아드님이 계십니까?"

  "예, 있습니다."


 "만약 형제님 아들이 형제님을 볼 때마다 매일 '아부지이이~!' 하고 소리를 치면서 달려들면 무슨 생각이 드실 것 같습니까? 아, 우리 아들이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구나 생각을 하실 것 같습니까? 아니면 아니 얘가 더위를 먹었나? 아니면 정신병에 걸렸나 하고 생각을 하시겠습니까?"


 "아 그거야 당연히 아들이 병이 난 걸로 생각하겠지요."

  "형제님은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생각하시지요?"

  "그럼요 당연하지요."


 "형제님이 하느님께 기도를 할 때마다 뜨거운 기도를 한다고 하면서 '아부지이~' 하고 외친다면 하느님이 형제님을 정상이라고 생각하실까요. 아니면 믿음이 깊다고 생각을 하실까요?"


 "… …."


 "형제님, 아들이 아버지를 정말 자기 아버지라고 생각하면 그냥 편안하게 아버지 옆에 있는 것처럼, 우리 역시 하느님을 정말로 우리 아버지라고 믿는다면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믿음이 뜨겁지가 않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은 마시고 그저 편안하게 기도하세요."


 "그래도 뜨겁거나 차거나 하라고 하셨는데…."


 가끔 찾아오는 문제들입니다. 신앙이란 내 아버지이신 하느님과 더불어 사는 것, 일상생활을 함께하는 것인데 믿음이 깊은 사람들은 특별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종교적 강박관념이지요. 의외로 이런 분들이 많아 빗나간 신앙생활이 생기고 있어 걱정됩니다. 이런 분들께 한말씀 드리지요.


 "믿음이 깊은 것은 뜨거운 기도를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누구야? 누가 그렇게 엉터리로 가르친 거야. 누구야?(웃찾사 버전)"

http://my.catholic.or.kr/vegabond

 

                  - 홍성남 신부(서울대교구 상계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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