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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증오에서 자비로 (3) / 하늘에서 주는 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24 조회수920 추천수14 반대(0) 신고
 

증오에서 자비로 (3)

 

<하늘에서 주는 힘>

 

이렇게 자신이 느낀 연민을 확장해 나가려는 시도는 보다 공적인 차원에서 용서를 실현하는 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희망의 순례' 를 공동 설립한 빌 펠케는 자신의 할머니를 죽인 15살 소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국제적인 켐페인을 주도했다.

 

펠케의 노력 덕분에 1999년 이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 소녀의 사형집행에 반대하는 탄원서에 서명했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녀에게 자비를 베풀 것을 호소했다.

 

그 노력은 성공을 거두어 폴라 쿠퍼는 60년 징역형으로 감형 되었다.

 

빌 펠케가 자신의 할머니를 죽인 살인범을 용서하고 심지어 사랑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그가 어디에서 그런 힘을 얻을 수 있었는지 궁금해한다.

 

그가 첫 순회강연을 다니면서 인디애나 주 게리에 있는, 폴라 쿠퍼가 다니던 학교에서 강연한 내용을 들어보면, 이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그의 강연을 들은 한 여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참 큰 마음을 지니고 있군요."

 

빌이 대답했다.

 

 "나는 큰 하느님을 지니고 있지요."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오직 '큰 하느님' 만이 빌로 하여금 그렇게 잔인한 범죄를 용서할 수 있게 만들었다. 빌이 '나나' 라고 부르던 그의 할머니 루스 펠케는 폴라 쿠퍼와 다른 세 명의 중학교 3학년 여학생들에게 아무 의심없이 그녀의 집 문을 열어준 상냥한 부인이었다.

 

그 여자 아이들은 성경공부에 관심 있는 척했지만 실은 오락실 게임에 쓸 돈을 구할 생각뿐이었다. 일단 집으로 들어서자 78세 노인을 서른세 번 이상 칼로 찌르고 10달러를 뺏고는 시체를 차에 실어서 유기했다.

 

그 일이 있은지 몇 달 후에, 빌은 하느님께서 그 아이들을 특히 주모자였던 폴라를 용서하라고 자신을 부르시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그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통스런 영상 때문에 어떤 연민도 품을 수 없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식당 바닥에 - 해마다 부활절이나 성탄절, 가족들 생일이면 온 가족이 모이던 그 식당의 바닥에 칼로 난자 당해 쓰러져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빌의 마음이 바뀐 순간은 그로부터 일 년후에 찾아왔다. 그가 오후 3시부터 열한시까지 일하는 저녁 근무조에 속하게 된 때였다. 그는 그 날도 15미터 높이의 기중기 운전대에 앉아서 할머니의 살해 소식을 실은 신문에 난 할머니 사진을 머리에 떠올리고 있었다.

 

그 사진 속 할머니는 은발 머리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옅은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날 오후에는 익숙한 사진에서 분명히 다른 무엇인가가 보였다. 할머니의 눈에서 나온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고통에서 나오는 눈물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곧 폴라 쿠퍼와 그 가족을 위한 사랑과 연민의 눈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빌은 자신이 쓴 '희망의 순례' 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는 기중기 안에 앉아서 십자가에서 처형되신 예수님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예수님의 이마를 파고드는 가시관을 떠올렸다. 예수님의 피흘리는 손과 발, 그리고 손발을 뚫고 들어간 못을 그려 보았다.

 

그리고는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겼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루카 23, 34)

 

나는 폴라 쿠퍼가 할머니를 죽일 때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30센티미터짜리 부엌칼을 들고서 누군가를 서른세 번이나 찌르지는 않을 것이다."

 

빌은 '강물처럼 흐르는'  눈물로, 하느님께 용서를 위해 필요한 힘을 달라고 간구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부터 그의 가슴에서 무거운 짐이 내려 놓아진 느낌이 들었다. 그는 마침내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의 모습이 아니라  살아계실 때의 모습을 마음속에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분께서 헌신하시던 것, 그분께서 믿으시던 것, 아름답고 멋진 모습으로....."  

 

 

                                                    <얀 페트로니 부라운 / 말씀지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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