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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S O S . . . . . . . . . . . . [닐 기유메트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25 조회수713 추천수9 반대(0) 신고

 

                   

 

* 예수님께 입을 맞추는 유다

 

 

** S O S ** 

 

유다는 밧줄로 올가미를 만들어 자기 목에 걸었다.

 

아직도 예수님의 호된 꾸짖음이 그의 귀에 쟁쟁하게 들리는 듯했다.

 

"불행하구나! 인자를 원수에게 넘겨 주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 자신을 위해서 좋았을 것을!"

 

그는 예수님의 말씀을 너무나도 분명히 기억했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히 기억하는 것은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시던

예수님의 눈빛이었다.

예수님의 말씀과 그분의 눈빛은 너무나도 극적인 대조를 이루었다.

 

유대인들이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을 나무랄때 흔히 쓰는 표현으로

말씀은 하시면서도...

눈빛은 전혀 책망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예수님의 두 눈은 그에게 무언가를 간절히 호소하는 듯했다.

가혹한 눈빛이 아니었다.

오히려 부드럽고 슬픈 눈빛이었다.

 

"예수님은 이미 내가 무슨 결정을 했느지 아셨던 거야.

 그래서 어떻게든 내 마음을 바꾸어 보려고 하셨던 거지..."

 

배반자 유다는 문득 생각했다.

 

플라타너스 나무에 올라있는 그는 자기 목에 건 올가미 줄을 조였다.

매듭이 풀리지 않도록 단단히 매었다.

그는 나무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유월의 보름달이 대낮의 태양처럼 밝아서

4미터쯤 되는 땅바닥이 환히 보였다.

 

"아주 적당한 높이야."

 

그는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조금 전의 상념에 다시 젖어들었다.

 

"내가 어떻게 마음을 바꿀 수 있었겠어?

 속수 무책이었는걸...

 그 망할 놈의 은전 서른 닢 때문에!

 대제사장들에게 되돌려주려 했지만 그들은 한사코 받지 않았어.

 

 무고한 사람의 피를 팔았으니 난 도리가 없어.

 산헤드린 회의는 척척 진행되어 가고 있는 중이었고,

 그걸 중단시키기엔 이미 때는 늦었지.

 

 내 손으로 죄없는 사람의 피를 팔다니!

 이제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어, 너무 늦었어...."

 

절망한 그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뛰어내렸다.

 

플라타너스 나뭇가지에 목을 매달린 채 그는 눈깜짝할 사이에

자신의 과거를 재현해 보았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그 몇초가 영원처럼 느껴졌다.

 

그 영원같은 순간에 유다는 케리오스에서 보냈던 자기의 소년시절을

보았다.

그 다음 로마인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불탔던 청년 시절,

이어서 예수님의 메시아 왕국이 올 것이라는 기대로 열광했던

최근 몇 년간의 종교적 열성...

처음 몇 달간의 제자 생활, 그는 예수님을 주님으로 섬기며

그분의 뜻을 따르고자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다 예수님이 로마군에 대한 군사적인 저항을 일체 피하게 되자

점차 환상을 깨고......,

 

유다는 나무에 대롱대롱 목이 매달린 채 열이 펄펄 끓어오르는

머릿속으로 그러한 기억들을 더듬어 보았다.

 

가장 마지막 순간을 차지한 기억은

다락방과 게쎄마니에서의 일이었다.

다시한번 예수님의 말씀이 그의 괴로운 마음 속에 파고 들었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긴 터널 저편 끝이 희미하게 밝아 오듯이

그의 어두운 영혼 한편 구석에서 가냘프게  깜빡거리는 빛이 보였다.

재판장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려는 듯....

 

"도대체 무엇이 남아 있는 것일까?

 하느님 맙소사! 내가 아직까지도 희망을 붙들고 있다니...."

 

그때 그의 목을 매달고 있던 올가미가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툭 끊어졌다.

 

순간 그는 땅 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목이 부러졌다.

그에게 저승의 암흑이 엄습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무의식에 잠겨있던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게쎄마니 동산에서 그분이 말씀하셨지.

'친구, 무엇 때문에 왔는가?'라고.

 그래, 그거야.

 그분은 나를 '친구'라고 부르셨어.

 그분은 나를 마지막까지 '친구'라고 부르셨어......"

 

마침내 암흑의 죽음이 그를 집어삼키기까지 유다는 마지막 남은

모든 힘을 다해 '친구'라는 말만 계속 되풀이했다.

 

깜깜한 바다 한가운데 빠진 사람이 사력을 다해

S O S!

살려달라고 외치듯이!

 

그러한 애원을 그 누가 모른체 할 수 있겠는가?

 

 

 

[영혼에서 샘솟는 아름다운 이야기]

하느님께 다가가게 해주는 짧은 이야기들.. 중에서

 

 

*닐 기유메트 신부님은 예수회이시고 교수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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