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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의 여름 휴가 일기 2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25 조회수712 추천수7 반대(0) 신고

 

 

2006년 8월 22일 화요일

 

음.. 지겨운 전국 성지 신부 모임이 끝났다. 물론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른 지역의 신부님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물 안의 개구리는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휴가중이었기에... 이 모임에 참석하는 것에 많은 부담감을 가졌지만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얻게 되어서 기쁘다.

 

점심식사 후... 모든 짐을 꾸리고 다시 출발을 했다. 출발 시각 1시 30분.... 오늘의 목적지는 상당히 짧다. 유성에 나의 친형이 살고 있기에... 그곳에서 1박 하기로 했다. 2시간 만에 형 집에 도착했다. 오늘 자전거 탄 총 거리는 48Km, 평균시속은 23.1Km/h, 최고속도는 45.3Km/h 이다.

 

1박 2일간의 회의를 통해서 푹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왜 이렇게 고개가 많은거야? 부산으로 내려간다고 우리들은 말하지 않은가? 따라서 거의 모든 길이 내리막길만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내리막보다는 오르막길이 더 많은 것 같다. 점점 지쳐가는 몸... 오늘의 주행거리는 너무나도 짧은데... 내일은 추풍령이라는 엄청난 고개도 넘어야 하는데...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짐의 무게가 장난 아니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싶다.

 

사실 여행을 간다고 꼼꼼하게 짐을 챙겼다. 물론 내가 직접 짊어지고 가야 하는 자전거 여행이기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절대로 싸지 않았다. 그런데 필요한 물건은 왜 이렇게 많은지..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한 것... 필요한 것 투성이다.

 

쌌던 가방을 다시 풀어서 다시 싸기를 몇차례... 그래서 지금의 배낭 한 개를 쌌다. 들어보니 '이쯤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이 가방이 왜 이렇게 무거운지.. 누가 내 어깨에 올라타고 있는 느낌이다. 버리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가방에서 무엇인가가 떨어졌다.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짐 하나 줄었다는 생각에 그냥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나중에 보니 썬크림이 떨어진 것이다. 이런... 그래도 살을 안 태우려고 했는데... 하지만 무거운 짐 하나 줄었다는 생각에 기쁘다...

 

살아가면서 늘어나는 것은 모두 짐이다. 언젠가는 필요하겠지 라는 생각에 점점 늘어나는 짐. 그러나 그 짐이 바로 나를 힘들게 하는 주범은 아니었을까?

 

무소유를 외쳤던 성인들의 지혜와 식견의 놀라울 뿐이다. 무소유란 없이 사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짐을 짊어지지 않고 그 짐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 바로 진정한 무소유가 아닐까?

 

내가 내려 놓을 짐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책, 컴퓨터, 옷, 각종 악세사리...

 

너무나 많아서 언제 다 없앨 수 있을까 싶다. 그러나 그 짐들의 자리를 제대로 찾아줘야 하겠지...

 

내 몸의 가치에 비해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음에... 깊은 반성을 한다....

 

  

 

 

2006년 8월 23일 수요일

 

일찍 자전거 여행 일기를 쓴다. 왜냐하면 지금 게임방에 들어온 관계로....

 

오늘... 자전거 탄 시간... 5시간 40분. 거리 91Km. 평균시속 15.8Km/h. 최고시속 46.6Km/h.

 

이걸 보면 알꺼다.. 오늘 얼마나 지쳤는지... 이제까지 평균시속이 2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걸은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끝없어 보이는 오르막길... 그 길을 타고 올라가는데... 이건... 이건... 아니잖아~~~

 

사실 오늘은 시작부터 영 아니었다.

 

새벽 6시. 형 집에서 출발하려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조금 기다렸다. 15분 쯤 지났을까? 비가 멈추기 시작한다. 그래서 출발했다. 형의 커다란 유혹에도 불구하고...

 

"내가 구미까지만 바래다 줄까?"

 

추풍령을 힘 안들이고 넘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남의 힘으로 하면 무슨 재미인가? 그래서 그냥 출발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런데 출발과 동시에 하늘에 구멍이 뚫어졌나보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빗줄기... "이건 아니잖아~~"

 

하도 많이 와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고개를 팍 숙이고.. 바닥만 보고서 앞으로 갔다. 잠시 뒤.. 느낌이 이상하다.. 분명히 큰 길이 나와야 하는데.. 왜 이렇게 길이 조그만지... 지름길인가? 방향은 맞는것 같은데...

 

아무튼 계속 앞으로 갔다. 이정표가 나왔다.

 

"한밭 대학교"

 

한밭이 대전이니까...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가 많이 와서 지도도 꺼낼 수 없는상황... 그런 상황에서.. 한밭 대학교라는 이정표를 보고서 계속 앞으로 갔다. 그런데.. 계속되는 조그마한 길... 어떤 집 처마 밑으로 가서... 지도를 펼쳤다. 이런... 한밭 대학교는 내가 가려는 곳의 정반대이다.

 

결국 왔던 길을 되돌아왔다. 비를 맞으며... "이건 아니잖아....ㅠㅠ"

 

유성까지 온 뒤... 32번 국도를 쭉 타기 시작... 대전에 도착했다. 맛있는 아침식사를 하구... 다시 출발...

 

이제 4번 국도다. 4번 국도를 타고서 "앞으로 앞으로..."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다리 근육이 이상한 것이다. 시큰시큰 하다.... 갈구리 심의 예견이 그대로 내게 다가왔다.

 

"분명히 가다가 무릎 부분이 시큰시큰 할꺼야... 그렇게 자전거를 탄적이 없을테니까... 그때에는 무조건 아무 병원이나 가서 주사 한대 맞으면 돼. 자전거 타는데 아파서 왔다고 하면 의사도 알아서 놔줄꺼야."

 

그말 믿고 정형외과에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의 눈이 엄청나게 커진다.

 

"여기 싸이클 경기있어요?"

 

"아뇨.. 자전거 여행 중인데... 아파서 병원에 왔습니다."

 

"어디서 오셨는데요?"

 

"강화에서 왔어요."

 

"와.. 대단하다.... 정간호사... 이분 좀 봐라. 이분 허벅지가 네 허리보다 두껍다."

 

음...부끄럽다. 그런걸 뭐.. 사람들 다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지.... "이건 아니잖아..."

 

아무튼 주사 한대 맞고... 오늘 하루는 쉬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듣고서 영동 읍내로 들어갔다. 여관으로.... 그런데 빈방이 하나도 없단다. 다른 여관으로 갔다. 역시 마찬가지이다. 뭐 이래... 이 여관들이 작당을 했나.. 내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알고보니.. 영동에 국악축제가 있단다. 그래서 그 축제로 인해서.. 타지 사람들이와서 여관에 쉴 곳이 없단다. 다리 아픈데... 의사 선생님도 쉬라고 했는데.. 쉴 데가 있어야지.... "이건 아니잖아..."

 

결국.. 아픈 다리를 끌고서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1시간 정도를 가니.. 황간이라는 곳이 나왔다. 모든 건물이 1층이다. 여인숙이 보인다. 여기라도 들어가야겠다. 저기 보니 여관이 있다. 여인숙보다는 여관이 낫겠지? 여관에 들어갔다. 힘들게 왔는데.. 그 여관.. 내부수리중이다.... "이건 아니잖아."

 

다시 그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글쎄... 자전거 타이어 펑크 났다. 이런..."이건 아니잖아."

 

그런데 아무리 봐도 타이어 펑크 난 곳이 없다. 왜 그래? 물 속에 튜브를 넣어도 바람 빠지는 공기방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바람을 넣으면 금방 빠진다. 왜 그러지?

 

알고보니.. 튜브의 공기 주입부 부분이 찢어졌다. 헉... "이건 아니잖아."

 

예비 튜브를 갈아끼고서... 근처의 여관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짐 풀었다. 그리고 황간 읍내의 게임방에서 이렇게 글을 남기고 있다. "이건 괜찮네... ㅋㅋㅋ"

 

내일 새벽... 드디어 마의 고개.. 추풍령을 넘습니다. 지금 있는 황간에서는 차로 10분 걸린다고 하던데.. 자전거로는 얼마나 걸릴지.. ㅋㅋㅋ

 

이제 푹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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