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의 여름 휴가 일기3(마지막)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25 조회수651 추천수6 반대(0) 신고

 

대구의 야경

 

2006년 8월 24일 목요일

 

아니..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이제는 포기하려고 해도 포기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쯤 포기하려고 했는데... ㅋㅋㅋ

 

오늘 자전거 탄 시간은 5시간 20분. 총거리는 112Km, 평균시속 20.3Km/h, 최고시속 50.5Km/h....

 

어제보다는 꽤 먼 거리를 갔다. 어제 주사 맞고 조금 쉰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은.. 다시 다리가 아파서... 쉬고 있지만.. ㅋㅋㅋ

 

어제 있었던 일 하나가 기억난다. 자전거 바퀴의 벙크로 인해서 예비 튜브를 하나 구입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황간읍내로 들어가니 자전거포가 있다. 주인이 할아버지다...

 

"할아버지~~~ 튜브 있어요?"

 

"응?"

 

"자전거 튜브 있냐구여~~."

 

"아~~ 튜브? 만원이야...."

 

"아니 뭐 이렇게 비싸요. 저는 5천원에 사는데요?"

 

"내가 넣어주잖아."

 

"제가 넣을 수 있으니까요... 싸게 주세요."

 

할아버지.. 자신의 일을 빼앗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6천원 내."

 

뭐.. 다른 자전거포가 없으니... 6천원을 냈다. 그리고 정보 하나를 캐기 위해서... 친한 척하면서 물었다.

 

"할아버지? 이 근처에서 밥 맛있게 하는 곳이 어디에요?"

 

"다 맛없어...."

 

진짜로 불친절한 할아버지다. 아무튼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나서... 밖으로 나가서 식당을 찾았다. 제일 가까운 가게에 들어가서... 친절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깜짝 놀란다.... 내가 좀 오바했다.

 

"저기 자전거포 할아버지한테 물어봤는데요... 이 집이 황간에서 제일 음식 맛있게 한다면서요?"

 

주인 아저씨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니... 그 할아버지가 그런 소리를 했어요? 그럴리가 없는데...."

 

"정말이에요... 다리 입구에 있는 집이 이 집 아니에요? 이 집 가서 밥 먹으라고 했는데요?"

 

고백성사를 봐야 할까? 하지만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 그 아저씨의 표정을 보면서 차마 "뻥이에요."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서 김치덮밥을 시켰다. 밥한톨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솔직히 말하면... 별로 맛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분이 좋으셨는지.. 김치덮밥에.. 김치보다 고기가 더 많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바로.. 칭찬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저녁식사 후 곧바로 취침.... 꿈에 산을 자전거 타고 오르는 꿈을 꿨다. 너무나 힘들었다. 아마도 추풍령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추풍령.. 너무나 겁 먹었다. 솔직히 차로는 지나갔던 것 같은데..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없다. 하지만 강원도의 대관령, 한계령을 생각해보라... ~~령으로 끝나는 단어가 얼마나 두려운지... 그래서 추풍령이라는 글자 자체로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모른다.

 

새벽 6시 10분... 황간에서 출발.... 주인 아줌마가 말한다.

 

"벌써 가?"

 

"추풍령이 겁나서, 일찍 가요...^^;;"

 

"겁낼 것 없어. 금방 넘어갈꺼야..."

 

"넵..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고바위가 보인다. 이건가? 짧다.. 이게 추풍령은 아닌가 보다... 또 나타난 고바위.. 이건가? 역시 짧다. 이것 역시 추풍령이 아닌가 보다.... 이렇게 몇 차례를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그런데 저 멀리 보이는 도시.... 아니.. 추풍령이 도시인가? 아닌데.... 글쎄... 김천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추풍령을 넘은 것이다. 뭐 이래....

 

사실 우리들은 이름만을 보고서 겁을 먹는다. 하지만 이름은 별 것 아니다. 내가 직접 체험하지 않는 한 이름에 주저 앉아서는 절대로 안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멍청한 짓이니까...

 

만약 내가 추풍령이 힘들 것 같다고 포기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이 고개를 넘어간 사람이 이렇게 말할꺼다...

 

"별 것도 아닌데.. 그것 때문에 포기했어요?"

 

바로 멍청이가 된다. ㅋㅋㅋ

 

다시 달리기 시작... 왜관을 지났다... 드디어... 100키로를 넘으면서.. 대구에 도착했다. 시간을 보니... 경산까지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대구가 무지 크다...

 

대구 시내를 관통해야 경산에 갈 수 있는데..... 더군다나 왜 이렇게 차가 많은지.... 결국 차 피하다가 지치고 말았다. 경산 10Km라는 이정표를 남겨둔채... ㅠㅠ

 

생각해보니.. 인천도 얼마나 큰가?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생각해보니.. 무지 넓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인천보다 더 큰 대구는 얼마나 커야 하는가?

 

결국.. 대구의 한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다리가 아파서... 오늘도 푸~~욱 쉬고... 내일은 부산까지 들어가야지....

 

이제 휴가도 이틀 남았구나.. 아쉽다... 일주일만 더 있으면... 부산에서 강화까지 올라갈텐데...

 

솔직히 하지도 못할 걸.... 말만이라도 큰 소리를 쳐본다. ㅋㅋㅋ

 

꼭대기에서 내려본 58번국도...

 

2006년 8월 25일 금요일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당연히 피씨방이겠지... 그러니 이렇게 마지막 여름휴가 일기를 쓰겠지... 그리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그곳에 갔을까? 부산이라고.... 들어나봤는지... ㅋㅋㅋ 드디어 도착했다.

 

오늘 엄청나게 뛰었다. 자전거 탄 시간만 7시간 10분, 거리 123Km, 평균시속 17.6Km/h, 최고시속 52.5Km/h....

 

그런데 속았다... 어제 말했듯이.. 추풍령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는데... 더 한 것을... 대관령.. 한계령 저리가라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다. 자그마치 4개를 넘었다. 사실 이 길을 택한 이유는 지도보고서 제일 짧은 길 선택한 것이다. 아무리 봐도 이 길이 제일 짧고 또 큰 길인 것 같아서 선택한 길이었다. 하지만 제일 먼 길을 선택했다. 만약 누가 5번 국도와 58번 국도를 탄다면...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말리리라....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서 평균시속이 그렇게 나온 것이다. 아예 등산이다...

 

추풍령이라고 별 것 아닌 것에는 그렇게 쫄더니만.. 지도에도 적혀 있지 않은 길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다니... 하긴 우리의 삶도 이렇지 않을까? 미리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힘들지 않은 것이 얼마나 많은가? 정말로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렇게 예고없이 찾아오는 것들이 아닐까?

 

또한가지 이렇게 오르막길을 힘들게 오르면서... 눈 앞에 그 길이 보이면 더 힘들다는 것이다. 비록 계속 오르는 길이지만, 구불구불 올라가서 앞을 볼 수 없으면... 그 길이 그래도 힘들지 않다는 것이지.... 또 한가지... 오르막길이 길면 길수록... 내리막길도 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내리막길을 힘차게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또 다시 찾아오는 오르막길에는 탄력을 이용해서 꽤 높은 곳까지 편하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고통... 시련....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내리막길을 이용해서.. 오르막길을 편하게 오를 수 있는데... 지레 겁먹고... 내리막길도 천천히.. 그리고 오르막길은 못 올라가겠다고 떼를 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더군다나... 앞의 길만 계속 보면서.. 저렇게 힘든 오르막을 어떻게 올라가 하면서 고통이나 시련을 지레 짐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게 다가올 고통이나 시련.. 겁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지금 현재의 시간이 바로 고통이나 시련을 준비하는 시간이기에.... 지금을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정말로 아쉬운 장면인데.. 사람들은 조금도 양보하기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사실 도심지가 자전거 더 타기가 쉬울 것 같지만, 휠씬 어렵다는 것이다. 왜? 자전거 다니는 그 조금만 틈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자전거 다니는 길이.. 상당히 좁은데.. 그 좁은 공간도 양보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없는 시외가 자전거 타기가 훨씬  쉽더라는 것이다.

 

어쩌면 내 자신도 그렇지 않았을까? 사람들의 자리를 얼마나 양보했던가? 혹시 내가 그 자리를 빼앗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동안 욕심많았던 나의 모습들... 이기적인 내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가 있었다.

 

아무튼.. 부산에 왔다.... 지난 주일에 출발해서... 금요일까지... 5박 6일 동안의 여정으로 무사히 부산까지 자전거 여행에 성공했다. 이제 내일은 다시 갑곶으로 가야지... 그리고 지금까지의 그 힘으로 다시금 힘차게.... 살아보리라...

 

양보하면서... 비우면서... 그리고 주님이라는 커다란 희망을 간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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