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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25 조회수630 추천수2 반대(0) 신고
 

 

 어제 오랜만에 감동적인 음악회에 참석했습니다. 양 손 합쳐 손가락이 네 개뿐인 장애 소녀 이 희아가 피아노 연주하는 음악회였습니다. 어린 관객들로 연주장은 초  만원이었습니다. T. V. 에서 보던 것보다 더 키가 작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키가 1m 20cm 라고 하더군요. 한곡을 연주할 때마다 연주할 곡을 소개하며 곡에 얽힌 사연을 씩씩한 모습으로 설명 해주었습니다. 쇼팽의 즉흥 환상곡은 아주 어려운 곡인데, 라디오에서 한 번 듣고는 그 곡이 너무 좋아 꼭 연주해 보고 싶었답니다. 그리고 무려 5년 동안 하루에 10시간 씩 연습해서 익혔다고 하더군요.


  제목 그대로 저를 환상의 세계로 이끌고 갔습니다. 왼 손 두 번째? 손가락은 마디가 없어 구부러지지도 않는다는데 어떻게 그렇게 섬세한 쇼팽을 연주하는지 놀라울 뿐입니다. 자기가 옛날에 태어났더라면 쇼팽과 연애 한 번해 보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기는 유모도 능숙하게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아주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했습니다. 자신이 키가 이렇게 작은 것은 어린이 여러분과 눈높이를 맞추라고 주님께서 만드신 것이라고 말하는 데는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네 개의 손가락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는 그녀의 표현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망설이는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리처드 클라이더만과 함께 연주했을 때 가졌던 설렘을 이야기하고, 러브 스토리를 연주할 때 한음 한음, 자기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길 바라며 연주한다고 말할 때는 영락없는 스무 살 꽃다운 처녀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엄마를 소개 한다며, 벨라뎃따님, 이리 나오세요! 하고 소개할 때는 정말로 사랑에 겨운 목소리였습니다. 장애인 특유의 분명하지 못한 발음이었지만 어쩌면 하느님 귀에는 제 음성보다 더 또렷하게 들릴 것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작은 키의 여인 그러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지닌 그녀의 모습에서 저는 참된 신앙인을 보았습니다. 간호 장교였던 그녀는 보훈병원에서 6. 25 사변 상이용사와 만나 결혼했답니다. 축복 속에 임신하였으나 모르고 감기약을 먹게 된 것이 걱정되어 초음파를 해보니 기형아라는 판정을 받아 의사와 가족들이 중절수술을 권했답니다. 천주교 교우로서 도저히 그럴 수 없어 주님께서 도와주시기만을 기도하며 히아친타를 낳았다고 합니다. 막상 낳고 보니 손가락이 두개씩밖에 없는 아이를 어떻게 기를지 막막했답니다. 허구한 날 성모님과 주님께 매달리며 기도했답니다. 


  “인간을 창조하시고 우주만물을 지으신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더라고 하신 만큼 저의 딸을 고쳐 주시어 영광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주님께 몰려들지 않겠습니까?”


  어느 날 기도 중에 주님의 목소리를 또렷이 들었답니다.

 “내게는 히아친타가 누구보다도 예쁘다. 그러니 잘 키워라.”


  그때부터 정말 희아가 너무나 예뻐 보이더랍니다. 여태껏 희아가 내게 가져다준 기쁨이 어떤 고통보다도 컸다고 합니다. 희아는 연습하는 과정에 찡그리는 일이 거의  없었으며 참을성이 얼마나 강한지 그렇게 오랜 시간 연습하여 손가락이 퉁퉁 부어도 계속 연습했답니다. 희아는 무릎아래 뼈가 날 때 아주 가늘게 붙어 있어서 보행 장구를 쓰려면 제거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의 말에 따라 아주 제거했답니다. 희아는 정상인이 무릎 꿇고 지내는 셈인데 고맙게도? 무릎 뼈가 앞으로 삐죽 나와 마치 발 역할을 해준답니다. 그렇지만 무릎뼈를 둘러쌓고 있는 부분은 살이 얼마 안되기 때문에 오래 걸으면 통증이 심해져 오래 걷지 못하고 휠체어를 타고 다닌답니다.


  희아와 살아오면서 제일 큰 고통은 그녀가 장애아라는데 있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딴 세계로 격리시켜 키우라는 눈총이 제일 컸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래도 나아졌지만 정상인과 함께 살아야 되는데 따돌림 하는 것이 제일 슬프다고 합니다. 희아는 자신에게 언제나 주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사실을 잊은 적이 없답니다. 늘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살아 주위 사람들에게 '행복과 희망 바이러스'를 퍼트리며 산다고 합니다. 이렇게 부족하게만 보이는 희아가 연주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장애아와 고통 받는 이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는데 어찌 그렇지 않겠냐고 말 할 때는 장내에 우렁찬 박수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희아는 자신이 아이큐가 낮아 깊은 신학공부를 못해서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본당 신부님께서 저 십자가를 가리키며 “저 십자가가 없으면 부활도 없습니다.”하고 강론하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합니다.


  저는 희아의 그 말을 들으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희아와 함께 말하고 계시다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은 “네 온 마음과 온 힘과 온 정성을 다하여 주님이신 하느님을 사랑하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어제 저는 이 예수님의 말씀이 이 세상에서 실제로 베풀어지고 있는 현장에 있었습니다. 무슨 군더더기를 덧붙일 필요조차 없는 곳이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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