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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협조자 L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26 조회수679 추천수3 반대(0) 신고

 

 

 

                           협조자  L


  우리가 사는 공동체에서는 일 년에 한 번 부모님이나 지인(知人)들을 모시고 우리가 사는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행사를 갖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나는 작년에 부모님이 다녀가신 까닭으로 올해는 오랜 친구인 L을 부르기로 했다. 그 친구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내가 수도회에 들어오는 날 아침, 술이 덜 깬 음성으로 “제발이지... 우리가 숨쉬는 이 세상의 공기 좀 깨끗하게 해다오...”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수련수사의 신분으로 ‘내 속에 너무 많은 나’에 대해서 존재를 건 사투를 벌이고 있을 무렵, 그에게서 편지 한 장이 왔다. 거기에는 옛 시절에 우리가 함께 들었던 Badfingers의 “Without you"의 가사와 함께 ‘자네 없이(without you)’ 술 마시는게 재미없어 그만 마시기로 했다는말, 그리고 아슬아슬했던 20대를 자신과 함께 넘어 준 우정에 대해 감사하다는 진심 어린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주 나는 L을 만났다, 그동안 그는 아내를 맞아들였고 초라하지만 그들만의 공간에서 살고 있었다. 나는 그를 만나기 전에 박형준 시인의 시집을 사서 선물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시인의 말을 빌어 앞장에 이렇게 썼다. “먼 곳을 상상하는 동안 온기 같은 우리들 청춘은 사라지고 차가운 신발이 남았다.”  나는 이제 우리가 숨쉬는 이 세상의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과업이 나만의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성령이 협조자로서 활동하시는 방법이 바로 이웃들과의 관계 안에서 현저한 성과로 드러나고 있음을 배워 가는 까닭이다. 이제 내가 오랜 친구 L에게 협조자로서 함께 이 세상을 위해서 골몰하자고 도움을 청할 때이다.


“평화와 서로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일에

힘을 쏟읍시다‘ (로마 14,19)


          -외로움의 폭넓은 지류를 건너다(어느 젊은 예수회원의 편지)중에서-


                             ( 김상용 도미니코 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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