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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녁 묵상] 완전한 비움 / 김강정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27 조회수662 추천수5 반대(0) 신고

 

 

완전한 비움

 

사제로 살면서

 

때론 외롭고 처연한 적도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좋아 미친 듯 살고는 있지만,


아주 가끔씩은 후회도 하곤 합니다.



살면서 포기했다고 여겨 온 것들이 동정으로 남아


철없이 늦바람을 일으키곤 합니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그 깊이도 모를 미혹에 끌려


끝없이 방황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래선지 다시 태어나도


사제의 길을 가겠다던


한 노사제의 말씀이


갓 서품된 젊은 사제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음 세상에서는


차라리 배추를 싣고 리어카를 잡았으면 잡았지,


절대로 제단 앞에는 서지 않을 거라며


치기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지나고 보면 한낱 미망에 불과했음을,


버림으로써 정녕 더 많이 누릴 수 있을진대,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데


왜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는지.



이제는 그 오랜 시간의 낭비를


보속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버리고,


마저 버리며,


아낌없이 남김없이 버리다 가겠습니다.

 

그리스도를 위해 모든 것을 쓰레기로 여기겠다던


사제의 첫 마음으로 돌아가서,

 

하나씩하나씩 비우며 지워 나가겠습니다.



마침내 내 마지막 남은 이 몸뚱이 하나마저


온전히 벗는 그날까지.

 

- 주님을 찾는 행복한 술래 중에서 / 김강정 시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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