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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28 조회수620 추천수2 반대(0) 신고

 

 

“불행하여라. 너희가 사람들 앞에서 하늘나라의 문을 잠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자기들도 들어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들어가려는 이들마저 들어가게 놓아두지 않는다.”  (마태 23,13)


  마태오복음 23장은 예수께서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의 태도에 탄식하시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신학자들은 ‘탄식문’이라 부릅니다. 이 탄식문은 죄를 묻는 논고라기보다는 그들을 깨우쳐 회개시키려는 호소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느 특정 집단은 자기들 집단을 차별하여 높이고 다른 집단을 낮추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들만이 자유롭게 출입하는 표를 지니고 다른 집단에게는 폐쇄하려 합니다. 그것을 특권이라고 부릅니다. 그 특권은 집단이 크던 적던 간에 있으며 그 특권이 클수록 그 집단은  닫혀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구성원에 가입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 집단에서 요구하는 것이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쫒아가려 합니다. 또 그 집단은 ‘관행’ 이라는 이름으로 자기들의 행동을 합리화합니다.


  투캅스란 영화를 보면 신입 형사인 강 형사(박중훈 분)는 파트너인 조 형사(안성기 분)가 벌이는 여러 가지 비리를 목격합니다. 술집이나 사행성 오락실 주인들이 관행이라며 돈을 거두어 주고 심지어 조 형사는 길거리 행상에게서까지 소위 삥을 뜯습니다. 이에 분개해서 조 형사를 고발하려고 하자 불법 업자들이 나서서 이 건을 무마하려 합니다. 의례히 벌어지는 일들이니 적당히 눈감아 달라고 유혹합니다. 조 형사는 강 형사를 설득해보려 미인계를 써가며 나섭니다. 그러나 범죄자 구타라는 의외의 사건이 터집니다. 그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조 형사가 노련하게 마무리 짓자 강 형사는 조 형사와 한통속이 되고 맙니다. 오히려 나중엔 예쁜 여자와 살림 차리기 위해 더 크게 한건합니다. 한 정직했던 형사의 죄의식이 마비되어 가는 모습을 강우석 감독은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실제로 최근에 한 고위 공직자는 자기 논문을 여러 군데 싣고서 그 사실이 알려져 문제시 되니까 그런 일은 관행이라고 발뺌하다가 그 직을 사퇴하는 망신을 당합니다. 심지어 그 출신학교 마저 관행이었다고, 나중엔 몰랐다고 해명합니다. 자신을 그 집단의 일원이자 대표라고 여겼기에 빨리 바로 잡지 못하고 온갖 추태를 보였습니다.


  한때 집을 사고 팔 때 반드시 필요한 법원 등기서류를 법무사가 아닌 일반인들이 등록하려면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다고 합니다. 법무사들을 통하면 쉬운데 그 연유가 법무사들은 급행료라는 관행에 익숙해서 의례히 돈을 지불하는데 일반인들은 그 사실을 모르니 골탕을 당하는 까닭이랍니다. 또 고위 공직자들이 자리를 옮기면 전별금을 주위에서 걷어 주는 관행이 있는데 이 관행 때문에 비리가 싹트는 온상이었다고 합니다. 흔히 ‘떡값’이라는 관행 때문에 우리나라 청렴지수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낮아지는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개별적인 행동을 할 때는 좀 더 윤리도덕을 잘 지키나 집단을 이루면 그 도덕적 잣대가 낮아진다고 합니다. “예비군복을 입으면 사람이 달라진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를 심리학에서는 ‘군중감염’이라고 부릅니다. 흔히는 ‘군중심리’ 라고 부릅니다. 어떤 특정 집단이 세력화되면 도덕심, 가치체계, 책임감이 붕괴되어 원초적인 공격성과 성적인 충동들이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고 합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의 행동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 주장과 다른 언행을 하시는 예수를 신성모독이라고 단죄하고는 ‘공동선’이라는 미명(요한 11,50) 아래 예수님을 로마 당국에 무고하여 십자가형에 처하는 폭력을 아무 거리낌 없이 행합니다. 이 처사를 예견하신 예수께서 그 ‘집단 잔혹성’을 경계하시는 대목이 바로 ‘탄식문’ 대목입니다.


  인간은 집단이 될 때 통제할 수 없는 죄악에 빠지기 쉽습니다. 국가와 국가 간에 일어나는 전쟁도 사실은 이 함정에 빠진 것입니다. 미국과 이슬람 국가 간의 분쟁도 이에 벗어나지 않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이 집단 무의식에 쉽게 휩싸인다고 합니다.


  매번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 집단 폭력성은 인간이 지닌 약점중의 하나입니다. 오늘 우리도 이러한 사정에 좀 더 솔직해져야 합니다. 개개인의 도덕성을 지키는 것만큼 집단의 도덕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오늘 복음말씀을 통해서 더욱 실감하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들만 죄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도 하늘나라의 문을 걸어 잠가 버립니다.


  그러기에 우리 교회 공동체는 사회 공동체에게  등불 으로써의 역할을 언제나 유지하여야 합니다. 사도 바오로가 말하는 바와 같이 교회가 예수님의 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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