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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속이 좁아요"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29 조회수1,023 추천수7 반대(0) 신고

 

 

 

                              "속이 좁아요"


 

 "신부님, 저는 왜 이렇게 속이 좁은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어떤 자매님이 저에게 싫은 소리를 했는데 영 마음이 불편하고 화가 납니다. 그 자매님 말씀이 옳은데도 말입니다."

 "하하~ 그 자매님이 잔소리를 하셨군요?"

 "아니요, 잔소리가 아니라 제가 들을 소리를 하신 것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편치않은 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소리라 하더라도 듣기 힘들지요. 그래서 충고는 쓴 약과 같다고 하지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도 영 기분이 좋지않고 자존심이 상한 것만 같아요. 정말 제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자매님이 기분이 안 좋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마도 그분이 자매님의 가장 아픈 부분을 지적한 것 같은데 무지막지한 충고의 후유증인가 봅니다. 충고는 사실 모양새는 '말'이지만 그 본질적 실체는 '칼'이거든요. 칼로 내 마음을 후벼 팠으니 마음이 안 좋을 수밖에요."

 "그래도 그 자매님이 기도도 많이 하시고 아는 것도 많은 분이라서 제가 겸손히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는 것을 보면 제가 교만한 것이 아닌가요?"

 "천만의 말씀. 제가 생각하기에는 자매님께 충고를 해준 분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자기가 모범적 삶을 살아서 다른 사람에게 귀감이 되면 그만인 것을 뭐가 잘났다고 충고를 했는지 모르겠군요."

 "아이고 신부님, 그분은 정말 수도자같이 사는 분이에요."

 "아 그래요? 그런데 그렇게 기도를 많이 하는 분 중에 정말 교만한 사람이 많다는 것 모르시죠? 영성심리학에서 에고 웨폰(Ego Weapon)이란 것이 있어요. 소위 '자기 무기'란 것인데 기도하는 삶을 자기성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수단으로 이용할 때 그것을 두고 신앙을 에고 웨폰으로 사용한다고 하지요. 그런 분들은 대개 다른 사람의 신앙생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한답니다."

 "그래도 그분이 기도 모임에서 높은 분인데…."

 "그런 것과 상관이 없어요. 오히려 그런 분들이 자신이 신심이 깊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자기기만에 잘 빠진답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그 자매님을 멀리하시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아마도 잔소리가 한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네요. 그리고 마음 속으로 그 자매님을 생각하면서 면전에 이렇게 말하세요. '너나 잘해~'"

 "신부님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시원해지는데, 그래도 그렇게 하면 되나요. 다 같은 교우인데…."

 "그럼 그냥 그렇게 사세요. 그 자매님 잔소리 들으시면서요. 자매님도 연세가 있으신 것 같은데 그 연세에도 남이 해주는 잔소리를 듣고 싶으시다니 참 장하십니다."


 가끔 상담오시는 분 중에 자기를 무시하는 사람을 추종(?)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기인생을 이끌어 줄 선생과 무시하는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촌극이지요. 아무리 따라가지 말라고 해도 따라가는 것은 어린 시절 호되게 야단맞고 자란 후유증이지요. 어쩌겠습니까? 평생 그렇게 종살이 구박댕이로 살다 가셔야지요.


-홍성남 신부(서울대교구 상계동본당 주임)

 

가을 사랑 - 서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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