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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모송의 의미를 새롭게 배웠습니다.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29 조회수723 추천수4 반대(0) 신고
 

  한 달에 한 번씩 제가 다니는 본당의 레지오 팀과 함께 포천에 있는 모현 호스피스 병원에 봉사를 다녀옵니다. 요즘에는 호스피스 병원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 죽음을 앞둔 환자분들과 가족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시설이 깨끗하고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곳이라서 신뢰가 가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환자들 목욕봉사와 다림질, 청소, 침상정리, 물품정리, 환자와 대화 나누기 같은 일을 합니다. 또 양노원도 함께 있어 저는 주로 그 곳에서 봉사합니다.  지난 주일에도 그곳에 봉사 갔다가 박 스텔라 책임 수녀님으로부터 귀중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매 기도마다 빼놓지 않는 성모송에서 후렴구가 무엇인지 잘 아시죠. ‘천주의 성모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죠. 여기서 생활하다 보면 성모송에 왜 ‘저희 죽을 때에’ 가 꼭 들어가야 하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오늘 새벽에 환자분이 돌아가셨어요.  그분이 좀 인상에 남아요. 68 세 되신 남자 분인데 평소에 아주 자상한 분이였데요. 3 년여를 대장암으로 고생하였는데 최근에 간과 뇌에까지 전이되어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암을 앓는 중에도 온 가족이 호주 여행도하면서 부인과 가족들에게 잘 대했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손 쓸 방도가 없어 저희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7 월 14일 이니까 한 달 보름쯤  됐군요. 오기 얼마 전부터 사람이 아주 많이 바뀌어 가족들이 고생이 심했답니다. 화를 하도 버럭 내고 소리를 지르니까 의사나, 간호사 선생님들과 봉사자 분들이 거의 접근을 못했답니다. 오로지 자매님만 찾고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어요. 오죽하면 호주에서 오신 나이 지긋한 의사이신 메리 수녀님께서도 저런 분은 처음 봤다며 손 사레를 다 치셨어요. 아주 경험 많으신 분 인 데도요.”


  그분 남동생 분에게 진정 시키게 충고 좀 하라고 했더니 “우리 형님은 평소에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피웠어요. 아주 점잖은 분이었죠. 그러니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그대로 지켜보렵니다. 아마도 정 떼고  갈려고 그러나 봅니다. 죄송하지만 조금만 참아 주세요.” 하더랍니다.


  어제도 하루 종일 부인을 못살게 굴기에  잠시 외출해서 잠 좀 자고 오라고 했죠.  상태가 안정 되었는데다가 그 동안  잠도 못자고 고생한 그 자매가 안 돼 보였기 때문이었죠. 그러다 새벽에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습니다. 아주 드문 일이였습니다. 근처 여관에서 잠든 자매에게 급히 연락했죠. 집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계속해서 문 쪽에 눈길을 못 떼던 그 형제님이 자매님이 도착하니 그제야 편히 눈을 감더군요.


 주일 아침 미사에 메리 수녀님과 그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대부분의 임종하시는 분들이 분노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순응의 단계에서 돌아가시는데 그분은 뇌에 생긴 종양이 인지기능을 더 마비시켜 그 고생을 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하셨습니다.


  그 형제께서 평화의 안식을 얻기를 기도했다고 하시면서, 성모송의 죽음에 대한 기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요즘 사람들은 죽음이 딴 세상 이야기인줄로만 아는데 실은 인간 삶의 한 모습이라며 항상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지 염두에 두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사회가 죽음을 소외시하면 막상 죽음에 임박해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죽음이 하느님께로 들어가는 관문이라는 믿음을 성모송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죽음 각오하고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용기를 보입니다. 구약의 예언자들이 보여 주었던 태도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유대사’ 를 쓴 역사가 요세프스는 “헤로데가 나바테아 왕국에게 패전하고 죽음에 처해진 것은 세례자 요한을 처형한 댓가를 하느님께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라고 썼습니다. “요한이 선한 사람이고 유대인들에게 세례를 베풀어서 그들이 덕을 함양하고 상대방에 대한 정의와 하느님께 대한 신심을 기르도록 하였을 뿐인데도 그를 죽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죄를 용서받기보다는 차라리 몸의 정화를 얻고자 하고 이리하여 그들의 영혼이 정의로 이미 깨끗해졌다고 간주된다면, 하느님께서 자신이 집전하는 세례를 받아 주시리라는 것이 요한의 생각이었다.” 이렇게 세례자 요한은 유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새기고 하느님께 나아갔습니다.


  그날 양노원에 계신 한 할머님께서 요구르트 한 병과 조그만 봉투를 하나 내미셨습니다. 봉사자 선생님이 고마워서 드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하고 받지 않으려하니 집에 가서 읽어 보라고 하시기에 고맙게 받았습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봉투를 열어보니 하얀 화선지에 낙엽 한 잎이 붙어 있고 고맙습니다, 덕분에 치료 잘 받았습니다 라는 인사말이 적혀있었습니다. 그 요구르트는 간식용으로 나온 것을 잡숫지 않으시고 제게 주신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진작부터 제게 주시려고 준비하셨나 봅니다. 지난달에는 제가 다른 일이 생겨서 모현 병원봉사에 빠졌었습니다. 마치 연애편지라도 주시듯 수줍어하시는 얼굴과 제 손을 꼭 잡아 주시는 손길이 따뜻하게 떠올랐습니다. 수녀님께서 강조하신 성모송의 의미를 되새기며 성모송을 찬찬히 읊었습니다. 다음부터는 빼먹지 않고 봉사 와야겠다는 결심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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