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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화투치는 수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30 조회수1,007 추천수7 반대(0) 신고

                        

                           화투치는 수녀


    내가 머물고 있는 공동체가 있는 곳은 동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진 강원도의 작은 마을 용촌리이다. 이곳에서 우리들은 요양원과 피정집 사도직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기에 가끔은 속이 좁아지기도 하고 매일 똑같은 일상에 파묻혀 허덕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에는 새내기 수녀인 나에게 살아 있는 기도를 가르쳐주시는 수녀님이 계신다. 수녀님은 항상 하느님을 생각하고 공동체를 생각하고 이웃을 생각하며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분이다. 어느 날 수녀님의 진가는 발휘되었다.


   저녁 식사 때 나타난 수녀님은 “나 오늘 화투쳤다” 며 폭탄발언을 하셨다. 우리는 밥을 먹다가 깜짝 놀랐다. 수녀님의 이야기인즉슨 점심 때 동네 노인정에 갔는데 할머니들이 모여 화투을 치고 계셨단다.


   그래서 “할머니, 저도 끼워주세요”했더니 할머니들이 10원짜리 100원짜리 동전이 들어 있는 통을 주면서 화투판에 초대했다고 한다. 그 동전통은 아무리 꺼내 써도 줄지 않는다고 하는데, 할머니들이 집에 있는 동전들을 모아서 화투판에 풀어놓고 즐기다가 판이 다 끝나면 다시 다 모아서 다음판에 이용한다고 한다. 할머니들은 우리들보다 청빈정신이 투철하셨다.


   화투를 잘 할 줄 모르는 수녀님이었지만 고수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아 승리를 하기도 했다며 자랑하는 수녀님의 모습이 왜 그렇게 말괄량이 천사같아 보이는지…. 이곳의 할머니들은 대부분 할아버지들이 돌아가시고 자녀들이 도시에 나가 살기 때문에 홀로 지내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어르신들을 늘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수녀님은 시간만 나면 그분들과 함께하려고 하신다. 그 마음을 알기에 수녀님의 나눔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도 이제 화투를 배워야겠다며 한바탕 웃음꽃이 피어난 공동체. 이제 새내기 수녀로 세상 속에서 예수 살이를 시작하는 나에게 우리 수녀님은 하늘이 보내주신 선물이다.


                                 -박 엘카나 수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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