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모르는게 약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08-31 조회수859 추천수7 반대(0) 신고

 

 

복음: 마태 24,42-51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개학 증후군이라는게 있다더군요.

개학일이 다가오면서 머리가 아프고 복통이 나고 아토피 피부염이 극성을 부리고
여러가지 강박적인 틱(tic)증세를 보이고, 심하면 등교거부를 하는 현상입니다.

"너희의 주인이 언제 올지 모르니 깨어 있어라."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것이다. "

아, 생각만해도 다행입니다.
만일 그분이 다시 올 재림의 날짜와 그 시각을 우리가 미리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재림 증후군!
과연, 어떤 증상들을 나열할 수 있을까요?
그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온갖 불안과 강박에 시달리다 재림날까지 살아있는 사람들이 과연 있기나 할까요?
우리가 그 날짜, 그 시각을 모른다는 것은 정말로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시나이 산을 오를 때입니다.
한 밤중에 일어나 시나이 산으로 향했습니다.
버스로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간 후, 
해발 2300m 가까운 산 정상까지 후레쉬를 들고 올라갑니다.

칠흙처럼 어두운 광야.
하늘은 까맣고 별들은 유난히 반짝였습니다.
까만 나전칠기 쟁반에 반짝이는 은구슬을 가득 쏟아놓은 것 같았습니다.

하늘의 별들과 앞 사람의 발뒤꿈치만 보고 올라가야하는 등반길.
지루한 평지에서도, 길이 험악해질 때에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한밤 중에 가야한다는 사실이 불만스러웠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시나이 산 밑에서 내내 투덜댔듯이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동터오는 정상에 서서, 투덜대던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비구비의 산맥과 능선이 햇살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니
그 산들 모두 풀 한포기 볼 수 없는 벌거숭이 암벽이었습니다.

하산 길에 저는 더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냘픈 햇살 속의 내리막 길에도 그렇게 많은 땀을 흘렸습니다.
입고 간 옷을 하나씩 하나씩 벗어서 팔에 걸치고 허리에 둘렀습니다.
환한 대낮에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산이란 것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으리라고.
우리의 인생이 어떨지 그 모습을 미리 보여주었더라면, 미리 가르쳐주었더라면,
우리는 그 정상을 향해 한발자국도 올라가지 않았을거라고.
그렇다면 정상에서의 그 장관을 평생 보지도 못했을 거라고.
그 정상에서 성체와 같은 햇님, 그 안에서 들려오던
"내가 여태까지 너를 나의 눈동자처럼 지켜왔노라"는 
그 감격의 말씀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감사했습니다. 그 날짜와 그 시각, 그 모습이 어떨지. 아무 것도 모르고 산다는 것이.
........
개학 증후군을 탈피하는 5계명이 있다더군요
① ‘학교형 인간’이 되도록 생활리듬을 되찾자 
② 새 학기 교과서에서 1, 2주일 분량을 미리 공부하자 
③ 책상과 서랍을 정리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자 
④ 학교에 가기 싫어지지 않도록 방학 숙제를 잘 마무리하자 
⑤ 미리 학교를 방문해 친숙함을 되찾자
              (출처 : 동아일보 2005-08-16 )
여기에 맞춰 언제 올지 모르는 그분의 재림을 준비하는 우리 신앙 생활도 점검해볼까요?

① 우리도 ''하느님 나라의 시민''이 되도록 생활리듬을 되찾아야 합니다.
   (천국에선 성서읽고 기도하고 묵상하고 맨날 그럴텐데 
    그 생활리듬에 맞지않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곳이 천국은 아닐겁니다. ㅎㅎ)
② 그래서 미리 미리 평소에 그런 생활패턴으로 우리를 훈련시켜야 합니다.
③ 이제는 어수선한 생활을 정리해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④ 미뤄두었던 숙제들을 잘 마무리해야 합니다.
⑤ ''하느님 나라''를 미사 전례에서, 성서에서, 영적 독서에서, 이웃과의 나눔에서.
   미리 미리 앞당겨 실현하여 친숙함을 되찾아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도둑처럼 오실 주님의 날을 맞이할 현재 우리의 자세입니다.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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