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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배 속으로 알아들어야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02 조회수592 추천수2 반대(0) 신고
 

예수님께서 우리의 깨달음을 강조하십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그것이 마음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배 속으로 들어갔다가 뒷간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마르 7,6-23)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이 예수님의 제자들이 정결례를 지키지 않고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 시비를 겁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이사야 예언서의 내용을 들어 그들의 잘못된 지적하십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겐 혹시라도 어긋남이 있을까하여 따로 답을 해 주십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그냥 답해 주시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에 걸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알아들을 것 같은 순간에 비로소 제자들의 물음에 답해 주셨습니다. 궁금해진 뒤라야 참으로 자기 것이 되는 지혜가 됩니다. 복음서에 제자들에게만 따로 설명해 주셨다는 표현이 많은데 모두 이렇게 짐작해야 됩니다. 질문하지 않으면 답이 구해지지 않습니다. 두드려야 문이 열리는 법입니다. 몸으로 부딪혀 봐야 제 것이 됩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깨달음은 살아 있는 생명체입니다. 그래서 선불교에서는 活語라고 표현합니다.

  “너희도 그토록 깨닫지 못하느냐? 밖에서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 그를 더럽힐 수 없다는 것을 알아듣지 못하느냐?”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사람들 밖에 있는 것 즉 음식이나 모든 사물들은 모두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이니 악하지 않고 선하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피조물은 본디 제 뜻이 없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습 그대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도 첫 아담이 낙원에 살 때에는 제 것만 찾는 자아의식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선악을 알게 하는 열매를 고의로 따먹은 후에 선악의 판단을 제 눈 즉 ‘자아의 잣대’로 차별하기 시작했습니다.

  “배 속” 은 선악을 차별하지 않는 곳을 일컫습니다. 배 속처럼 하면 인간도 상대를 차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마음” 은 제 잣대로 만사를 재고 견주어 보는 곳을 지칭합니다. 그 곳에서 나쁜 생각들이 나옵니다. 나쁜 생각들이란 하느님의 뜻으로 사물을 분별하는 지혜가 아니라 꾸며진 자아의식으로 재어보고 차별하여 분열시키는 생각을 말합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생각을 말합니다. 시기 질투 교만 탐욕 방탕 살인 간음 어리석음 모두가 분열된 마음입니다. 순수하게 하나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잡되고 분열된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지 손해가 되는 지 따져 보는 마음입니다. 그것도 당장 눈앞에서 발생하는 것으로만 따집니다.

 그리스어 원문에 마음은 'kardia' 로 배는 'koilia' 로 되어 있습니다. 'koilia' 는 '위, 자궁' 으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자궁은 사랑으로 생명이 잉태되는 곳입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창조 행위를 본받아 사랑의 창조행위를 이룩하는 거룩한 곳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가장 잘 아는 곳입니다. 순수하고 단순한 순일의 장소입니다. 자궁에서는 아무것도 따져 묻지 않습니다. 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말에 ‘배 속 편하다.’ 라는 표현이 있는데 바로 이를 두고 말한 것입니다. 이에 반해 마음은 손익을 재는 곳입니다. 잔머리를 굴리는 곳입니다. 그러니  마음이 답답하고 골치가 아파집니다.

 원래 사람에게 마음 따로 배 따로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사람에서 나오는 생각이 분열되어 들어날 때라야 그것은 거짓이 됩니다.

  토마스 키딩 신부님은 이 분열된 마음을 내는 곳을 '거짓 자아' 라고 불렀습니다. 인간의 내면에 '참 자아' 가 있습니다. 그 '참 자아' 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으로 들어있는 하느님의 현존, 즉 성령입니다. 그 성령의 목소리를 따라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로 진리입니다. 이 진리는 티 묻지 않은 깨끗함입니다. 우리는 먼저 이 ‘참 자아’를 찾아내고 길러내야 합니다.

  루가 복음  10,38-42에서 예수님께서 마르타에게 가르쳐 주신 지혜입니다. ‘많은 일 때문에 부산을 떨고 걱정을 하는 일(10,41)’ 이란 다름 아니라 처음에 택한 일을 분심 없이 하지 못하고, 남의 떡이 더 크고 좋아 보여 질투하고 제 판단대로 남을 판정하는 마음입니다. 바로 이 마음이 잘못됐다고 지적해 주시는 것입니다. 처음에 지녔던 선한 마음이 오염되는 순간입니다.

  禪家에서도 “배 속으로 알아들어라” 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를 두고 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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