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오늘 복음묵상] 나를 더럽히는 것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03 조회수854 추천수8 반대(0) 신고

                   

 

 

                       나를 더럽히는 것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율법을 정함과 부정함의 기준으로 이해했다. 정· 부정의 개념은 성전종교의 특징으로서 부정을 벗고 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성전에 들어가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조건이었다. 특히 사제들에게 요구된 정결 규정을 바리사이들은 평신도 유다인들에게도 적용시키고자 했다. 본시 이스라엘 백성 전체가 사제적 거룩함에로 불림을 받았다: “너희는 나에게 사제들의 나라가 되고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탈출 19,6).


   정결과 거룩함의 이상을 실현하는 방식은 부정한 음식물이나 부정한 사람(이방인, 죄인, 부정한 직업의 종사자)과의 접촉을 피하고 손과 몸을 씻는 정결의식과 깊이 관련되었다. 그리하여 바리사이들은 모세 율법의 윤리적인 실천보다 오히려 제의적인 정결을 더욱 강조하게 되었다. 그 결과 외부적으로는 유다인과 비유다인을 가르는 민족적 폐쇄성이 부각되고 내부적으로 정한 유다인과 부정한 유다인을 분리시키는 사회적 분열이 조장되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정함과 부정함이라는 제의적인 기준을 거부하시고 철저히 내적이고 도덕적인 차원의 정결함을 강조하셨다. 인간을 부정하게 만드는 것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오는 것이다. 예수님은 모든 음식이 깨끗하다고 선언하심으로서(마르 7,19; 로마 14,20 참조) 부정한 음식 때문에 이방인들과 식사를 함께 할 수 없었던 장벽을 철폐하시고,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방선교의 길을 활짝 열어 주셨다.


   그리고 정함과 부정의 기준 때문에 하느님 계명의 본질이 왜곡되는 것을 차단하셨다. 이제 기준은 몸을 씻는데서 마음을 씻는 일로 전환되었다. 그런데 마음은 내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있지 않은가? 도무지 마음을 어떻게 정화하고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 그것은 “나”라는 존재 전체를 상대로 치열하게 겨루지 않고서는, 더욱이 하느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구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가능하지 않다. 인간을 더럽히는 악덕의 목록은 무엇보다 성적인 방종으로 시작하여 기본적으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이라는 십계명에 속하는 네 범주로 분류된다.


   주목할 만 것은 “악한 눈”(시기로 번역됨)이라는 표현인데 이는 인색(신명 15,9; 집회 14,10), 탐욕(잠언 28,22)을 가리키기도 하고 시기내지 질투를 가리키기도 한다(집회 14,8-9; 마태 20,15). 이것은 결국 상대방을 경쟁자로 간주하고 불신의 눈길로 바라보는 사나운 태도를 일컫는다.



   어느 때보다 무더운 올 여름, 밖에서 오는 더위에 안의 마음도 시달리는 시간이었다. 이제 우리는 더위와 탐욕에 부서진 마음을 추스리고 새롭게 하는 정화의 길을 예수님과 함께 떠나야 한다.

 

 

           ● 백운철 스테파노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