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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이 날더러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03 조회수930 추천수15 반대(0) 신고
9월 4일 연중 제22주간 월요일-루카 4장 16-30절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시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세상이 날더러>


한동안 형제들과 함께 자연 속에 푹 파묻혀 지내다 돌아왔습니다. 낮에는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해가 떨어지고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자연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군요.


소리를 찾아 길을 나서면 그 ‘소리’의 출처는 더욱 확연해져만 갑니다. 잡풀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뒷산에서 들려오는 소쩍새 소리, 건너편 마을에서 건너오는 개 짖는 소리, 해변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파도소리...


그 누군가의 표현대로 세상은 날더러 더 빨리 움직이라고, 더 빨리 서두르라고 채근하는데, 밤 별들이 총총하게 하늘을 메운 시골의 밤은 세월이 멈춘 듯합니다. 너무도 느긋하게 천천히 깊어갑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충고하는군요.


“뭘 그렇게 바삐 서두르는가? 천천히, 더 천천히 주변 경치도 구경하면서 천천히 가게!”


도시에서와는 달리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는 시골에서 한 며칠 지내면서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떨쳐버리기가 힘들었던 부질없는 욕심들이 떠올랐습니다. 부초처럼 허망했던 것들을 대단한 것이라 여기며 이리저리 방황했던 지난날도 떠올랐습니다. ‘나’라는 감옥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그리도 몸부림쳤던 지난 세월도 떠올랐습니다.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그렇게 죽기 살기로 기를 써도 족쇄처럼 채워져 있는 ‘나’를 떨쳐버리지 못해 고생하는 제게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얼마나 감사한 말씀인지요. 얼마나 은혜로운 말씀인지요. 예수님께서 회당에 가셔서 봉독하신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은 예수님 당신 사명의 핵심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육화하신 이유는 바로 우리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죄와 죽음, 거듭되는 악습, 철저한 나약함, 부족함, 끝도 없는 방황에서 우리를 풀어주시기 위해서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 오신 것입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점 자유로워져야하는데, 생각과는 반대로 몸과 마음이 부자연스럽습니다. 한 마디로 ‘깝깝’합니다. 나만 답답하면 좋은데, 나로 인해 이웃들도 힘들게 만듭니다.


억눌린 사람들, 갇혀있는 사람들, 죄와 죽음의 올가미에 얽힌 사람들의 해방자로 오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삶의 노선을 수정해봐야겠습니다.


혹시라도 우리는 이웃들을 내 의도와 각본대로 잘 짜인 내 틀에 가두고 있지는 않습니까? 혹시라도 나란 존재는 나도 가두고 이웃도 가두는 ‘감옥’과 같은 존재가 되고 있지는 않습니까?


참사랑은 이웃들에게 자유를 주는 사랑입니다. 참사랑은 이웃의 인생에 날개를 달아주는 사랑입니다. 결국 참사랑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참사랑은 자기중심주의를 탈피합니다. 참사랑은 나도 살고 그도 살게 합니다.


참 사랑은 결국 내 안에 참 자유이신 하느님의 자리를 마련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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