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Diet Cola 한 병의 효심 . . . . .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05 조회수792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사벨이라는 며느리가 있습니다.

예쁜 딸만 둘을 가지고 시부모님 모시면서

성당에서도 열심히 일을 하던 똑 소리나는 며느리입니다.

 

나이는 저보다 많이 어리지만

신앙의 나이로는 선배입니다.

 

이사벨의 시어머님은 우리 성당에서 기도 많이 하시기로

유명하셨고 건강하시지는 않았지만

늘 그자리에 계시던..

웃는 얼굴로 늘 묵묵하시던 인정스러우신 분이었습니다.

 

이사벨이 직장에 나가면 시어머님이 손녀들을 보살펴 주셨습니다.

그런데 몸이 약하신 분이라 어느날 병원에 입원을 하시게 되어

수녀님을 모시고 문병을 갔습니다.

 

작은 손녀딸(아주 어렸음)이 할머니방에 들어갔다가

할머니가 많이 아프신 것을 보고

부모에게 알려 주어서 살아나신 것이라고...

손녀들이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랑을 하셨습니다.

 

그러다 며느리한테 섭섭하셨던 일이 있었다고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얼마전에 큰 손녀딸이 학교에서 돌아와 놀이터에 데리고 가셨는데

그네를 타던 손녀가 어떻게 눈 위가 찟어지는 상처를 입었답니다.

 

할머니는 너무 놀라서 급히 며느리에게 연락을 했고

놀라서 돌아온 며느리가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로 가는데

혹시 당신을 안 데리고 갈까봐 얼른 먼저 차 뒤에 타셨답니다.

 

그리곤 그때부터 손녀 얼굴에 상처를 입힌 죄인이라

성모님께 흉터지지않게 도와 주시라고...

묵주기도만 열심히 하시면서 한마디도 못하고

며느리 눈치만 보셨답니다.

 

딸아이의 얼굴에 꿰맨 흉터가 생길테니

이사벨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는지 상상이 되었습니다.

 

할머니 말씀이

"지 새끼만 되는지...

 내 새끼도 되는데...

 화가 나서 난 쳐다 보지도 않고 혼자 씩씩 거리니

 나는 정말 죄인처럼 수술이 끝날때까지 한마디도 못하고

 기도만 했었지..."

 

그런데 그 어머님이 저와 수녀님을 눈물나게 하신 다음 말씀이

2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나도 저런 시어머니 되어야지' 하고 다짐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차에 기름이 떨어졌는지 주유소에 서더니

이사벨이 Diet Cola(무설탕 음료)를 사서

뒤에 죄인처럼 앉아 계시는 어머님께 드시라고 하더랍니다.

(그 어머니는 당뇨가 있으셨습니다)

 

그런데 공손하게 어머니 드세요..하고 드리는 것이 아니고

아직 화가 덜 풀려서

조금 쌀쌀한 목소리로 드시라고 하더랍니다.

 

"아마 그때서야 내가 눈에 보였나봐..

 그래도 이사벨이 나를 걱정해서 마시라고 마실 것을 사주길래

 섭섭한 마음 다 버렸지...

 그놈이 지 새끼만 되나.. 내 새끼도 되지..." 

 

저는 그때 시어머님께 콜라를 사서 드릴 수 있는 마음씀씀이를 갖은

이사벨을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참 현명하게 살아가는 이사벨은 아직도 제 곁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며느리가 쌀쌀(?)하게 내민 콜라에서

며느리의 속 깊은 효심을 알아보신 어머니가 더 현명하신 분이라고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 어머님은 오래전에 하느님품에 가셨지만

이제 시어머니가 된 저는 그분의 현명하신 품위를

마음에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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