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81) 이래서는 안되지, 이러면은 안되지!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07 조회수898 추천수4 반대(0) 신고

 

 

며칠 전 동창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동안 소식도 없이 뜨막했는데, 웬일인가 했더니 결혼때문이었다.

" 야 우리 아들 결혼한다."

" 너 이사했다며? 너의집 주소 좀 불러 봐."

 

<그래서 어쩌라구? 하이구! 두 딸 결혼식에 불렀으면 이젠 좀 조용히 식구들끼리 치룰 것이지  어째 청첩은 세 번씩이나 한다니?>

하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다. ㅎㅎㅎ

 

남편 아는 어떤 이는 4남매  결혼식에 꼬박꼬박 청첩장 보내더니 혼사 끝나고 퇴직하고 나서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게 연락이 두절된 사람도 있다.

참 이 청첩장이란 게 뜨거운 감자다.

안가자니 찜찜하고 가자니 봄가을이면 부쩍 더 한꺼번에 몰리는 것이 참으로 부담스럽다.

 

사람들 대개는 열심히 참석하고 열심히 초청도 한다.

그런데 난 좀 별난 성격인지 부산하고 번거롭게 많은 사람 초청하기도 싫고 가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주 특별히 친한 사람이 아니면.....

더욱이 교통도 나쁘고 멀고 찾아가기도 힘든 곳에서 행사가 있으면 더 힘이 빠지고 고역스럽다.

내가 이렇게 고역스러운데 남도 그럴 것 같아서 우리집 행사엔 그저 될 수 있으면 직계 가족과 아이들 친구들만 함께 하는 조촐하고 조용하게 치루는 행사가 되고 싶은데.......

 

시어머님 초상 때도 난 동창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서울서 500리 거리인 먼 시골까지 오려면 얼마나 부담스러울 것인가.

차라리 연락 안하는게 낫지 싶어서였다.

그래서 일을 치루고 나서 한참 후에야 얘기했다.

그것이 남을 배려하는 것인지 혹은 냉정해서 그런 것인지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상부상조하는 일에 난 좀 소극적인 것일까.

아니면 공동체적인 생각이 부족한 것일까.

 

언젠가 동창회가 있는 친구네 집을 물어물어 찾아가면서 옆의 친구에게 뭐하러 이렇게 찾아다니는지 모르겠다고, 넓으나 넓은 서울바닥은 물론이고 수도권까지 여기저기 찾아가는 게 참 번거롭고 힘든다고,  그냥 늘 모이던 한군데서 하면 좋을텐데 하니까 아무렇지않은 얼굴로 이렇게 조근조근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냐고 하는 말을 듣고 난 좀 놀라웠다.

짜증스러운 내 마음을 즐거워보이기까지 하는 그 친구 앞에 내보이는 것 같아 그 순간 면구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남편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그 친구는 탐구정신이 많은 증거라고 했다.

나처럼 모르는 곳 찾아 가기를 싫어하고 지레 포기하는 사람은 탐구욕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때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친구는 평생동안 새로운 것을 찾아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사십이 넘어 법과 공부를 하고도 일어, 한문, 영어 등등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쉬지않고 공부한다. 이젠 지겹지도 않냐고 하면 얼마나 새롭고 재미있냐고 한다.

그러니 모르는 집 찾아가는 것도 그리 여유롭게 즐기지 싶었다.

 

반면에 낯선 곳, 새로운 것을 접하는데 늘 소극적인 나는 확실히 탐구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결혼식 전화를 받고 나니 문득 그 친구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 모인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버스도 전철도 만원이면 타지않고(부대끼기 싫어서) 다음 차를 몇 번이고 기다리고, 경조사도 먼곳이면 가기 싫은 나는 더불어 사는 일에 좀 적응이 잘 안되는 사람인가 보다.

그냥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복잡한 거 싫어하고, 새로운 거 습득하기 싫어하고(그래서 아직 문자 보내는 것도 모름) 허례허식 싫어하는 나는 자유인인가!

 

나는 그래서 요즘 그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레지오 그만 두니 1주일에 한 번씩 주회 갈 일 없고, 1개월에 한 번씩 월례회의 갈 일 없고, 수시로 있는 연도도 갈 일 없고, 아주 가끔씩 있는 장지 갈 일도 없다.

단장 계획서 쓸 일도 훈화 자료 찾을 일도 없다.

 

마냥 자유다.

1주일이 전혀 빡빡하지 않고 오히려 널널하게 여유롭다.

 

그런데 아주 여유롭다 못해 이젠 주일미사까지 빼먹는다.

학교 가기 싫은 불량학생처럼 말이다.

마음은 안식년이 아닌데 몸은 완전히 안식년이다.

 

불쑥불쑥 이래도 되는 건가?

이렇게 신앙생활해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 적도 있긴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은   달콤한 여유로움에 발가락이 늘어 붙은 파리의 형국이다.

 

이래서는 안되지, 이러면은 안되지!

 

게으름도 죄라고 했는데.......

 

최소한 주일미사만은 빠지지 말아야지!

 

빨리 추스리고 회개하고 이젠 고백성사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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