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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우리의 일터에서 부르시는 주님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07 조회수833 추천수3 반대(0) 신고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그렇게 하자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루가 5,1-11)


  오늘 복음 말씀은 첫 번째 제자를 부르시는 장면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를 쓰시는 것도 다른 스승들과는 다릅니다. 보통은 제자들이 스승의 유명세에 스스로 제자가 되기를 청하는 법인데 예수님의 경우는 다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이 일하는 곳으로 친히 오셔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곳, 생활의 현장에서 부르십니다. 당신께서 일하기 편하신 곳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듣기 편한 곳으로 오셨습니다. 배를 타신 것도 군중들이 좀 더 편히 앉아 당신의 말씀을 들으라는 배려였습니다. 그 상황에서 최고로 좋은 것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십니다.


  베드로는 자기가 아무리 뛰어난 어부라도 매번 고기를 많이 낚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일진이 안 좋은 셈치고 다른 날 더 잡으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훌륭한 말씀과 기적을 보여주신다고 소문이 자자한 예수라는 분께서 자기 배를 불러 타시니 기분이 좀 나아 졌습니다. 역시 소문대로 감동적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가르침이 끝난 후 다시 한 번 그물질을 하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시키신 대로 따르니 밤새 허탕만 쳤던 것과는 달리 혼자서는 잡아 올리지도 못할 만큼 많은 양을 잡았습니다. 베드로는 과연 예사 분이 아니라고 여겨졌습니다.


  베드로가 무릎 꿇고 놀라서 주님이라고 부르며 자기에게서 떠나가 달라고 한 말은 구약에서 하느님의 거룩한 현존에 맞닥뜨렸을 때 나오는 반응입니다. 이 말에 예수님께서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고 용서와 예언의 말씀으로 대답하십니다. 제자들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예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믿고 따르라는 약속의 말입니다.

  

  여기서 루가저자는 고기 잡는다(agra)는 단어와 사람을 낚는다(zogreo)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다르게 사용합니다. 잡는다는 죽이는 것이지만 zogreo(取한다) 는 죽음에서 구조하는 뜻이 됩니다.

 

   베드로가 어부라서 사람을 낚는 사명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그곳에서 바로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사람들을 죽음에서 구조할 수 있습니다. 별다른 곳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생활 따로 신앙 따로’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 이상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전교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감옥에서조차 배교를 강요하는 것을 마다하고 오히려 하느님을 믿는 것이 살길이라고 전교하셨습니다.


  저는 순교자 성월을 맞아 성지순례를 계획했다가 지난주에 뜻밖에 정진석 추기경님께서 집전하는 미사에 참례하는 영광을 가졌습니다. 성지순례의 출발을 첫 순교성지인 새남터로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그리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속담대로였습니다. 9월 3일이 새남터 본당 설립 25주년 기념일이고 이에 맞추어 그동안 지어온 기념관이 완성되어 추기경님을 모시고  축성식을 거행하였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잔치 음식까지 대접받은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새남터 성지는 첫 사제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비롯하여 10분의 외국 신부님과 3분의 교우가 참수되신 성지입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무려 1만여 명이 순교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믿음을 지켜왔습니다. 신유, 기해, 병오, 병인 등 4 대 박해뿐만 아니라 수 없이 많은 박해가 있었습니다. 죽음보다 더 심했을 고문과 처절한 감옥에서 생활은 새로 지어진 기념관을 참배하면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이나 말로만  듣던 내용을 영상실에서 보니 더 생생하게 다가 왔습니다. 성인 유해실도 잘 꾸며져  잠시 묵상도 했습니다.


  “나는 이제 마지막 시간을 맞았으니 여러분은 내 말을 똑똑히 들으십시오. 내가 외국인들과 교섭한 것은 내 종교와 내 하느님을 위해서였습니다. 나는 천주를 위해 죽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이 내게 시작되려고 합니다. 여러분이 죽은 뒤에 행복하기를 원하면 천주교를 믿으십시오. 천주께서는 당신을 무시한 자들에게는 영원한 벌을 주시는 까닭입니다.”라며 처형 순간에도 복음선포로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옥중에서도 여러 차례 편지를 쓰셨습니다.

“지극히 사랑하는 나의 형제 토마스여, 잘 있게. 천당에서 다시 만나세. 나의 어머니 우르술라를 특별히 돌보아주도록 부탁하네.” “

“저는 그리스도의 힘을 믿습니다. 그분의 이름 때문에 묶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끝까지 형벌을 이겨낼 힘을 저에게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하느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의 환난을 굽어보소서. 주께서 만일 우리의 죄악을 살피신다면, 주여, 누가 감히 당할 수 있으리이까!” 그밖에 김대건 신부님의 편지 내용은 우리에게 커다란 힘이 됩니다.


우리는 조상님들의 피의 증거로 낚인 사람들입니다. 그분들이 쳐놓으신 그물에 낚인 제자들입니다. 그분들처럼은 못하겠지만  우리의 땀과 열정이 우리의 일터에서 새로운 제자들을 낚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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