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낯선 물에 들어가는 것 (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08 조회수611 추천수9 반대(0) 신고

<선택>

 

 '만일 그 사람이 내가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물으면 어쩌지?'

 '나를 예수에 미친 광신도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 사람들이 가진 의문에 나도 덩달아 이상한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할까?'

 '도와 주겠다고 나섰다가 다 내동댕이치고 도망치는 꼴이 되면 어쩌나?'

 

그 워크숍은 내게 전환점이 되었다. 내가 지금 항구에 정박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성령의 바람을 향해 돛을 펴고 있는 것인지 나 자신을 성찰하도록 자극을 주었다.

 

 '나는 주님의 부르심대로 그리스도의 특권을 누리며 살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강사는  '제자 되기' 란 행동으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것은 우리가 어디에 있으며 우리 곁에 있는 사람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깨어 생각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제자 되기' 는 바로 이 순간에 친구나 이웃, 친지, 혹은 낯선 누군가를 어떻게 해야 가장 잘 섬길 수 있는지 자신에게 늘 물어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그렇게 설명했을 때, 나는 비로소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뛰어들기>

 

다음 날아침, 공원에서는 늘 하던 대로 가벼운 대화가 오고 갔다. 그러다가 나는 불쑥 말을 꺼냈다.

 

 "저, 그런데 말이죠, 당신이 이런데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우리가 하느님이라든지 뭐 그런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았으니까요....하여튼 제가 어머니 기도 모임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혹시 오실 생각이 없으세요?"

 

그 말은 숨 쉴 새도 없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두 사람 사이에서 맴돌았다. 어쨌거나 나는 말을 하고야 말았다.

 

그 여자는 놀란 것처럼 보였다. 내 머리속에서 내게 퍼붓는 목소리가 입을 다물지 않았다.

 

 '네가 정말 그런 말을 하다니 믿을 수 없군. 그녀는 네가 멍청하다고 생각할 거야. 다시는 너랑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다니 너는 광신도가 분명해.....'

 

 "가고말고요! 사실 저는 바로 그런 일을 바라며 기도해 왔어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 말 없이 마음이 통한 그 아름다운 순간에 우리 두 사람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하느님께서는 어떤 일을 시키고자 나를 부추기고 계심을 내가 깨닫게 해 주셨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용기도 주셨다.

 

그리고 형제애를 갈구하며 같은 신자의 도움을 구하던 그녀에게는 응답을 해 주셨다. 우리가 느낀 흥분과 기쁨이 공중에서 맞부딪쳐 퍼져 나갔다.

 

 "그나저나 내 이름은 웬디예요." 그녀는 말했다.

 "나는 캐롤린이라고 해요." 나도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제자 되기' 로 맺은 결실>

 

그 일이 있은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웬디는 어머니 기도 모임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모임을 열기도 하여, 열 명이나 되는 엄마들은 물론 함께 따라온 올망졸망한 아이들까지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 모임이 계속되면서 우리는 모두 훌륭한 엄마가 되기 위한 이해와 확신, 격려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그것이 필요함을 이미 알고 계셨던 것이다!

 

작년에는 웬디가 나에게 우리 학교에서 싱앙 공동체를 조직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였다. 우리는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고, 묵주기도 하는 것을 가르치고, 신자 가정이 집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각종 활동을 담은 '즐거운 신앙 달력' 을 만들기도 했다.

 

최근에 와서는 이 지역의 모든 학교에서 그 교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한때는 공원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나의 신앙을 나누는 것을 두려워 했었는데, 이제는 바로 그 '낯선 사람' 이 나에게 이 지역 모든 사람들과 나의 신앙을 나누도록 자극을 주고 있다.

 

나는 하느님의 손길이 내 주위에서, 나를 통해서, 때로는 나의 의지에 반해서 일하시는 것을 보며 놀라움을 느낀다.

 

하느님께서는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우리에게 당신의 성실하심을 증명해 보이신다. 그분은 우리가 항해를 떠나  "깊은 곳으로 저어 나갈" (루카 5, 4) 수 있도록 기회와 격려와 용기를 주신다.

 

우리가 할 일은 오직 "예" 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 이 글을 쓴 피그내트는 캐나다의 온타리오주 카나다에 살고 있으며 남편 토니와의 사이에 두 아이를 두고 있다.

 

 

                                             <캐롤린 피그내트 / 말씀지기(9월호)에서>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