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08 조회수1,020 추천수6 반대(0) 신고
2006년 9월 8일 복되신 마리아 탄신 축일

 

Behold, the virgin shall be with child and bear a son,
and they shall name him Emmanuel

(Mt 1.23)


제1독서 미카 5,1-4ㄱ

 

복음 마태오 1,1-16.18-23

 

어제 아침, 저의 동창 신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난데……. 내가 오늘 어느 본당에서 미사가 있거든? 그 미사 끝나고 너 보러 성지 갈게……. 그런데 생각해보니 네가 미사 하고 있을 시간인 것 같다. 그러니까 네 방 번호 좀 가르쳐줄래? 내가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저는 그렇게 하라고 하면서 제 방 번호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성지에서 11시 미사와 성지 설명까지 모두 끝내고 동창 신부를 만나기 위해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깜짝 놀랄만한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글쎄 동창 신부가 냉장고에서 요플레를 꺼내 먹은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큰 소리로 말했지요.

“너 그거 정말로 먹은 거야? 왜 먹었어?”

동창 신부가 깜짝 놀라더군요. 하긴 요플레 하나 먹었다고 큰 소리로 “왜 먹었어”라면서 다그치니 누가 놀라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혹시 아까워서 그런 말을 했을까요? 아닙니다. 사실 너무나 오래되었거든요. 즉, 유통기간 자그마치 넉 달이나 지난 요플레였습니다. 냉장고를 잘 열지 않다보니, 유통기간을 넘긴 음식들을 버리지 않고 그냥 두고 있었던 것이지요.

아무튼 동창 신부의 속이 괜찮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동창 신부에게는 “유통 기간이 얼마 안 지난 거야.”라면서 안심시켜주었지만, 그리고 “믿음만 있으면 절대로 탈나지 않아.”라는 말도 자신 있게 했지만 솔직히 걱정은 됩니다. 너무나 오래된 것이고, 더군다나 다른 것도 아닌 우유 성분이 들어 있는 요플레라서 말입니다.

‘유통기간이 지났으니까’ 하면서 얼른 버렸다면 어제와 같은 일이 일어났을까요? 아니겠지요. 유통기간이 지난 것은 분명히 탈이 날 수 있으니 버리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그대로 치우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고, 그 피해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겪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들의 삶 안에서도 이렇지 않을까요? 버려야 하는 것들은 과감하게 버려야 하는데 꼭 움켜쥐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버리지 못함으로써 내가 상처를 받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아픔을 주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바로 내 안에 있는 욕심들과 뒤로 미루는 게으름들이 이렇게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신 축일을 맞이해서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족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 족보를 보여줄까요? 바로 족보를 통해서 내 것이라고 하면서 버리지 못하고 꼭 움켜잡으려고 했던 선조들이 어떠했었고, 반대로 욕심과 게으름을 버리고 주님께서 원하신 모습대로 살았던 선조들은 어떠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바로 선조들의 모습을 통해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르쳐 주는 것이지요.

이제 우리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까요? 주님의 뜻과 반대로 나아가면서 자신의 것을 움켜잡고 있었던 미련한 선조들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예수님, 성모님, 그리고 주님의 뜻을 철저히 따르려 했던 많은 이스라엘의 선조들의 모습을 따라야 할까요? 그 선택은 바로 여러분의 몫입니다.

유통기간이 지난 음식을 버립시다.



 
침묵하는 연습(유안진)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 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 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 싶다.

 

which means “God is with us.”

(Mt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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