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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임마누엘의 후렴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08 조회수605 추천수4 반대(0) 신고

 

<임마누엘의 후렴구>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마태 20-23)



  어머니시여 오늘이 당신의 생일입니다. 이천여 년 전 오늘 부모 요아킴과 안나 사이에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날도 평범한 하루처럼 해 뜨고 달  뜨며 별들도 하늘에서 초롱초롱 빛났겠지요. 그러나 달라진 것은 당신이 자라면서였겠지요. 당신의 몸짓 하나하나가 주위의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겠지요. 숫접으나 우멍하지 않고 밝은 미소가 햇살처럼 빛났겠지요. 어쩌면 저리도 속 깊으냐고 모두들 칭찬했겠지요. 혼기가 차니 여기저기 중신어미들이 나부댔겠지요. 그중 신실한 요셉이 부모 눈에 들어 정혼 했겠지요.


  좁은 마당 높은 담벼락 안에서 부모랑 옹색한 살림이었지만 언제나 꿈은 이스라엘 그분이었겠지요. 어느 날 빛 좋은 날 당신은 기도 중에 기쁨이 몰려와 온 몸을 감싸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햇살 같았고 점차 천사의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혹시나 허깨비를 보았나? 해서 눈을 감아도 여전히 앞에 있었습니다. “두려워 마라, 마리아.” 이 세상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음성이었습니다. 남자를 알지 못 한 처녀에게 하느님의 거룩한 이를 잉태하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은 알았습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음을......


  그러나 아무리 높은 담에 감추어도 입바른 말재기들은 있는 법. 불러오는 배는 부모의 근심만큼이나 커져 갔습니다. 아버지 요아킴은 당신 배를 보고 한숨만 들이쉬고 내쉽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염려는 깊은데 있으니 정혼자 요셉이 찾아와 꿈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하고 오히려 요아킴을 위로 했습니다. 걱정 마시라, 정혼 약속을 지켜 이 아이를 내 아들처럼 키우리다. 부른 배 감추기보다 사촌 엘리사벳 집에 찾아가는 게 더 좋을듯하여 불원천리 유대 지방으로 떠났습니다. 엘리사벳은 이 모든 것을 이미 알고나 있었듯이 당신을 기쁨으로 맞아주었습니다. 거기서 지낸 몇 개월이 평생 제일 행복한 때였습니다.


  시리아 왕 퀴리노는 티베리우스 황제의 명을 받아 호구조사를 실시합니다. 요셉의 본적지 베들레헴은 이름 그대로 빵처럼 길쭉하게 생겼습니다. 귀향객이 넘쳐 방이 모두 찼고, 마땅히 머물 장소가 없었으나 요셉의 발품으로 마구간이나마 얻을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 당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여운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내가 낳은 아이가 하느님의 거룩한 아이라니 믿겨지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당신은 모든 것을 가슴에 새겨두었습니다.


  할례 날 성전에서 선하게 생긴 노인 한분이 축복의 말과 함께 당신께서 겪을 어려움을 알려 주었어도 모두 가슴에 담아 두시만 했습니다. 그러나 미친 헤로데가 나자렛의 신생아를 모두 죽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는 용케 빠져 도망 나온 당신은 길섶에 주저앉아 숨죽여 우셨습니다. 전능하신 분이시라면 어찌 죄 없는 간난아이들을 제 어미 품에서 빼앗을 수 있습니까? 숫제 제 아기 죽여 그 아기들을 살릴 수 있다면 하고 가슴을 쥐어 뜯으셨겠지요.

  그러나 아닙니다, 어머니. 그 간난아이들은 제 목숨으로 주님을 지켜낸 것입니다. 어머님 일행이 무사히 빠져 나갈 시간을 벌어주었던 것입니다. 미친 헤로데는 그 뒤에 제 갈 길로 갔습니다.


  어머니는 어린 예수가 문득 문득 알아듣지 못할 말과 행동으로 놀래키어도 모두 그저 가슴에 담아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른이 된 뒤에도 아들 예수님은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외로운 길을 힘겹게 걸어갔습니다. 간사한 것이 사람 인심이라더니 아드님께 치유 받고 빵을 얻어먹었을 때는 메시아입네 떠들더니만 예루살렘에 사는 높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모독했다는 말 한마디에 모두 등 돌리고 떠나갔습니다. 갑작스럽게 체포되고 모진 채찍질과 십자가형에 어머니의 가슴은 피멍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난듯했지만 끝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님께서 가슴에 새긴 모든 기다림이 아드님의 부활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아드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한마디는 어머니께서 그동안 견디어 온 시절에 대한 아드님의 보답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 아들입니다. 저를 길러 주시고 돌보아 주셨듯이 이들을 보살펴 주십시오.” 아드님은 이 땅에 남은 모든 사람들을 사랑해 달라는 부탁을 하신 것이었습니다. 진정 만인의 어머니가 되신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하신 뒤에야 아드님은 사랑하는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어머니로 잘 모셔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이 세상에 탄생하신 때부터 주님께 대한 믿음을 지니고 계셨습니다. 믿음이란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이치를 따지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다니 얼토당토않다고, 구원의 메시아는 있지도 않다고, 만사가 혼돈이라고, 세계는 부조리가 지배하고 있다고, 이기는 것이 죽음이지 어떻게 생명이냐고 질문하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당신 삶으로 대답해 주셨습니다.


  믿는 것이 힘들지만 믿는 것만이 사랑을 베풀어 주신 주님께 드릴 유일한 보답이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어둔 밤에 묻혀도 빛은 그 안에 있고, 하느님의 침묵보다 더 큰 소리가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임마누엘(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의 후렴이 “그분을 닮아라.”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이야.”하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머님께서는 그 말에 숨겨진 악마의 유혹 마저도 없애 버렸습니다. 그 말은 자포자기이며 하느님이 악한 일도 하시는 것처럼 들리게 만듭니다. 어머님께서는 그 말 대신 고통처럼 보이는 일 속에서도 진정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찾아 하느님을 닮으려고 하셨습니다. 침묵 속에서도 사랑과 믿음과 희망, 그리고 질서를 잃지 않는 모습을 지키셨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본보기가 되셨습니다. 진정 당신 계셔서 행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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