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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고독한, 그러나 복된 . . . . . [김동억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09 조회수687 추천수12 반대(0) 신고

 

 

 

 

 

 

나는 지난 주일 뉴욕 북부에 있는 메리놀 총본부를 찾았다.

 

신록이 우거진 숲,

화사하고 아름다운 꽃들,

넓은 잔디밭,

거기에 고성처럼 웅장한 신학교,

크낙한 메리놀 총본부와 수녀원 총본부,

거기에 화창한 날씨였다.

 

내가 이곳을 찾아간 것은 청주 양로원에 계시다가

은퇴 사제관에 계신 위 신부님(EDWARD WIS)신부님을 뵙기 위해서였다.

 

그분이 청주 양로원에 계실때에

나는 사제직에 대한 반성과 큰 격려를 받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신부님을 못뵙게 되었다.

지금은 그분의 고향근처인 캘리포니아에 있는

다른 은퇴 사제관에 계시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곳에서 40여명의 고독한 사제들...

그러나 복된 사제들을 뵈올 수가 있었다.

 

지금은 늙고 병들고..

어떻게 보면 죽음의 날만을 기다리듯 외롭게 지내시고들 계시지만

이분들은,

낯설고 물설은 타국만리 세계곳곳에서 온힘을 다하여

주님나라를 건설하시던 사제들이다.

 

나는 이분들의 고독한 생활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아픔과 더불어 10여년 전 가톨릭 신문에

'노사제와 똥걸레'라고 썼던 기억이 되살아 떠올랐다.

 

그리고

'역시 사제는 걸레이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그것은 사제와 걸레는 유사점이 많기 때문이다.

걸레는 집안의 더러운 곳을 깨끗하게 만드는 긴요한 도구이다.

그러면서 또한,

필요가 없을 때는 구석에 처박혀 있어야 하는 서글픈 존재다.

 

사제가 늙어 은퇴를 하면

그처럼 아끼던 신자들을 돌보지 못하는채

어느 구석에 쳐박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느 노사제는 얼마나 사람이 그리웠는지...

그곳을 찾아간 우리들을 밖에까지 쫓아나와 계속 얘기를 거는 것이다.

 

그뿐인가!

신학교 바로 옆에는 100여 명의 사제들이 누워 계신다.

거기에는 청주 교구장이셨던 파 주교님...

한국동란 중에 굶주림과 폐허 속에 시달리던 우리 국민들을 위해

미국에서 원조물자를 얻어다가 사랑으로 돌보아 주시던

캐롤 안 주교님의 묘소가 함께 있었다.

 

나는 이분들의 묘소 앞에서 기도를 드리면서

스스로 깊은 명상의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사제직이란 하느님을 떠나 인간적으로만 생각해 보면

원래가 고독한 것이다.

그러나 더욱 고독하고 힘든 것은 언제 어느곳에서나

어른 노릇을 해야 하기에

늘 남의 눈을 의식하면서 긴장속에 살아야 하는 것이다.

 

사제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어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고,

그들과 함께 모든 것을 나누며 거룩함을 주어야 한다.

또 모든 이들의 희망과 위로자가 되어야한다.

 

그렇다면 사제에게는 고독과 고통만이 있다는 말인가?

 

캐롤 안 주교님께서 선종하시기 얼마전,

정신이 오락가락하시던 때였다.

안 주교님은 방문온 한국신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빨리 외투좀 가져와,  빨리!"

"외투는 무엇하시게요?"

"한국에 가야지. 한국신자들을 만나러 가야지!"

 

이것은 직접 그자리에 동행한 신자의 증언이다.

그분은 편하고 풍요로운 고국 미국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신분이다.

 

그것은 한국에 사랑하는 영혼들이 있고,

그곳에서 모든 것을 다 바쳐 일하셨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제요,

그것이 사제의 마음이요,

그것이 사제의 자세일 것이다.

 

사제는 어려움 못지 않게,

더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낄때가 많다.

 

성무면에서 볼 때

부족하고 이그러지고 보잘 것 없는 나를 통해

거룩한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동참하고..

나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이 전달되고,

많은 영혼이 구원을 받고,

하느님의 나라가 펴져 나간다.

 

아무리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이라도

공허와 고독 그리고 고통이 있듯이

사제이기에 당하는 고통도 크다.

 

그러나 남에게 매이지 않는 자유,

가진 것이 없기는 해도

사제만이 느끼는 행복과 보람,기쁨이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제는 고독한 동시에 행복한 것이다.

 

 

                                - [그때 그사람들]에서 -

 

 

 

 

 

언젠가 읽은 돌아가신 고 마태오 신부님의 책에서도

은퇴하신 신부님들이 사시는 모습을 신학생 때 보시고 가슴 아파하시던

글이 떠오릅니다...

 

아마 지금 서품을 받으신 젊은 신부님들께서도

다들 은퇴 신부님들의 고독과 고뇌를 보셨고 또한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 고독의 길을 환히 알면서도

하느님께 사로잡힌 자 되시어 사제의 길을 택하신...

 

그렇기에 신부님들을 존경합니다...

 

때로는 막내 아들 같이..

때로는 엄한 아버지 같이..

우리와 함께 사시는 신부님께 감사한 마음이 솟아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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