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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밀밭 사이로. 류해욱 신부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09 조회수632 추천수4 반대(0) 신고

 

    보리밭 / 조수미

밀밭 사이로


  오늘 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 밀밭 사이를 걸어가시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어지는 바리사이들과의 논쟁은 다 잊어버리고 그냥 밀밭 사이를 걸어가시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풍경화를 그려보면 어떨까요? 하얀 종이에 파스텔로 가을의 풍요로운 색깔을 마음껏 칠해보세요. 바탕색은 옅은 주황색이 좋겠네요. 갈색이 좋겠다고요? 좋습니다. 

  칼릴 지브란은 예수님과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처음 만난 장소를 밀밭으로 그리고 있지요. 여러분들도 밀밭에서 예수님과 만나 함께 걸어보세요. 그냥 말이 필요 없고 함께 길을 걸으며 그분을 감싸고 있는 평화를 느껴보세요. 밀밭을 본 적이 없어 잘 그려지지 않으면 보리밭을 그리면 되겠지요. 가곡 보리밭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고 그 가사 내용을 예수님과의 만남에 비추어 볼 수도 있겠지요.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저는 노래를 잘 못 부르는 음치이지만 듣는 것은 좋아하지요. 보리밭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의 하나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가사 내용에서‘뉘’를 예수님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미지를 그려봐요. 내가 그분에게 휘파람을 불면 그분은 고운 노래로 응답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물론 그분이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셔서 말씀을 건네시지는 않지요.(훗날 얼굴을 맞대고 뵐 날이 오겠지만...) 그래서 돌아보면 아무도 뵈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는 것으로 느껴지지만 다시 가만히 눈을 감으면 그분의 고운 노래가 들려오지요.


  기도가 별 것이 아닙니다. 그냥 상상 안에서 그분의 모습을 떠올리고 가만히 함께 머물거나 함께 길을 걸어갈 수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기도의 경지에 이른 것이지요. 기도에 너무 형식이나 격식을 갖출 필요가 없어요. 그냥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면서 그 중심에 그분이 계시면 그것이 기도라고 생각해요. 


  아침저녁으로 선선하고 스산하면서 가을이 느껴지지요. 이 가을에는 외로움이 느껴질 때마다 휘파람을 불기로 해요. 그분에게 건네는 사랑의 휘파람을. 그분이 고운 노래로 응답해 주신다는 확신을 지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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