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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한숨을 쉬시며 '에파타' 하셨다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09 조회수663 추천수2 반대(0) 신고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마르 7,31-37)



  우리는 흔히 말이 서투른 외국에 나가보면 무엇보다 귀가 열리지 않아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어 답답해합니다. 외국어를 잘하는 비결이 먼저 그 나라 말을 알아듣는 귀가 열려야 쉽다고 말합니다. 그러고 난 후에야 비로소 자기 속에 담긴 진심을 내 보일 수 있고 또 상대방과 인간적 교류가 생긴다고 합니다.


  복음서에서 예를 드는 사람은 반벙어리라고 합니다. 무엇인가 자기 나름대로 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남들과 의사소통이 안 되는 장애우입니다. 아마 생활하는데 많은 불편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생활했을 겁니다. 그동안은 살아온 눈치로 그럭저럭 지냈겠지요.


  우리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알아듣는 귀가 열리지 않아 서로 대화를 하긴 하는데 서로 깊은 영적 교류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를 자주 경험합니다. 특히 기도를 할 때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바로 신앙의 반벙어리라는 증거입니다.  아직 귀가 열리지 않아 주님 말씀을 올바로 알아듣지 못하고 제대로 자기 신앙을 의사표현하지 못하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소리는 나오는데 반벙어리처럼 얼버무리고 맙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못들은 체 외면합니다.


 신앙의 귀가 열린다는 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하늘을 우러러보시고”  


  바로 7,34 절에서 보여 주시는 예수님의 기도 모습입니다. 치유를 베풀기 전에 하느님 아버지께 얼굴을 향해 그분과 대화하는 자세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구하는 자세입니다. 아버지의 뜻으로 치유가 일어나도록 간구하는 자세입니다. 하물며 인간인 우리도 이처럼  먼저 하느님의 뜻이 어디 있는지 간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혹시 인간의 뜻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 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뜻을 제대로 알아듣고 나서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라고 말하는 자세입니다.


 우리의 귀가 닫혀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의지가 그분께 귀를 여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대로 분명한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으니 분명치 못한 발음만 나오는 것은 아닐까요? 아무도 못 알아듣는 자기 목소리만 내어 타인에게 소음처럼 들리는 것은 아닐까요? 서로 소통이 안 되는 대화는 소음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도 중에 어렴풋이 그분의 뜻을 알아듣는 경험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서도 내 뜻과 다르면 실망하고 조만간 딴 생각을 먹곤 합니다. 그렇다면 참으로 알아들은 것이 아닙니다. 그 결과 어떤 이는 ‘기도 병’ 을 앓기도 합니다. 기도는 열심히 하는데 전혀 기쁘지 않습니다. 심지어 육체적으로 고통까지 앓습니다. 바로 자신의 뜻과 갈망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억울한 심정의 표현입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습니다. 그 원인도 깨닫지 못합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환자들의 말만 잘 들어주어도 50%이상 병이 개선 된다고 합니다. 그것을 active listenning(능동적 청취) 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사람들이 제 말만 하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면 정신병이 다 생길까요. 남에게 귀 닫고 사는 것이 편하다는 경험이 결국 제 자신을 가두고 마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한숨을 쉬시며 에파타 하셨다.”


  우리도 한숨을 쉬어야 하겠습니다. 물론 예수님의 한숨은 성령을 주시는 사랑의 동작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숨을 어떤 때 쉬는가요? 아마 다들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실컷 소리 내어 울고 난 뒤에 내쉬는 한숨은 우리에게 오히려 활력을 줍니다. 근심할 때 쉬는 한숨은 위로를 줍니다. 긴장할 때 나오는 한숨은 여유를 줍니다. 그것은 바로 방향 전환을 뜻합니다. 그리고는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게 만들어 줍니다.


  한숨을 쉬면서 그분의 뜻이 어디 있는지, 그분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알아들은 것을 제대로 선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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