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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일 복음묵상] “도(道)를 아십니까?!” / 김진범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10 조회수731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06년 9월 10일 연중 제23주일 나해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마르코 7,32-34)

  

 People brought to him a deaf man

who had a speech impediment
and begged him to lay his hand on him.
He took him off by himself away from the crowd.
He put his finger into the man’s ears
and, spitting, touched his tongue;
then he looked up to heaven and groaned, and said to him,
“Ephphatha!” -. that is, “Be opened!” --

 

  

 하느님의 기쁜 소식이 가난하고 억눌리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전해집니다. 눈먼 이들의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의 귀가 열리며, 말못하는 이가 말을 하게 됩니다. 이는 주님의 사명이었습니다. 이는 또한 주님을 섬기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이 사명에 충실하려면 우리가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하고,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입이 열려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고쳐 주십니다. “에파타!”

 

☆☆☆

 

 정전이 되어 어둠의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 나가면 갑갑할 때가 많습니다. 그처럼 답답하고 갑갑함을 평생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눈이 열리고, 귀와 입이 열린다면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그 기쁨을 위해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그분께서 우리에게 명하십니다. “에파타!”(열려라!) 이제 우리의 눈이 열리고 귀와 입이 열려, 어둠과 침묵에 갇혀 있는 형제자매들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도(道)를 아십니까?!”



   언제인가 기차역을 바삐 지나가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 저를 보고 “참 氣가 맑으신 분이시네요.” 합니다. 이건 또 뭔 소린가 싶어 멀뚱멀뚱 쳐다보니 그 사람이 “道를 아십니까?” 대뜸 묻습니다. 그러더니 도에 대해서 횡설수설합니다. 정말로 도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도’는 원래 원시 유가(儒家)에서 수로(水路)를 뜻했습니다. 중국인들은 매년 홍수와 가뭄에 시달렸는데, 우리 사람이 잘 살려면 이 수로를 막힘없이 잘 뚫어야 했습니다. 이 수로 공사를 아주 잘한 임금이 바로 요(堯)·순(舜)·우(禹)임금입니다. 기(氣) 역시 물과 관계가 깊습니다. 기는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수증기가 위로 올라가 비를 만들고 비는 강을 만들며, 그러한 강은 우리 인간들의 젖줄이었습니다. 옛 고대인들은 이렇게 물이 잘 통해야 인간이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듯 도는 그야말로 물이 막힘이 없이 잘 통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의 막힘없는 순환이 곧 도를 뜻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요즘 기가 막히는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일단 경제의 기가 막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 한민족이 두 동강 난 채로 기가 막혀 있고, 백년대계인 교육의 기가 막혀 있으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양분되어 서로 싸워 기가 막혀 있습니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기막힘들이 돌고 돌아서 이제는 우리들의 마음의 기를 막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1독서의 말씀처럼 눈이 멀고, 귀가 먹으며, 절름발이가 되고 우리 마음이 사막이 됩니다.  이런 기막힘들 때문에 서로 싸웠다 하면 용서할 줄 모르고 별일 아닌 것에도 원수가 되며 이웃을 서로 경계하여 신뢰하지 못합니다.


   오늘 예수님은 이런 우리 마음의 기막힘을 보고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에파타!’ 곧 ‘열려라!’” 이 말씀은 우리 마음을 열어서 기를 막힘이 없게 하라는 말씀이십니다.


   마음 심(心), 이 글자는 고요한 연못에서 따왔습니다. 마음이라는 연못의 샘물이 계속 고여 있으면 그만 썩어 버리고 맙니다. 그러나 그것이 흐르고 막힘없이 통하게 되면 만물에 생기를 줍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런 분이십니다.

 

   즉 우리 마음을 열어 기의 막힘이 없게 하시는 도(道) 자체이신 분이십니다. 바로 그래서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은 “열려라!”라는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그분처럼 우리 이웃을 용서하고 신뢰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기를 돌게 하고 생명을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이며, 도를 알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신앙인이 먼저 도를 알게 되면, 이것이 수로가 되어 우리 이웃들에게도 흘러가서 많은 이들이 예수님의 말씀인 “열려라!”라는 말씀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이제 누군가가 우리 신앙인에게 “도를 아십니까?” 하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말해야 하겠습니다. “열려라!”


                         -수원교구 김진범(바오로) 신부-

 

                             

 

                                                  An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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