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Fr. 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11 조회수828 추천수9 반대(0) 신고
2006년 9월 11일 연중 제23주간 월요일

 

“I ask you, is it lawful to do good on the sabbath
rather than to do evil,
to save life rather than to destroy it?”
(Lk 6.9)

 
제1독서 코린토 1서 5,1-8

 

복음 루카 6,6-11

 

지난 주일이었습니다.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이해서 많은 순례객들이 성지를 찾아오셨지요. 그리고 사람이 많은 관계로 경당에서 미사를 하지 못하고 야외 행사장에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사실 야외 행사장은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없기 때문에 성지의 관리장과 제가 미리 천막을 직접 쳐 놓습니다. 하지만 한군데, 제가 서 있는 제대에는 천막을 치지를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미사 끝나고 많은 분들이 제게 말씀을 하십니다.

“신부님, 햇빛 많이 쐬면 몸에 좋지 않아요. 그리고 미사할 때 얼마나 눈이 부십니까? 따라서 이제 제대에도 천막을 치세요.”

저를 생각해주셔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너무나도 고맙지요. 하지만 제게 왜 천막을 치지 않는지를 여쭤보시는 분은 하나도 없더군요.

제가 왜 천막을 제대 쪽에는 치지 않을까요? 제가 햇빛을 좋아해서 그럴까요? 피부가 백옥같이 희어서 살 좀 태우려고 그러는 것일까요? 선글라스를 쓰고 싶어서(야외에서 미사할 때 오시면 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제대 쪽에 천막을 치지 않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제가 천막을 치지 않는 이유는 천막을 설치함으로써 제대 쪽의 십자가를 가리기 때문입니다. 즉, 미사 참석하시는 분들이 제대 쪽의 십자가를 보지 못하고 천막만 보고 가실 것 같아서 천막을 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이유를 한 명도 물어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신 천막을 치라는 이야기만 미사 후에 계속 들었지요.

물론 저를 위해서 하신 말씀이지만, 어쩌면 이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즉, 이유는 알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더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은 왜 모를까요?

예수님 시대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예수님께서 하시는 행동들의 의미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 무조건 옳다는 생각.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께서 율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나 하지 않나 만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지요.

그들의 주장인 율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것은 성서에도 나오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분명히 지켜야 할 계명이고, 그들의 말이 틀린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안식일 법보다 더 우선시 된다는 것은 사랑의 계명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안식일 법을 어기면서까지 사랑의 실천을 보여주신 것이지요. 바로 이 예수님의 의도는 전혀 보려고 하지 않고, 율법만 지켜야 한다는 이들의 생각이 옳은 것일까요?

이제 내가 반대했던 사람을 생각해보세요. 그 사람이 정말로 잘못한 것처럼 보였겠지요. 그런데 혹시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 사람의 원 의도를 보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을 배려하기 보다는 나의 뜻만을 드러내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요?

바로 이러한 반대가 예수님을 향한 반대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기억하면서 반대에 앞서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읽을 수 있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상대방을 반대하기 보다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먼저 합시다.


     

 
자신이 가진 것의 진정한 가치('행복한 동행' 중에서)


 

지혜롭기로 소문난 스승이 있었다. 어느 날 제자가 스승을 찾아왔다. 집을 구경하던 제자는 진열장에서 주발 하나를 발견하고는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스승님, 이 귀한 주발을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그러자 스승은 제자를 힐끗 보더니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그거 말인가? 얼마전에 굶어 죽은 거지의 밥통이라네" 제자가 깜짝 놀라 말했다. "거지 밥통이었다고요? 어찌 이 귀한 것을 밥통으로 썼단 말입니까? 게다가 이 밥통을 팔면 엄청난 돈을 받을 수 있을 텐데 굶어 죽다니요?"

스승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글쎄, 그런데 밥통을 판다는 것이 간단하면서도 아주 어려운 문제라네" 스승의 대답에 제자는 답답해하며 되물었다. "아니,그것이 뭐가 어렵단 말입니까?" 그냥 팔면 되지 않습니까?"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스승이 말문을 열었다. "그 거지는 배 채우는 데만 신경을 썼지, 자신이 가진 밥통의 진가를 몰랐다네. 자신이 가진 것의 진정한 가치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지. 보물을 가지고도 굶어 죽은 이 거지처럼 말일세".

 

“Stretch out your hand.”

(Lk.6.10)

 

 


 
처음 느낌 그대로 - 장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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