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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복음묵상] 골이 잔뜩 나서 / 김경희 수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11 조회수758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6년 9월 11일 연중 제23주간 월요일


안식일에 착한 일을 하라고 하였느냐?

악한 일을 하라고 하였느냐?

사람을 살리라고 하였느냐?

죽이라고 하였느냐? (루가 6,9)

 

 “I ask you, is it lawful to do good on the sabbath
rather than to do evil,
to save life rather than to destroy it?”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 주십니다. “손을 뻗어라”(

 

☆☆☆

 

 손을 뻗어라.” 주님께서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입니다. 우리 역시 심리적으로 손이 오그라든 사람일 수 있습니다. 이웃 형제에게 도움의 손을 뻗지 못하는 한 우리 역시 주님의 치유를 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좋은 일을 하는 데에는 안식일과 주일과 평일의 구분이 없으며, 때와 장소를 가릴 필요도 없습니다. 하느님의 도움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골이 잔뜩 나서



   그들은 골이 잔뜩 나서 예수님을 어떻게 할까 서로 의논하였다.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예전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골이 잔뜩 나 있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 저도 그렇게 골이 잔뜩 나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공소에서 사도직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늦가을, 추수가 한창 때에 같이 있는 수녀님이 휴가를 가시고 혼자 콩타작을 시작했습니다. 하루 만에 끝내려고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을 떨었는데 해가 질 때까지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공소 마당에 형광등 불을 켜놓고 혼자 콩타작을 하고 있으려니 슬금슬금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지금 왜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지? 수녀 둘이 사는데 농사는 왜 이렇게 많이 해서 고생을 하는 건가?’ 점점 마음은 복잡해지고 잔뜩 골이 나서 일을 하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이 일을 아무 지향 없이 하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래서 즉시 기도했습니다. “주님, 제가 막대기로 콩대를 칠 때마다 연옥에 있는 영혼들 한 명씩 도와주세요.” 기도를 하면서 막대기를 내려치자 그 순간부터 탁! 탁! 탁! 막대기 소리가 주님을 찬미하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골이 나 있던 마음이 갑자기 환해지면서 기뻤습니다.


   공소사목 3년 동안 주님께서는 저에게 자연 속에서 많은 것을 훈련시켜 주셨습니다. 공소에서 살기 전까지는 ‘나’라는 존재가 공동체 안에서 받아들여지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을 때, 그리고 하고 있는 일 속에서 하느님과 교감이 될 때 기뻤습니다. 그런데 공소라는 사도직 현장은 저에게 광야 같았습니다.


   어느 여름이었습니다. 초봄에 참깨 농사를 짓기 위해 씨앗 몇 톨씩 심어놓은 참깨가 어느새 제 키만큼 자라서 공소 200평 밭을 생명으로 가득 채워놓았습니다. 그때 하느님께서 육적인 것도 이렇게 축복을 많이 해주시는데 영적인 것은 얼마나 더 풍성히 축복해 주실까 하고 깨달았습니다. 주님의 비밀을 안 것처럼 기뻤습니다.

 

   그래서 그 후부터 작은 일 하나하나에 지향을 갖게 되었습니다. 설거지할 때도, 마당을 쓸 때도, 빨래를 할 때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향을 가지면서 순간을 성화할 수 있었습니다.


                     -김경희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

 

                            

 

 
                      Mozart - Minutte[vio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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