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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3 > “예수님, 휴가 감사합니다” 제 1부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11 조회수1,069 추천수6 반대(0) 신고
 
 

                        

                            

               “예수님, 휴가 감사합니다”  제 1부 



   지난 1월22일은 나의 사제 수품 기념일이었다, 그런데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나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제 사제생활 17년인데 수품 때의 그 반듯하고도 순수한 정신은 아예 무뎌져 버린 것이다.


   수품 일을 뒤늦게 깨달은 것은 3박4일의 겨울 여행이 막 끝나는 시기였다. 오랜만에 조카들도 왔고 또 아들로 키우고 있는 농아도 방학이라 주방 식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는데 마침 친구 수사님과 합류를 해서 온천이다, 산이다, 뻔질나게 다니면서 구경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노래방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러도 뭔가 아쉬웠고 온천 대중탕에서 몇 번 몸을 담가도 개운함이 없었다. 오히려 장거리 여행에서 오는 피곤함과 불편한 잠자리 때문에 휴식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이었다. 집 떠나니 역시 고생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날은 집을 향해 일찍 출발하여 순천을 지나가는데, 영화를 보고 가자는 제안이 갑자기 들어왔다. 내 생각 같으면 얼른 집에 가서 쉬는 게 상책이겠는데 그러나 분위기를 다칠  수가 없어서 마지못해 닥치는 대로 아무 극장이나 들어가 제목을 보니 ‘조 블랙의 사랑’ 이었다.


   처음엔 그렇고 그런 내용의 영화겠지 하며 별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처음부터 은근히 사람을 꽉 잡더니만 감동과 재미를 장장 3시간에 걸쳐서 펼치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 여러 번 울었는데, 내용은 대충 이렇다.


   어떤 기업의 회장이 있는데 가정적으로나 사업상으로나 아주 정열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65회 생일이 닥칠 즈음에서 죽음이 자기를 노크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왠지 징조가 불길하고 느낌이 안 좋은 것이다. 그는 몇 년 전에 아내를 잃었고 슬하에는 두 딸이 있었다.


   어느 날 출근길에 아빠가 둘째 딸에게, 한 번 정열적인 사랑을 해보라는 권유를 한다. “사랑은 정열과 집착이다. 그 사람 없이는 못사는 것이다.” 그러니 완전하게 한 번 빠져 보라고 하며 미칠 듯한 사랑을 찾아 보라고 한다.


   “사람이 살면서 깊은 사랑을 안 했다면 산 게 아니다. 마음을 열면 첫눈에 스파크가 튀는 사람이 있다. 노력을 해라. 아빠는 네가 둥둥 떠다니며 노래를 했으면 좋겠다. 사람이 노력하지 않았다면 그것도 산 게 아니다.”


   참으로 멋진 아빠였다. 아빠는 죽은 부인과 함께 아주 정열적인 사랑을 나눴던 사람이었다. 이 회장이 나중에 그런 말을 한다. “아내가 죽은 후 몇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늘 그녀를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죽은 아내를 생각나게 해!” 라고.


   그런데 둘째딸은 바로 그 날 아침에 첫눈에 불꽃이 튀는 남자를 커피숍에서 만나게 된다. 유머가 있고 여자를 존경하는 예의하며 남자 전체에서 풍기는 강한 매력이 여자를 압도한다. 아주 멋진 남자였다. 그런데 그런 기분은 남자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남자는 바쁘다는 여자를 붙들고 기어이 커피를 한 잔 산다.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남자는 근처 모 회사에 발령을 받고 외지에서 처음 온 사람인데, 둘이 헤어질 대 여자가 의사라는 것을 아는 남자가 말했다.  “내가 만일에 환자라면 당신한테 치료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자 여자가 놀라면서 “왜요?” 한다. 남자가 그랬다. “당신을 너무 좋아하니까.”


   그러자 여자도 말한다. “나도 당신이 환자가 되어 올 때 내가 치료를 맡고 싶지 않습니다.” 이번엔 남자 “왜요?” 한다. 여자도 그랬다. “나도 당신을 너무 좋아하니까.” 이처럼 두 사람은 첫눈에 반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쉬움을 간직한 채 돌아서서 각자의 직장을 향해 걸어간다.


   그런데 여자가 가다가 못내 아쉬워서 뒤를 돌아본다. 정말 처음 느끼는 감정이며 마음이 자구 남자에게 끌리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그러나 뒤도 안 보고 걸어가는 남자를 보고는 여자가 그냥 돌아선다. 바로 그때 이번엔 남자가 돌아서서 그녀를 바라본다.


   이대로 헤어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여자였다. 참으로 멋지게 매력이 철철 넘치는 여자다. 그러나 그녀가 뒤도 안 보고 바쁘게 걸어가는 것을 보고는 남자도 할 수 없이 돌아선다. 그때 여자가 다시 돌아본다. 아무래도 마음이 허전해서 못 갈 것 같아 뒤를 돌아보지만 역시 별 관심 없이 걸어가는 남자를 볼 때 그만 포기한다.


   바로 그때 남자가 다시 돌아본다. 말할 수 없는 어떤 아쉬움 때문에 아무래도 그냥은 못 갈 것 같다. 뛰어가서 붙잡고 싶지만 현실은 그게 잘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설 때, 막 모퉁이를 돌아서려던 여자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남자를 돌아본다. 이제는 다시 못 만날지 모른다. 그러나 마음은 간절하지만 여자도 결국 돌아선다.


   여자가 모퉁이를 다 돌아섰을 때 남자가 마지막으로 돌아본다. 그런데 여자가 갑자기 안 보이니 세상이 마치 안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이다. 그대 넋을 잃은 상태에서 길을 건너던 남자가 자동차에 치어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로써 아주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런데 사실은 저승사자가 이승에 휴가를 얻어 오면서 자기 임무의 대상으로 회장을 선택한 것이고 그리고 휴가 중에 몸이 필요하니까 커피숍의 남자의 육체를 빌렸던 것이다. 그러니까 저승사자가 육체를 빌리기 위해 커피숍의 남자를 데려간 것이다.


   이때 저승사자는 회장을 찾아가서 말한다. “내가 너를 데리러 왔는데 지금은 내가 이승에서 휴가 중이다. 그러니 네가 좀 안내 하거라. 그러면 보답으로 시간을 주겠다.” 그래서 졸지에 회장은 저승사자의 노예가 된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그가 하자는 대로 해야 한다.


   그 날 저녁이었다. 딸이 아빠의 초대를 받고 식탁에 왔다가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아침에 그토록 자기의 마음을 흔들었던 남자가 자기 집 식탁에 버젓이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남자가 왠지 모르는 체한다. 아주 안면 몰수다. 그런데 사실 저승사자는 이 여자를 모른다. 그러나 나중에 어렴풋이 짐작은 한다.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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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부에 계속 >


   -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중에서/강길웅 요한 신부 (소록도 본당 주임)

                                                

                                                          

                                                              With my goose'f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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