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괴짜수녀일기]<4> 반편짜리 아마데우스와 공자가라사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12 조회수767 추천수8 반대(0) 신고

                                  

 

                                               

            

                 반편짜리 아마데우스와 공자가라사대



   언젠가 애화학교 중등부에서 음악을 담당하던 호산나 수녀의 송별기념으로 그 당시 유명했던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수녀들이 극장 문 앞에 줄지어 서 있는 것처럼 흉물스러운 것도 없다는 요셉 수녀의 지론에 따라 한 사람은 먼저 가서 표를 사고 다른 사람들은 뒤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를 어쩌랴. 그날따라 뭐가 그리 바쁜지 출발하기도 전에 약속시간이 다 되어 버린 것이다. 급히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오긴 했으나 택시를 잡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합승할 양으로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무조건 “명보극장” “명보극장”하고 외치며 팔을 쳐들었다.


   그랬더니 옆에 섰던 호산나 수녀 왈, “수녀님, 명보극장 이라고 하지 말고 백병원이라고 하세요 (명보극장 근처에 백병원이 있음).”

   “왜요?”

   “창피하잖아요. 수녀가 무슨 극장가는 걸 그렇게 알릴 필요 없어요?”


   하긴 백번 옳은 말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무조건 “백병원”하고 외치기를 수차례. 간신히 빈 차를 잡아타긴 했으나 그때부터 안절부절. 그날따라 진눈깨비가 희끗희끗 날리고 있어 하얀 눈길 위로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갔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놔두고 택시를 타라고 한 것은 지리에 어두운 우리들에 대한 요셉 수녀의 특별배려였다.


   상영시간이 지나도 한참은 지났을 것이다. 명보극장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리면서 힐끔 쳐다보니 극장 문 앞에 서 있던 요셉수녀는 예상과 달리 아무 말없이 우리보다 앞서 극장 안으로 휙 들어간다.


   그동안 영화 필림은 얼마나 돌아갔는지, 뭐가 뭔지 모른 채 보고 있는데 가만히 손에 쥐어지는 것이 있었다. 배고플까봐, 소리 안 나게 먹을 수 있는  빵까지 준비해왔구나. 과연 ‘요세비’다운 준비성과 감탄할 만한 형제적 사랑.  빵을 먹으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하느님, 오늘 요셉 수녀한테 혼나지 않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혹시 나중에 혼나더라도 잘 좀 봐 주이소. 지금은 아무 말 안 하지만 나중에 뭐라 할지 좀 겁이 나니까요.’


   그 후에 요셉수녀에게 왜 화내지 않았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제자들이 공자님한테 왜 길에서 오줌 누는 아이는 혼내시면서 똥 누는 아이는 그냥 두느냐고 묻자 공자 가라사대, 앞의 아이는 개선의 여지가 있으나 뒤의 아이는 개선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 군요“ 나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바로 똥 싼 아이라 이 말 이로구먼요?” (R)

http://my.catholic.or.kr/vegabond

 


        - 이호자 마지아 수녀(서울 포교 성 베네딕토 수녀회)/ 前 애화학교장

 

                                                                      

                                                        With my wild goose'father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