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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5> “예수님, 휴가 감사합니다” 제 3 부 /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9-12 조회수976 추천수9 반대(0) 신고

                  

 

           “예수님, 휴가 감사합니다” < 제 3 부 >

         

 

   이제 두 사람은 이승으로 함께 걸어오면서 영화는 끝나는데 한마디로 멋진 영화였다. 장면도 멋지고 대사도 주옥 같은 것들이 많았다. 마치 그 영화회사가 나를 위해서 만든 영화 같았다. 그만큼 내게 큰 감동과 느낌을 줬다. 일종의 피정 같았고 그리고 영화 감상 자체가 하느님의 축복이었다.


   나는 과연 사제로서 내가 믿는 주님과 정열적인 사랑을 해 본 적이 있는가. 그분에게 완전히 빠져서 미칠 듯한 사랑을 가져 본 적이 있는가. 왠지 대답 대신에 눈물이 쏟아졌는데 나는 결국 사제로 산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이 너무 슬펐다.

   뿐만 아니라 마음을 열고 노력을 하라고 했는데, 그러면 나는 과연 합당한 노력을 했는가. 더구나 사제로서 노력을 충분하게 하지 않았다면 그 또한 사제로 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런데 남몰래 혼자 울면서 내일이 바로 내 사제 수품 기념일 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하느님께선 아무렇게나 우리의 길을 버려 두시지 않는다. 눈만 조금 뜨면 우리가 금방 알아 들을 수 있도록 세밀한 계획을 준비하신다. 그런 의미에서 하느님께선 바로 이 영화를 보게 하시기 위해 3박 4일의 여행을 준비하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수품 때는 이런 일이 있었다.


   나는 수품식 때 새 제의를 입지 않았다. 물론 새 제의를 한 벌 만들긴 했으나 그것을 입지 않고 신학교에 기증했으며 그 대신 신학교 창고에서 거의 버려진 옛날 제의를 얻었다. 그것은 붉은 색이었는데 아마 30년은 족히 넘었을 고물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것이 하느님이 주신 제의였다!


   의미는 그랬다. 옛날 외국의 선교사 신부님들이 입으셨던 것이기에 그분들의 성덕을 이어 받고 싶었던 것이며 특히 붉은 색을 택한 것은 기필코 순교 사제가 되겠다는 각오와 결심에서였다. 나는 정말 순교자가 되고 싶었다. 아마 수품식 때 붉은색 제의를 입은 사람은 지금까지도 나 하나뿐 이리라!


   그러나 내 사제생활을 되돌아봤을 때 오늘에 있어서 내가 과연 순교할 수 있는가 하는 과제 앞에서는 상당한 두려움이 앞서게 된다. 왜냐하면 내가 사제로서 그만큼 세속적으로 편하게 잘못 길들여져 왔기 때문이었다. 이건 정말 심각한 오염인데 나는 그 사실도 실은 잘 몰랐던 것이다.


   집에 돌아올 때는 기분이 너무도 좋았다. 그 날 밤에는 피곤한 줄도 모르고 새벽 4시까지 잠을 못 잤으며 언제고 다시 순천에 나가 영화를 한 번 더 보겠다는 기대를 가졌는데 나에게는 그 영화마저도 하느님께서 직접 강사가 되시어 설교하시는 피정 그 자체였다.


   생각하면 참으로 하느님은 왜 하필 영화를 통해서 내게 깨달음을 주시고 도 은근슬쩍 후려치시는가. 영화 뿐만 아니라 가요를 들을 때도 그런 일이 종종 있게 되다. 이를테면,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는 애모의 노래만 들어도 하느님께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R)

http://my.catholic.or.kr/vegabond


 

   좌우간, 휴가는 100점 이었다!

 


    -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소록도에서온 편지)중에서/강길웅 요한 신부

                                                            

                                                            With my wild goose'f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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